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요란할 것도 없었지....
“아...씨. 진짜 되는 일이 없냐?”
“안 좋은 일은 한 번에 다 몰려온다고 하더니만... 진짜.”
살다 보면 머피의 법칙에 휘말린 것 같은 날을 마주할 때가 온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생기는지 하는 날도 있고 그냥 하루 종일 뭔가에 씐 듯 한 날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런 날이 되면 오히려 한소리를 듣고는 한다.
“오늘 뭔가 너무 집중을 못하네?”
“왜 이렇게 어수선하지?”
“다들 일 할 준비가 안되어있네.”
전날 12시 전에 잠이 들어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마주했지만 그럼에도 뭔가 따라주지 않는 상황들을 보면 괜스레 나의 컨디션을 의심하게 된다.
“아... 요즘 잠을 좀 못 잔 건가?”
“최근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시긴 했지.”
“내가 요즘 목표가 없이 살긴 했다.”
차라리, 이 순간들은 그나마 좀 건설적인 장면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면 점점 더 남 탓을 하는 순간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저렇게 생겼으면 나도 인생이 편했겠지.”
“하아... 부럽다. 나도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였으면...”
“운동선수가 노력으로 된 거라고? 타고난 놈들끼리 노력해서 경쟁하는 필드에서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떠드는 건 기만 아닌가?”
하필 내 앞에서 문이 닫힌 지하철. 하필 내 앞에서 다 떨어진 소시지. 하필 내 앞에서 커피를 쏟은 배달원. 정말 사소한 몇 개의 하필?이라는 머피가 내 앞에 당도했을 뿐인데 우리는 순간적으로 세상을 더럽게까지 여기기도 한다.
“난 운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거지? 그냥 웃으면서만 살고 싶은데...”
어쩌면 이렇게 금방 우울해지고, 금방 세상을 비관하면서 지금의 사회를 욕하는 건 그만큼 우리의 그릇이 작아서일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그릇은 비단 그 사람의 배포나 마음의 크기가 아니라 그냥 여유가 좀 적지 않을까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준을 의미한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잠시 공원에 들러서 산책을 하고 들어와요. 10분이라도요. 매일매일 눈앞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데 하루하루를 눈에 잘 담으면 오늘을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날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도,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날도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영화에 나오는 낭만적인 한 장면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TV속보에서나 볼법한 재난현장의 한 장면이 되었다.
[ UFC 파이터 '김동현' 선수 ]
“아악... 아. 발 찍혔네. 액땜했다.”
과거 한 TV 프로그램에서 종합격투기 선수 ‘김동현’이 출연해 어딘가에 발을 찍고 혼잣말로 ‘액땜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패널들과 출연진들은 그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깔깔대기 바빴지만 그 장면이 너무 멋있었다. 지금 내게 일어나는 모든 악수가 나중에 환희의 순간으로 치환되어 내게 손을 내밀게 된다면 내게 벌어진 머피의 사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는가.
[ 비디오 게임 '슈퍼마리오' ]
-띠링.-
-띠링.-
-띠링.-
슈퍼마리오 게임에서 눈앞에 있는 적들을 제거할 때마다 코인이 생기고 선물을 생긴다고 생각하면 내 앞에 닥친 어려운 일들과 어처구니없는 불운의 사건들은 모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말이 쉽다. 이걸 행동하고 마음먹는 것이 어떻게 쉬울까?
[ 웹소설 & 웹툰 '화산귀환' ]
“그럼 사형은 하루 중 반 이상을 공부하고, 남은 시간에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부모를 진심으로 봉양하고, 약자를 기마하지 않으며, 재물을 탐하지 않고, 위로는 예를 다하되, 아래로는 존중을 잃지 않고, 친우를 진심으로 대하며, 나라에는 충성울 다하고 살라고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나?”
네이버 웹툰 ‘화사귀환’ 63화 중 나오는 한 대사이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그 방법은 다 알고 있지만 실천에 힘을 다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마음을 관통당한 듯한 장면이었다. 실천이 쉬웠으면 누구나 성인이 되었겠지.
“이제는 살을 뺄 거야. 그러니까 우선 식단은...”
항상, 식단을 짜고 살을 빼려고 하는 주에 회사의 전체 회식주에 걸리게 되고,
“아... 오늘부터는 진짜 쓸데없이 돈 안 쓴다.”
지출을 줄여보고자 한 달에는 꼭 누군가를 축하해줘야 할 결혼식과 누군가의 이별을 위로해줘야 하는 장례식들이 즐비하게 된다.
“미안. 우리 친구로 지내자.”
내가 마음에 가는 상대는 항상 나를 마음에 두지 않고,
“왜 이렇게 눈치가 없냐? 사람 민망하게...”
내가 마음에 두지 않는 상대는 나를 마음에 두고 있을 때가 있다. 항상 머피의 법칙은 나만 따라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머피가 편애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머피를 편애한 것은 나였을지도.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변수의 연속일진대 우리는 그런 변수를 변수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불운이라는 한 단어로 포장해 스스로에게 문제가 없음으로 최면을 걸고 있을 수 있다.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좀 웃는 얘기 좀 하자.”
“웃을 일이 있어야지 웃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참다못해 입 밖으로 꺼낸 충고는 쓰게만 느껴지기에 그와의 우정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내가 웃지 못하는 이 상황을 환경의 탓으로 바꾸려는 나 자신이 가끔씩은 역겨울 때가 있다. 잘못하고 혼이 나지 않으려고 더 자책하고 화를 내는 어린아이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느낌. 떼를 써서 장난감을 얻어내는 아이는 시간이 지나 화를 내고 책망을 해서 위안을 얻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닌데 그냥 지금까지 머피가 날 사랑했다고 착각한 거 같아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면 한 번씩 내가 잘난 놈인 줄 알고 어깨가 으쓱해지는 때가 있는데 그게 지금의 나인 것 같아서. 사실은 자기가 더 좋아했으면서 그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괜스레 센 척 한 번 해보려 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사실, 나를 내려놓고 사랑할 정도가 아니면 이별을 고하는 게 맞는 수순일 텐데. 이제는 머피에게 천천히 이별을 고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물론, 쉽게 떨쳐내지는 못하겠지만 천천히 실천해 봐야지. 헤어지는 것도 기술이고 용기니까.
“미국의 관세정책이 다시 한번 주가에 영향을...”
아이... 진짜 또 사랑하게 만드네. 좋게 생각합시다. 살아날 방법을 생각하하자... 안 되는 것 만 생각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