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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의 원칙

by 설다람


음식에 대한 취향이 없는 사람으로서 식사행위는 신체 기관의 정상작동을 위해 영양분을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알고, 맛없는 음식이 맛없다는 것을 알지만, 심하게 역해 먹지 못할 것이 아니라면 에너지원으로서 둘의 가치는 동등하다.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는 매번 식사 메뉴를 고민하는 일은 매우 소모적인 뇌 활동이다. 고민을 하게 되면, 식사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지연되고, 지연된 만큼 시간도 낭비하게 된다. 선택 피로가 불러온 연쇄적인 반응의 결과는 곧 ‘졸음’이 된다.

이럴 때 매뉴얼이 필요하다.


「식사 메뉴 주문 시 출력값」

1. 비싼 음식을 주문했는데, 맛있다=제 몫을 다했다.

2. 비싼 음식을 주문했는데, 맛이 없다=돈 버렸다는 죄책감이 든다.

3. 싼 음식을 주문했는데, 맛있다=초과 이득을 얻었다.

4. 싼 음식을 주문했는데. 맛이 없다=제 몫은 다했다.


위 선택지를 보면 싼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익하며, 3의 경우에 해당하는 메뉴를 발견하고 나서는, 앞으로 그것만 주문하면 된다.

이때 기호에 따라 채소가 포함된 옵션 중에서 3에 해당하는 메뉴를 선택하는 등. 개인화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본인이 잘 물려 하는 편이라면, 3에 해당하는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해 루틴을 돌리면 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발견의 문제인 것이다. 우선 기본 설정이 끝나고 나면, 식사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자.


2020년도 1월부터 5월까지, CU 편의점에서 예약 주문하기를 통해 평일 중 3일은 비빔밥 도시락(3,800원), 2일은 소불고기덮밥(43,00원)을 한 루틴으로 돌렸다. 주말에는 한솥 도시락에서 참치야채고추장(3,200)을 먹었다.

현재는 한솥에서 고기고기(얼마 전까지 4,000원이었으나, 최근에 200원이 올랐다.)를 먹고 있다. 남들이 점심 메뉴를 고르고 있을 시간에, 계단을 내려가면서 주문전화를 한다. 점포에 도착해서 포장된 도시락을 들고 와 먹는다.

나트륨 함유량이 많은 편이지만, 단백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도 제로는 아니다. 만약 채소가 더 필요하다면, 별도로 구매해 섭취하면 된다.

집밥으로는 이마트에서 파는 6개입 세트 닭가슴살(12,000원, 상표명은 빅 머머였는데 매번 사먹는 거라도 포장지 없이는 그게 그것인지 모른다.) 계란15입(4000원대), 1+1 세일에 구매한 체다 치즈(6700원)를 적절히 조합해 먹으면 된다. 연어를 먹다 남은 서양와사비도 있다면, 그럴듯한 식사를 먹을 수 있다. 그럭저럭 식사를 먹는 것이기도 하지만.


뭐든지 간편한 게 좋다.

앞으로 사소한 변경은 있겠지만,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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