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하면 뭔가 된다
처음에 사진 수업 구상해서 목차 정하고 내용 적고, 삼각대를 하나 구입해서 강의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걸 누가 들을까 싶기고 했는데 강의를 개설하고 나서 첫 수강생이 나왔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그 뒤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좋아요는 260개, 총 누적 수강생은 58명입니다. 465개의 미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후기는 22분이 써 주셨고 누적 평균 별 5개를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좋은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남보다 먼저 수업을 개설해야 되는 이유도 알았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다른 수업을 듣고 얻은 포인트로 수업 듣기가 가능했습니다. 무료로 수업을 듣는 분도 있었습니다. 남 좋은 일만 해준 거 같기도 해서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고작해야 일주일에 1명 정도 신청하는데 한 번에 5명이 등록한 적도 있었습니다. 사진을 개설한 플랫폼에 이유를 물어봤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사이트의 불편한 점을 이야기해도 작업 중이라고만 합니다. 답답한 게 한 두 개가 아니지만 온라인상에서 남의 상가에 더부살이하는 셈이라 제가 할게 별로 없습니다.
나중에 보니 사진 수업을 들은 분이 다른 분에게 추천도 해 주셨고, 인스타그램에 후기 사진도 올려주셨습니다. 운 좋게 노출이 많이 돼서 수강생이 몰렸나 추측해봅니다. 이게 바이럴 마케팅인가요.
성별, 연령대를 대략 추정해 보면 애기 있는 주부님들이 많이 들으십니다. 사진도 잘 찍고 싶고, 찍은 사진 보정도 잘하고 싶어 하시더군요. 육아로 힘든데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존경스럽습니다. 수업 초반에는 남자 수강생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남자는 없어졌습니다. 완강하는 분도 50%가 안됩니다. 꾸준히 하는 것은 역시 어렵습니다.
수강생에게 칭찬을 많이 합니다. 사진 보정 후 격려의 댓글을 달면 많이 좋아하십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기분은 역시 좋습니다. 물론, 냉정한 비판도 합니다. 이유 없는 칭찬도 안 합니다. 처음보다 보정 실력이 많이 발전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이유는 역시 꾸준함입니다. 모든 강의를 다시 듣고 미션도 여러번 반복해서 하신 수강생들은 분명 성장해서 졸업하십니다.
음, 궁금하실 거 같은데, 강의를 통해서 아이패드를 사고 남을 정도는 벌었습니다. 안사람에게 제가 번 돈을 말해주니 많이 놀랍니다. 실수했습니다. 강의 준비하는 동안 자기가 애들을 잘 "방어"해 줬 다면서 지분 50% 요구했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뭐 지분 나눠줘야죠, 제가 별수 있습니까. 이번 생에 아이패드 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