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인터뷰 | 떠날 수 있을 때 어디든 떠나는 사람이니까요

소비와 창작의 균형점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나의 물건을 소개합니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선물 :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회전판 키링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준 키링이에요. 이선물이 저에게 특별한 이유는 이 친구가 저에게 아래와 같은 의미로 이 선물을 줬기 때문이에요. 제가 2017년 대만에 처음 중국어를 배우러 갔을 때 장학생 동기였어요. 다른 동기들도 있었는데 유독이 친구하고 정말 잘 맞았고, 그 친구도 저를 정말 잘 이해해주는 친구였어요.


그래서 제가 대만에 있으면서 이곳저곳 쏘다니는 거 좋아하는 것도 알고, 그리고 제가 언제든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떠나는 스타일이라는 정말 잘 아는 친구입니다.

한 곳에 매여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제가 발전하지 않는 것 같아서 조금 불안함을 느끼는 편이에요. 나중에 대만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을 시작했을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어딜 가도 '내가 있어야 될 곳이 아닌 것 같다'라는 느낌, 그래서 저는 항상 '지체 없이 떠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런 저를 보고 친구가 키링을 주면서 이것만 있으면 제가 원하는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짧게 설명드리자면, 이 회전판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내부 문옆에 붙어있는데요, 다른 색으로 바뀔때마다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어요.


실제로 이 선물을 받고 나서 제가 가고 싶은 곳을 더 수월하게 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키링을 지니면서 제가 오히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상태 유지'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래서 가방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답니다.


-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소개글에서 가방을 메고 어디론가 휙 떠나는 느낌이 연상되기도 했어요. 평소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사실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떠나고 싶다는 의미는 여행도 있지만,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걸 찾았을 때 바로바로 시도할 수 있는 태도를 지향해서 그런 의미로 적었습니다.




- 이 백팩은 얼마나 오래 사용하셨나요?

이 백팩은 제가 대만에서 돌아와서 새로 산 가방이거든요. 의도한 건 아닌데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가방을 바꾸는 것 같아요. 대만에서 돌아왔을 때 샀으니, 2021년 9월 정도였네요.



- 가방은 사실 비어 있는 물건이잖아요.
그래서 그 안을 채우는 것들이 매번 달라지는데, 이 가방에 제일 많이 담고 다녔던 물건이 있다면요?

필기구랑 노트요.

제가 필기하는 게 여러 가지 있어요. 일기장도 있고, 그날그날 떠오르는 생각을 쓸 때도 있고 해서 그런 것들을 많이 들고 다녔던 것 같아요.


- 보통은 떠오르는 생각을 아날로그로 필기하는 걸 선호하시나요?

네 맞아요. 핸드폰으로도 많이 적는데 유독 글로 남겨놓고 싶은 날이 있어요.





- 오늘도 가져가셨어요?

네, 늘 가지고 다녀요. 제주도로 내려와서 일어나는 일들, 제가 생각한 것들을 자유롭게 적어놓는 그런 노트인데요. 문득 생각이 나면 이렇게 적어두곤 해요.


- 다 손으로 기록을 하시는 거죠? 저희는 사실 다 디지털로 아이폰 메모장에 기록을 하는 편이라.

저도 그러는데 다시 들춰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핸드폰에 적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핸드폰이 더 편하죠. 근데 다시 읽어볼 때는 노트를 들춰보게 되더라고요.



또 저는 적을 때 색깔을 다르게 해서 적고 싶거든요.

핸드폰으로 적을 때는 폰트라든지 색깔 막 바꾸는 게 되게 귀찮은 일이잖아요.


- 글씨체도 엄청 예쁘세요. 엄청 바르다고 해야 될까요?

제 스타일로만 엄청 쓰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제가 원래 손으로 필기를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저만의 폰트가 좀 생긴 것 같아요.


- 이 가방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많이 들어가는 거요.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실용적인 가방을 구매한다는 기준은 똑같은데 각 때마다 ‘실용적’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달라져요.


