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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찬 Nov 15. 2022

식물 일기 2. 빛, 바람 그리고 물

식물에게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것들

식물을 고를 때 가장 많이 묻는 것은 당연히 "물 많이 줘야 해요?" 일 것이다. 그리고 보통 "물 많이 안 줘도 되는 식물"을 찾는다. 근데 역설적이게도 대부분 식물을 죽이는 사람은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인다. 물을 안 줘서 말라죽는 엔딩을 주로 생각하지면 사실은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와 잎이 녹아서 죽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어쩌면 요즘 유행하는 몬스테라가 유행할 수 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물을 자주 줘야 해서"일지 모른다.


식물의 물 주기를 결정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식물의 종류와 환경이다. 다육이와 선인장류는 물을 당연히 몇 달에 한번 줘도 잘 견딘다. 그 외의 식물은 놀랍게도 "10~15일에 한번 주세요", "한 달에 한번 주세요" 하는 항상 같은 대답을 듣고 그대로 실천하면 식물이 죽어버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물 주기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빛과 바람이 어떤가에 따라 물 주기는 큰 차이가 난다.


사람을 보면 신체활동이 왕성한 사람은 식사량이 많다. TV에서 운동선수들이 식사를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많은 식사량을 확인할 수 있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식물의 대사량이 활발하면 물을 많이 줘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식물은 빛과 이산화탄소, 물로 대사 한다. 당연히 빛과 이산화탄소량이 많아서 대사량이 많아지면 물을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이때 물이 부족하면 식물은 말라죽는다. 반대로 빛과 이산화탄소가 적은 데 물이 많다면, 뿌리가 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썩게 된다.


빛이야 우리 눈에 보이니까 광량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람이다. 공기의 순환이다. 우리가 말하는 공기에는 산소, 이산화탄소가 섞여있다. 만약 공기가 정체되어있다면 식물의 대사로 인해 식물 주변에 산소만 많아질 것이다. 공기가 순환을 하면 산소의 비중이 높아진 공기는 이동하고 멀리서 다시 이산화탄소가 섞여있는 공기가 온 게 된다. 자연스레 식물에게 필요한 이산화탄소량이 유지된 된다. 동시에 바람은 흙을 마르게도 하기 때문에 물 주기에 중요한 고려요소다.


이제 물 주기의 기준을 조금 알았다면 물은 언제 줘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흙의 마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겉흙이 마른 것 같다면 나무젓가락이나 손가락을 흙속에 넣어봐서 본인이 정한 깊이에서 충분히 말랐다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식물종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지만 5cm, 손가락 2마디 정도 말랐을 때 주는 것을 보편적으로 삼는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물 주기에 중요한 고려요소는 식물의 종류와 환경(빛과 바람)이다. 빛이 많고, 바람이 잘 불면 흙이 잘 마르고 식물도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있다. 반면에 빛이 잘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으면 식물도 대사랑야 적고 흙도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물 주기를 길게 할 필요가 있다. 물을 주는 타이밍은 흙이 마른 정도를 확인해서 주도록 한다.


Tip. 실내에서 빛과 바람


놀라운 기술의 발전으로 빛과 바람을 인공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티브이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도 가능하다. 이론상으로는 형광등으로도 식물들이 광합성을 한다고 하지만, LED의 등장으로 식물들이 빛을 접하는 것은 쉬워졌다. 요즘은 "식물 등"이라고 찾아보면 광합성에 맞는 파장의 빛을 공급해주는 LED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좀 디테일한 업체는 뿌리 생장과정, 아니면 그냥 식물성장 등으로 제품을 나눠서 출시하기도 하고 실내 인테리어에 맞는 빛의 색을 내주기도 한다. 상술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식물 등을 올바로 사용하면 분명히 식물의 성장 속도도 빠르고 흙이 마르는 속도도 빠른 것 보면 식물에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식물 등의 효과를 못 보는 분들의 공통된 특징은 사용법을 따르지 않아서다. 식물 등은 거리가 멀면 효과가 떨어진다. 실내조명처럼 높은 천장에 달아서 빛을 분사해서 넓은 범위에 빛을 공급하겠다고 생각하면 전혀 사용하는 의미가 없다. 30~80cm 이내에 들어오는 것이 권장되므로 스탠드나 레일을 함께 준비해서 적정 거리를 확보해 주는 것이 좋다. 동시에 식물은 등을 해로 느끼므로 일출과 일몰시간에 맞게 사용해주고 최소 12시간은 빛 공급을 차단해서 식물에게 밤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바람은 써큘레이터가 있다. 작은 써큘레이터를 식물 쪽으로 24시간 아주 약한 바람으로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실내의 공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써큘레이터로 아주 약하게 사방으로 공기를 흩뿌려주는 것도 좋다. 캠핑이나 휴대용으로 나오는 작은 선풍기 사이즈의 서큘레이터도 좋다.


사실 이것들이 식물을 위해서 한다지만 실내에 조도를 조절해주고, 실내 공기 순환을 활발히 해주는 것이 식물을 위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실내에 있는 사람에게도 중요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개인 공간이 있다면 식물을 들여 식물의 건강상태를 살피며 본인도 얼마나 좋아지나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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