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송찬 이김 편집자
논픽션 원고를 특정 출판사에 투고해서 책으로 출간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송찬 이김 편집자는 "자신의 원고가 책이라는 상품으로서의 기본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자들이 논픽션 책을 구매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실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경제나 자기계발 분야의 책이 여기에 해당하죠. 둘째는 저자에 대한 지지의 의미로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이 있습니다. 저자 개인의 생각이나 경험을 담은 에세이 등이 대표적이죠. 셋째는 지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독자가 당신의 책에 1만 9,800원을 지불하고 구매했을 때,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때는 투고해도 좋습니다."
추상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저자가 얼마큼 진정성을 갖고 원고를 썼는지도 출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가능성 있는 기획안에 저자의 진정성이 더해진다면, 논픽션 원고도 투고를 통해 출간할 수 있다.
"저에겐 『양육가설』이 비슷한 사례였습니다. 이 책은 번역자이신 최수근 선생님의 투고로 시작되었는데, 내용과 해외 리뷰를 살펴보니 상업성과 출판 가치가 있었고 번역도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획서 때문에 작은 출판사에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견과 함께 기획서 수정 방향을 투고자에게 회신했습니다. 얼마 후 우리 출판사에서 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보완된 기획서를 다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김 출판사는 특정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고 있다. 출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발상의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책으로 완성할 수 있는 원고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작은 규모의 출판사인 만큼 주류 베스트셀러 분야보다는 니치(niche)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현실적이죠. 대중적인 주제보다는 차별화된 독특한 관점과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선보이려고 노력합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새로운 시각과 가치를 제시하는 책을 만드는 일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최근 논픽션, 특히 과학 분야에서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저자의 경험을 함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과학 교양서는 새로운 과학 지식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전문화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첨단 과학을 교양서로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랩 걸』, 『개복치의 비밀』,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등의 책을 보면, 저자의 연구 결과로 얻은 과학 지식뿐 아니라 연구 과정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실감나게 담아냈어요. 독자들은 이런 책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독서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됐죠."
과학책 저자를 꿈꾼다면, 현재 연구하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연구 기록뿐 아니라 연구와 관련된 개인적 경험도 꼼꼼히 기록해 두기를 당부한다. 특이한 분야의 연구라면, 연구 과정의 기쁨과 어려움 등 생생한 경험을 담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독자들에게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어야 좋은 과학 논픽션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을 잘 활용한다면 좋은 과학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인들 눈에는 연구자들의 주제가 대부분 특이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독특한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의 단점은 내 경험을 담은 책은 한 권밖에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책에 담고 싶을 정도로 골라낸 경험을 다른 책에서 자기 복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따라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 이송찬 이김 편집자 2016년부터 이김에서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팔고 있다. 지금까지 만든 책 중에 알려진 책으로는 『양육가설』, 『과학자가 되는 방법』, 『아더 마인즈』, 『과학의 과학』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도서출판 이김(@leekim_publishing_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