빼기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의 요소를 사용해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법입니다. 사진에서 피사체의 개수를 최대한 줄여서 찍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미니멀리스트는 이러한 기법으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입니다. 피사체를 화면에서 하나둘씩 제거해 가면서 구도를 잡습니다. 화면에 많은 것을 담고 싶어서 이것저것 남기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안됩니다. 더 뺄 게 없을 때까지 빼야 합니다.
처음에는 미니멀리즘 사진을 잘 이해를 못했습니다. 사진 커뮤니티에 빨간색 단풍잎이 푸른색 단풍잎에 둘러싸인 사진을 올리고 미니멀리즘이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한 사진작가분이 단풍잎 개수를 더 적게 하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때 미니멀리즘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된 거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점심을 먹고 돌아오다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하늘을 지나가는 비행기를 촬영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삼각형은 빌딩의 외형입니다. 원본 사진에서 불필요한 피사체는 제거하고 흑백 사진으로 색을 변경하는 보정을 했습니다.
다른 요소는 제거하고 화면에서 필요한 요소는 비행기, 삼각형 2개만 남기고 다 뺐습니다. 미니멀리즘으로 완성된 사진을 차분히 오랫동안 바라봤습니다. 보이지 않던 의미를 찾았습니다. 둥지를 떠나는 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진의 제목을 이소라고 정했습니다. 사진에 가로등, 건물의 유리창, 구름, 도로 사인 등이 같이 있었다면 “이소”라는 제목은 찾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에 발표 자료를 만들 때 9pt 폰트 사이즈로 최대한 많은 글자를 입력하고 많은 사진을 한 페이지에 다 담으려고 했습니다.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불안했던 거죠. PPT를 보고 읽으면서 발표를 하려고 했습니다. 발표 시간도 부족했고, 저는 빠르고 많은 말만 했으며 심사위원 분들은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발표 자료를 만들 때 미니멀리즘을 적용해 보세요.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히 빼고 최소한의 핵심 정보만 남겨보세요. 평가자가 보는 이미지에서 맥락이 보이는 그림이 그려지게 만들어 보세요. 보이지 않던 의미를 찾을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