대학교 때는 책을 많이 들고 다니고, 대학원 때는 프린트된 논문을 많이 들고 다녀서 가방 사이즈가 조금씩 달라졌어요.



- 가방이 완전 새것 같아요.

제가 물건을 쓸 때 그렇게 험하게 다루지 않는 것 같아요.

물건은 좀 오래 쓰는 편이에요.

잘 놓치는 것도 없고 그래서 핸드폰도 고장나기보다는 슬슬 얘가 무뎌졌구나 싶으면 바꾸는 케이스.


-  물건 중에 백팩은 처음이거든요. 백팩이라 하면 다 채워져 있기보다 안을 채울 수 있는 물건이잖아요. 앰버님도 무엇으로든 채워질 수 있고 변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맞아요. 그런 걸 생각 안 해봤는데 맞네요.

실제로 그렇고 어디 가도 금방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요.


- 자기소개 글에서 ‘한 곳에 매여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발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함을 느낀다’라고 적어주셨는데 제주라는 섬에 오게 된 것도 관련이 있는 거예요?

네, 맞아요. 전에 있었던 곳에 '계속 있는 게 맞나'라는 느낌도 많이 받았고 꼭 회사 때문만은 아니고 그냥 서울 어디에 있어도 똑같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제일 먼 제주도로 와보고 싶었어요.


제주도 한달살이도 해본 적도 없거든요. 심지어 어느 정도였냐면 첫날 회사에 왔는데 동료가 애월읍에 산대요. 그래서 ‘애월이 어디예요?’하고 물었더니 ‘이제 많이 돌아다니셔야겠네요.’ 하시더라고요.

그 정도로 제주를 잘 모르고 왔으니까.




- 제주도라는 공간이 앰버 님에게 그만큼 낯설고, 아는 이도 아는 곳도 없는 섬이었잖아요. 처음 왔을 때 불편하진 않았나요?

오히려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새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비우고 왔거든요. 비우고 왔기 때문에 새로운 관계라든지 새로운 경험, 새로운 환경 이런 것들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제가 여기 아는 사람도 없고 친구도 없지만 오히려 친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대만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잖아요. 대만도 섬이거든요. 그래서 기후가 되게 비슷해요. 야자수가 있고 그런 게 비슷해요. 그래서 알게 모르게 익숙함을 느꼈어요.


- 앰버님도 온도에 민감하신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저도 잘 몰랐는데 대만 갔을 때 느꼈어요.

대만을 갔는데 따뜻한 걸 넘어서 더워요. 더운데 그냥 되게 좋았어요. 

그때 '나는 좀 따뜻한 온도에 잘 맞는구나' 하고 알았던 것 같아요. 제주도도 마찬가지로 덥지만 따뜻한 곳이잖아요.


- 대만에 머물렀었고, 지금 제주에 계신데 낯선 해외로 훌쩍 떠나는 것도 고려하고 계신가요?

지금 당장은 해외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왜냐하면 저한테는 제주도도 해외 같은 느낌이거든요.

같은 한국이지만 좀 이질적인 게 많은 것 같아요.

날씨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환경 자체가 사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그런 기후잖아요. 지형도 화산 지형이고 하니까.


- 쉬는 날이나 저녁 같은 때 제주를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신가요?

주중에는 퇴근하고 나면 그렇게 멀리까지 나가기가 어려워서 책을 읽거나 하는데, 

이번 주말에는 아침에 너무 날씨가 좋아서 산방산을 갔어요.

안에 있는 절도 살짝 갔다가 그 아래 용머리 해안을 갔어요. 

오전에 그렇게 두 코스 하고 집에 와서 막국수 먹고 낮잠을 잤어요.

낮잠 자고 일어나서 앞에 금모래 해수욕장에 걸어가서 수영하고 집에 왔어요. 

그리고 씻고 책 읽다가 일기 쓰고 잤어요.



