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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담다)

by 호방자 Feb 20. 2025

눈이 보배다. 눈처럼 중요한 게 없다. 한 번씩 눈이 안 보인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는데 상상 자체로 공포이며 고통이다. 인체의 많은 감각 기관 중 눈은 특별하다. 단순히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뿐만 아니라 감정, 내면을 드러낸다. 눈을 보고 사랑을 고백하고, 눈을 통해 거짓말을 잡아내기도 한다. 눈과 관련된 표현들이 유독 많은 이유도 눈이 특별한 기관임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눈에 티끌 하나만 들어가도 고통스럽다. 그런데 종일 세상이 흐릿하게 잘 보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안경을 써서 시력을 보완하고 비싼 수술도 한다. 얼마 전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눈이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수술을 한 선생님들도 있고 계획 중인 분도 있었다. 그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게 수도 없이 많지만 좋은 눈을 주신 것에 새삼 감사했다.     



어린 마음에 안경을 써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일부러 가까이 티비를 보곤 했다. 야속하게도 시력은 항상 좋았다. 그래서 포기했다. 결정적으로 나는 안경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내가 좋은 시력을 유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데 요즘 예전처럼 선명하게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눈을 비벼도 흐릿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노화의 시작인가 싶으면서 곰곰 생각해 본다. 나는 방금도 한 시간 동안 유튜브를 봤다. 안 봐도 되는 빛으로 한 시간 동안 눈을 혹사시켰다.     



사람들은 좋은 장면을 눈에 담는다고 표현한다. 따지고 보면 눈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뇌에 담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눈에 담는다고 표현한다. 눈은 그런 기관이다. 좋은 것을 담는 곳이다. 그런 곳에 수시로 쓰레기를 담고 있는 나를 반성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영상에 절은 게슴츠레하고 흐리멍덩한 눈빛이 아니라 맑고 촉촉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그 눈빛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투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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