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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쓰는 법] 7.최초의 독자인 편집자를 매혹

by 엄지혜 Jan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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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독자인 편집자를 매혹시킬 수 있는가

- 김진형 아카넷(디플롯) 주간


아카넷 출판사의 대중교양 브랜드 '디플롯'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픽션과 논픽션, 인문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구분하지 않는) 다섯 가지 출간 방향을 갖고 있다. 첫째, 침몰하지 않는 마음. 둘째, 지향과 취향 사이의 문학적 탐구. 셋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과학. 넷째, 백래시 시대에 읽는 페미니즘. 다섯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환경·동물·식물).

"사실 이 다섯 가지는 디플롯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일관되게 저를 매혹시켜 온 주제이기도 해요. 우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오늘의 세계를 직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나’를 넘어 타자와 연결되는 책. 저는 이에 부합하는 견고하고 아름다운 글을 만나면 자못 흥분하며 책의 꼴부터 성급히 상상하곤 하죠."

김진형 주간이 생각하는 좋은 논픽션이란 세 가지 질문을 통과한 작품이다. 첫째, 습속인가 본질인가. 둘째, 통념인가 통찰인가. 셋째, 안티테제인가 진테제인가. 원고를 검토할 때마다 기준으로 삼는 질문이다.

"관습에 젖어 있거나 트렌드만 쫓아서는 좋은 책이 될 수 없어요. 진실과 본질에 다가서야 하죠. 강력한 통념을 부수는 뾰족한 통찰의 책이 되어야 해요. 비난과 비판만 일삼는 책도 한계가 명확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자신만의 주장을 견고하게 담아야 하죠. 하지만 실제 서점에 가보면 습속과 통념을 강화하는 데 복무하는 책들이 훨씬 많아요. 자신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조차 정확히 모르는 책들도 적지 않고요. 무수히 많은 책들 가운데 살아남는 책은 몹시 드물 것인데 저는 이 세 질문을 통과한 책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출판 편집자들은 온갖 일을 해치우며, 쉼 없이 시간과 싸우며 책을 만든다. 매일 성실하게 메일함을 채우는 투고 원고를 검토하는 일은 안타깝게도 편집자가 해야 할 업무의 우선순위에서 매번 뒤처질 수밖에 없고, 원고를 검토하는 시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투고 원고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검토자의 시선을 잡아 둘 무언가가 필요하다.

"메시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타깃 독자가 견고하고 확장 독자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하죠. 여기까지 확인된다면, 검토자가 원고를 읽기 시작할 겁니다. 2021년 봄부터 시작한 디플롯은 현재까지(2024년 3월) 스무 권 정도의 책을 만들었지만 투고 원고가 출간으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처음엔 저 혼자 일했기 때문에 제가 투고 원고를 검토했지만, 지금은 다른 동료가 전담해서 1차 검토를 하고 있어요. 그 동료가 검토 후 기획회의 안건으로 올리는데요. 아쉽지만 투고 원고가 기획회의 안건으로 채택된 경우도 매우 드물어요."

김진형 주간이 예비 저자들에게 당부하는 한 가지는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저자가 될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착한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독자를 매혹시키는 사람이죠. 다정한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 경청하며 대화하는 사람, 사소한 예의의 규칙을 성실히 이행하는 사람, 자신이 쓰는 글과 닮은(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최초의 독자인 편집자를 매혹시킬 수 있다면, 편집자가 당신을 좋아하게 된다면, 저자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겁니다."


�‍♂️ 김진형 아카넷(디플롯) 2003년부터 출판사에서 일했다. IVP, 책담, 생각의힘, 알마 등을 거쳐 현재 아카넷과 디플롯에서 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끝내주는 인생』 『자미』 『수학의 위로』 『기록』 『모든 것은 그 자리에』 『99%를 위한 경제학』 『나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조난자들』 등을 만들었다. 『월간 채널예스』에 「틈입하는 편집자」를 연재했고 ‘틈입하는 편집자’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인스타그램 디플롯(@dplot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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