- 너무 담백한 하루네요. 이렇게 여행이 일상이 된다는 게 사람들이 많이 꿈꾸는 것들이죠

사실 생각해 보면 서울에서도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서울에서도 등산하고, 바다는 아니더라도 수영도 할 수 있고 한강 자전거도 탈 수 있죠. 근데 그럴 만한 에너지가 안 돼요. 주말에는 그냥 카페에 가서 앉아서 쉬거나 친구들이랑 한 번 만나서 밥 먹고 집에 돌아오면 저는 에너지가 없는 거에요.


- 그래서 자신과 닮은 지역에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느낌을 서울에서 많이 받았었는데 지금은 그 느낌이 사라졌나요?

일단 사람이 에너지가 있으니까 이것저것 할 수가 있잖아요. 재밌잖아요. 그래서 좋아요.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이런..


반대로 생각하면 서울에 있을 때 만약에 에너지가 남아 돌았으면 그런 생각 안 했을 수도 있어요.



- 두 번째 물건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회전 스위치 원판인데요.
어떻게 의미가 깊어진 물건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맨 처음에 대만 갔을 때 같이 장학생 동기 친구가 있었어요. 

다 한국인이었지만 그 친구랑 유독 잘 맞았어요.

제가 대만에 있을 때 이것저것 들쑤시면서 여행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그런 저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준 친구가 이런 선물을 준다는 게 의미가 깊었죠.


그러니까 제가 그 친구한테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한 게 아닌데, 

그 친구는 저를 그냥 계속 본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요.


- 그럼 혹시 이 키링 말고도 취향을 저격당했던 선물이 또 있나요?

옷이 하나 있어요. 제가 옷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건 아닌데 후배가 저에게 너무 어울릴 것 같아서 해안가 빈티지 샵에서 사왔다고 보여주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제가 예전에 전혀 트라이를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인데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맨 처음에는 이거 나한테 어울릴까 했는데 찰떡인거에요. 받은지 벌써 한 3년 정도 지났거든요. 여름마다 잘 입고 있어요.



- 반대로 내가 누군가한테 선물을 했는데 내가 정말 뿌듯했다 했던 선물들은 있나요?

그런 게 뭐가 있을까요? 조금만 생각해 볼게요.

저는 선물 줄 때 항상 그래도 좀 생각을 하고 주려고 하는 편이라...


선물해줬던 것 중에는 그림이요 !

근데 큰 그림 말고 저는 작게 그리는 거 좋아해서, 그렇게 잘 그리진 않지만 그래도 그려서 줘요. 저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요.


- 어떤 걸 그려주셨었어요?

여러 가지 그렸어요. 노트에다 음식 그려주고 그 사람 뒷모습 그려주고. 받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  다시 키링으로 돌아와서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셨다면, 그 중에서 감명 깊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사실 그 영화가 최애 영화는 아니에요.

벼랑위의 포뇨를 제일 좋아하는데 그 스토리 라인에서 포뇨랑 소스케가 좋아하는 사이잖아요.

근데 포뇨가 좋아하는 게 아무런 조건도 없이...그냥 엄청 순수한 표현이거든요.


원래 포뇨가 사람이 아니잖아요. 나중에 바다 엄마가 포뇨를 시험에 들게 하는데 소스케가 진짜 좋으면 사람이 되라고. 근데 그 장면에서 '소스케가 제일 좋아' 하면서 사람이 딱 되잖아요. 그렇게 간단한 거구나, 싶었어요.


- 회전판과 앰버님의 상관관계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그 회전판이 돌아가고 나서 문을 열면 이에 해당되는 세계가 나와요. 검은색은 '전쟁터', 다른 색은 또 다른 세계. 그 친구가 이런 의미로 '네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갈 수 있어'라고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와닿더라구요.



- 실제로 그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년도가 끝나진 않았는데

이걸 선물받은 뒤에 이직도 하고. 이직하는 것도 사실 이동이잖아요.

실제로 또 이곳저곳 많이 다니기도 했구요.


