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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쓰는 법] 5. 아름다운 문장보다 '핵심'

by 엄지혜 Jan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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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문장보다 '핵심'에 집중하라

- 이현화 혜화1117 대표


어떤 분야든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없다.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분야마다 흐름이 있기 마련이다. 책은 개인의 작업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어떠한 흐름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쓰려는 글이 해당 분야의 흐름 가운데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책)이 해당 분야의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나아가 다른 흐름과의 연결점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넓고 크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반짝 떠오른 아이디어나 참신성으로 잠시 돋보일 수는 있으나, 결국 자신의 글을 지탱해주는 건 숙성된 고민과 진지한 학습의 축적이죠. 내가 쓴 책이 얼마나 많은 문헌에 기대고 있는지, 이후에 다른 책들의 탄생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현화 혜화1117 대표는 예비 저자들에게 "아름다운 문장과 쉬운 문장’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원고의 완성도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핵심’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핵심만 잘 갖춰진다면 나머지는 출판사와 편집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투고 단계에서 중요한 건 "원고의 완성도보다 가능성"이다. 원고 또는 기획서의 가능성이란 결국 저자의 가능성이다. 저자가 "얼마나 진지하게 전문성을 가지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투고할 때는 원고만 보내기보다는 원고에 담긴 의도와 구성안 등을 잘 정리한 기획서를 따로 첨부하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저자의 가능성을 발견하면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편이에요. 다른 주제로 제안해온 저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다른 방향으로 수정해서 출간을 한 경험이 있는데, 저자가 애초에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자극해서 새로운 기획을 시도하고 그로 인해 출간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뜻깊었습니다."

원고를 투고할 때는 내고자 하는 책의 분야를 잘 살펴서 (관련 분야의 책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를 선정해야 한다.  간혹 이 책을 내면 몇 부를 사겠다거나, 어디에서 어떻게 팔 거라거나, 얼마나 팔릴 거라는 전망 섞인 말을 하는 예비 저자들이 있는데, 투고 단계에서 대부분 불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어떻게 전달할까'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우선이다.

"인문, 문화, 예술 분야에 관심이 큰 편이라 아무래도 그 분야의 원고 또는 저자라면 눈여겨봅니다. 관심사이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출판사로서도 같은 분야의 책을 지속적으로 낼 때, 이미 출간한 책들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거든요. 물론 같은 분야에 속한다고 해서 무조건 검토하는 건 아니에요. 관심 분야에 속하긴 하되 얼마나 새로운 시선과 방향을 담고 있는지, 저자의 밀도는 얼마나 높은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최근에 주로 받는 투고는 개인의 감상과 생각을 담은 경우가 많은데, 그런 원고인 경우 감상과 생각의 지향점이 자신으로 향하는지, 밖으로 향해 있는지를 살피는 편입니다."

"요즘은 책을 읽으려는 사람보다 쓰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자조적인 말이 있을 만큼, 책을 쓰려는 분들이 많아요. 책을 쓰려는 분들이라면, 지난 한 달 동안 과연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쓰기 어렵고, 많이 읽지 않은 분들의 원고는 그만큼 편집자의 눈을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 이현화 혜화1117 대표

1994년부터 거의 쭉 출판편집자로 살았다. 인문교양서와 문화예술서를 주로 출간하는 여러 출판사에 다니며 관련 분야의 책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2017년,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오래된 한옥 한 채와 인연이 닿아 이 집에서 출판사를 열기로 결심, 2018년 4월부터 출판사 ‘혜화1117’ 대표가 됐다. 그렇게 고쳐 지은 한옥에서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외국어 전파담』, 『옛 그림으로 본 서울』,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 등을 비롯한 약 26종의 책을 펴냈다. 저서로는 한옥을 수선하고 출판사를 차리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와 작은 출판사를 시작할 때의 경험을 담은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이 있다.

인스타그램 혜화1117(@hyehwa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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