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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음료. 커피.

난 입에 안 맞던데...

by 심색필 SSF

몸에 안 좋은 게 맛이 좋다. 기름기 뚝뚝 떨어지는 고기. 딱 봐도 몸에 안 좋아 보이는 색으로 가득한 아이스크림. 물이랑 같은 색을 가진 주제에 한, 두병으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소주. 굳이 몸에 좋지 않다며 기피할 음식이라고 곳곳에서 광고를 해도 우리는 쉽사리 그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유는 뭘까?


그들이 그렇게 땡기는 이유는 악마가 지구에 내려준 음식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악마는 인간을 홀릴 정도로 아름답고, 천사는 그런 악마를 대적할 정도로 무섭다.”


사실, 외관과 특성만 본다면 악마가 천사보다 우리에게 더 매력적일 것이다. 씁쓰름하지만 몸에 좋은 음식들은 쉽게 삼키기 어렵다. 오죽하며 ‘감탄고토’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누가 이 말의 창시자인지는 모르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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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어학사전 발췌 ]


“그렇게 장수하지는 않았을 듯.”


단맛을 경계하고 쓴맛을 가까이 하라. 귀를 녹이는 달콤한 말들을 하는 아첨쟁이들은 나를 좀먹게 하고 쓰고 아프지만 실이 되는 말들은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씁쓸한 말들에 중독되면 점점 피폐해지게 되는 것 같다. 마치, 카페인에 중독된 그런 사람들처럼 말이다. 심지어 우리 주위에서 이미 그 씁쓸한 커피에 이미 중독된 사람들을 꽤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침에 커피 한 잔 안 하면 하루가 시작이 안돼.”
“나도 피곤해서 아침에 무조건 커피를 마셔야 해.”

“와. 체력 진짜 좋으신가 봐요. 어떻게 커피 한잔 없이 아침에 일을 하세요.”

종종은 이 커피가 오히려 누군가에게, 그리고 어떤 집단에게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필수기재가 된 것 같다.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커피가 없으면 아예 하루가 시작이 되지 않는 그런 역전현상이 일어난 듯 말이다.


“아우. 머리 아파.”


코끝을 간질이는 고소한 커피 향. 그러나, 그런 커피 향이 연속되다 보면 오히려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온 공간을 어지럽히는 자욱한 커피 향에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


“또 커피에요?”
“네. 하루에 3잔은 마셔야죠. 아침에 아아, 점심에도 아아, 저녁에 라떼.”


카페인이 원래 독성물질이라는 것은 알고 저렇게 마시는 걸까? 알칼로이드 계열에 속하는 카페인. 식물이 동물과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화학물질. 그것이 카페인이다. 이 알칼로이드 계열에는 모르핀이나 니코틴 같은 성분이 있다고 한다. 마약과 담배에 동일 선상에 있는 기호식품.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마약은 섭취하는 순간 위법행위가 되고, 의료계에서도 쓸 수 있는 건 극히 한정된 부분에서만 가능하다.


“담배는 불법 아니잖아요.”

“미성년자는 원래 불법이야. 이 새끼야. 담배 꺼!”


교복을 입고 담배 피우는 모습을 허다하게 볼 수 있지만 미성년자에게는 불법이며 암을 유발하는 1순위 기호식품 담배. 그리고, 그런 마약과 담배와 동일한 계열의 독성을 품고 있는 커피. 그러나, 커피를 이런 식으로 폄하하며 수많은 카페 애호가에게 질타를 받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도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사장님이 내가 쓴 이 글을 보면 내 머리채를 잡고 카페 밖으로 내쫓겠지?


“저게 누구 망하는 꼴 보고 싶나?”

뭐... 굳이 그런 커피 애호가들을 위해 변호를 하자면 소량의 독은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한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필수재료인 고사리도 프타퀼로사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고 한다. 물론, 생으로 먹을 때나 그렇고 삶고 데치면 대부분의 독성이 소실된다고 한다. 프타퀼로사이드는 체내에 들어오면 해독기관인 간과 신장을 자극시키는데 그것이 우리 몸의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을 촉진시키는 원리로 작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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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프로그램 '말벌이 만든 신비의 명약, 노봉방주! 약이 되는 정보 꿀단지 26회' ]

“원래 독이 조금 들어가면 좋아. 이거 한 잔해.”