선물은 참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깊은 것 같아요. 조금 뜬금없지만 혹시 ‘인생은 선물이다’라는 문구에도 공감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인생 선물이다라는 말, 스펜서 존슨의 책 <선물>에서도 나와요.

너무 클리셰이긴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그 'present(프레젠트)'가  선물이라는 말과 똑같잖아요.. 그래서 현재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자기만의 모토가 있는데 그 모토가 항상 같은 건 아니잖아요. 대학생 때는 ’카르페디엠’을 중요한 모토로 여겼던 것 같아요. ‘현재를 즐겨라.‘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지만요.


- 지금은 지금은 어떤 모토를 가지고 있나요?

'용맹정진'이에요. 주위의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앞만 보면서 도를 닦는 모습이요.


- 앰버님은 글을 많이 적는 편이라 모토 같은 게 머릿 속에서 바로 딱 나오는 건가요?

글을 많이 적어서 그런 것보다는... 사람이 그렇잖아요. 항상 자기 기준이 확고할 수 없어요. 

그래서 키워드가 있어야 상황이 닥쳤을 때 마음도 다잡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스스로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는 어떤 게 제일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 그림 그리기요. 그림은 한 1년 된 것 같아요.

글쓰기랑 그림이 약간 다른 매력이 있는데 그림이 좀 더 무의식에 가까워요. 그래서 저는 무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옮겨오자면 타로도 그렇게 해서 배우게 되었구요.



- 글쓰기나 그림은 혼자만의 영역이잖아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시고 E 성향에 가까운데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어떤 팁이 있었나요?

저는 약간 그런 기간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쩔 때는 진짜 사람들 많이 만났다가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계속 쭉 보내고. ‘오늘은 사람을 많이 만났으니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지’ 이게 아니라 그냥 그런 기간이 있어요.


 집에서 하는 활동들 중에 요즘 나를 가장 충족시키는 건 무엇인가요?

요즘은 아니고 원래 해왔던 건데 글쓰기 + 책읽기가 기본인 것 같아요.



- 서울이 내가 있어야 할 공간이 아니다라고 느꼈다고 하셨는데 내가 있어야 할 공간에 대해서 정의된 바가 있을까요?

정리하자면 지금 제가 꾸며놓은 이 방의 모습에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소비하는 것과 생산하는 거에 균형이 있는 곳이요.


서울에 있을 때는 소비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그걸 균형을 맞추려고 일기도, 블로그도 쓰고 하는데 조금 한계가 있어요. 근데 여기서는 제가 음악도 들을 수 있고 피아노도 칠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고, 왜냐하면 에너지가 있으니까. 글 쓰는 것도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요. 서울에서 그걸 못했다기보다는 그럴만한 에너지가 없었다. (웃음)


- 그럼 이제 타로 카드에 대해서 질문해볼까해요. 저희가 앰버님 집에 와서 새롭게 발견한 물건이라서 즉흥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나요?

제가 석사 마치고 오면서 몸이 좀 아팠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때 제가 사주를 배웠어요. 사주를 배우면서 영적인 것들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돼서 타로도 익히게 되었죠. 결이 좀 다른 게 사주가 무의식을 보고 그런 건 아니에요. 그건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거니까.

근데 이번 타로는 말 그대로 그림을 보는 거다 보니까 이게 이제 무의식이랑 정말 많이 연결이 돼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실제로도 그래요.


- 확실히 사주랑 타로는 진짜 다른 것 같아요.

사주는 내가 가지고 있는 8글자를 롱텀에서 보는 거잖아요.

근데 이거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단기 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보는 거라서.


- 타로는 조금 능동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보면 자기의 미래계획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공부를 하기도 하더라구요혹시 앰버님도 타로를 통해 계획에 도움을 받고자 하셨던 게 있나요?

저는 사실 궁금해서 공부를 했거든요.

사주도, 타로도 궁금해서 공부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마음의 안정의 측면에서도,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 다른 분들 타로를 많이 봐주시나요?

저는 오히려 사주를 더 많이 봐주고 타로는 저 개인적으로만 많이 썼어요.


앰버님 스스로는 사주와 타로 중 어느 쪽에 더 관심이 많으신가요?

배우기는 사주를 더 많이 배웠거든요. 관심도 더 많구요.

근데 타로는 그때그때 의문점이라든지

어떤 거에 대해서 걱정이 있을 때 봐요.


사주는 그런 것까지 읽으려면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돼요.

근데 타로는 그냥 뽑고 보는 거잖아요. 조금 더 직관적이죠.


'항상 진지한 마음으로 임한다. 

겸허하게 하늘의 뜻과 나의 무의식을 받아들인다.

모든 답은 내 안에 있으며 정확히는 나의 무의식에 있다.'

이렇게 제 타로 노트에 적혀 있거든요.


그래서 이 카드에 저를 그냥 맡기는 게 아니라

제 무의식이 타로로 나온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 앰버님은 타로나 사주처럼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배우기 시작한 게 또 있나요?

갑자기 궁금해서 시작했던 건.. 컬링!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아무튼 그런 건 있어요. 그냥 이거 해보고 싶다 해서 배웠어요.


-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실천까지 이어지는 게 속도가 빠른 편이신가요?

저는 다른 사람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기간이 좀 짧은 것 같아요. 지체하게 되면 중간에 그만둘 수 있는 확률이 높거든요. 사람들은 고민을 하거든요. 이거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요.

저는 그런 거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서 좀 빨리 하는 것 같아요.


- 그럼 평소에 변수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변수는 너무 많기 때문에 다 고려할 수 없다.

실패할 거면 빨리 실패하고 다른 길로 가는 게 낫다. 

그냥 성향인 것 같아요. 그렇게 안 하고 전략을 딱 세워서 스트레이트로 성공하는 친구도 있는 사람도 있는데 저처럼 이렇게 빨리빨리 시도해보고 트라이 해보는 사람들도 있죠.


- 앰버님의 행동의 원천은 호기심인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것도 내 무의식에 대한 호기심인 듯 하네요. 

이 인터뷰를 읽고 나서 사람들이 앰버 님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으면 좋겠나요?

그냥 이런 애도 있구나 하면서 동시에

나도 해보고 싶은 거 지체하지 않고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저를 어떻게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냥 제 짤막한 스토리를 보고 '나도 나 해보고 싶은 거 해봐야지'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해요.



- 물건이 어쩌다 보니까 3개가 됐는데요. 타로라는 물건을 하나 추가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저도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도움이 많이 됐어요.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무의식을 한 번씩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이 행위 자체가 저한테 힐링인 것 같아요.

자기 전 10분 전이나 깨어나서 10분 후가 가장 자기 무의식과 가까운 시간이거든요.


근데 그러지 않은 시간에 내가 앉아서 이 카드를 통해서 무의식을 한번 엿볼 수 있다.

전부 다 보지 못하겠죠, 근데 엿볼 수 있다는 그 행위 자체가 저에게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는, 나에게 물건이란?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을 인용해야 할 것 같아요. 모든 물건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까 제가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에는 저의 기운이 다 담겨 있는 거죠. 오래 쓰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일수록 나와 그만큼 더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물건을 험하게 쓰지 않는거에요.


저도 여기로 이사 오면서 서울에서 쓰던 물건들을 가져오기도 하고 버리기도 했을 거 아니에요. 인형이라든지 옷이라든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버리는데 그동안 나랑 같이 해줬으니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버렸어요.



- 물건에 있어서도 의미를 두고 정을 꽤 붙이시는 편이네요.

정이라기보다는 그냥 제 기운이 거기 묻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보내줄 때도 그냥 확 버리지는 않아요. 그걸 버리기가 힘든 건 아니에요. 버리면 버릴 수 있어요.


근데 그냥 버리는 거랑 내가 지금까지 같이 해줘서 고맙구나. 하는 건 다르니까요.


- 맞죠. 너무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02화 물건 인터뷰 | 필요하지 않아서 안 사는 거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