“아저씨. 이거 요즘 불법이에요.”


말벌을 넣고 담금주를 들이부어 만드는 노봉방주. 이전에도 이 노봉방주 때문에 꽤나 말썽이 난적이 있다고 들었다. 이 노봉방주를 종이컵에 한 잔 따라서 소주 대꼬리에 섞어서 먹어야 하는데 생각 없이 그냥 스트레이트로 때려먹고 중독사고가 났다는 뉴스였다. 거의 농약을 입에 들이부은 것과 같은 이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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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다. 혹시 이 사람도 독에 한 번 중독이 된 적이 있었나 의심을 하게 되는 문구이다. 실제로 소량의 독을 취하게 되면 몸이 놀라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신체가 자발적으로 경각상태에 이르는 상황을 만든다고 한다. 이 현상을 흔히 호르메시스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들 겪는 작용이다.


“아... 온몸이 찢기는 느낌인데.”

“자극 잘 먹었나 보네. 이제 근육 쫙 박힌다.”


순간적으로 혈류에 강한 펌핑을 보내는 운동도 이 호르메시스의 한 현상 중에 하나라고 한다. 술을 마시면 심장이 뛰고, 에너지드링크를 먹으면 잠이 오지 않는 그런 종류의 모든 현상이 모두 호르메시스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그런 자극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그런 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는 이론이다.

“그럼 뭐 먹어도 되네.”


그렇지. 뭐 먹어도 상관없지. 먹고 죽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독어의 알을 미량 섭취하면서 ‘죽음과 줄다리기를 하는 맛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어떻게 보면 독성이라는 것 자체가 살짝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물질이 아닐까 싶다. 돌고래가 복어의 독소를 섭취하면서 마약효과를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돌고래의 유희가 된 복어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한 번에 죽이지도 않고 바다 여기저기 탱탱볼처럼 자기를 가지고 놀며 침이나 질질 흘리는 돌고래를 보면 엄청난 모멸감을 느낄 것 같다. 차라리 죽여달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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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브스 뉴스 ' 돌고래의 마약 투여 혐의… SNS에 떠도는 이슈의 진실은? ' 기사 중 한 사진 ]

출처 : SBS 뉴스


“최근 식물도 인간과 동물과 같이 모든 감각을 느끼고 자신을 공격한 생명체를 기억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언뜻 한 뉴스에서 봤던 내용이다. 나를 괴롭히는 누군가를 기억하는 식물. 그렇다면 커피는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인간을 어떻게 생각할까? 열심히 일궈낸 열매를 허락도 없이 수확해 가는 인간은 아마 그들에게 악마처럼 보일 것이다. 내 새끼들이 저마다의 꿈을 펼치기 전에 존재도 알지 못하는 유해한 생명체에게 빼앗겨 구워지고 가루가 되어 액체가 되는 모습을 힘없이 봐야 하는 그런 지옥 같은 순환과정을 보게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심지어, 향을 우린다고 자기들이 키우는 고양이에게 먹여 똥으로 만들어서 다시 정제하는 인간은 커피의 시선에서는 가장 경멸스러운 악마일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고 있을 겁니까?”
“일어서서 싸웁시다.”


길고 긴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역사도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그런 찰나의 순간일 텐데 그런 찰나의 순간에 커피가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정도는 그렇게 놀랄만한 사건은 아닐 것 같다. 깊은 분노에 찬 커피나무들이 몸에 독을 키워 사람을 공격하는 그런 가설 말이다.


“커피를 마신 사람들에게 좀비화 현상이 포착되었습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커피를 소각하고... 끄아아악.”


흠... 뭔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눈총이 느껴지는 것 같다. 더한 글은 나중에 다른 소설로 한 번 써봐야겠다. 크흠...


이전에도 비슷한 소재로 글을 한 번 쓰고 욕을 먹은 것 같은데... 참을 수가 없네....


Firefly The people in the office are drinking coffee and slowly turning into zombies. 3410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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