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이 맞닿는 지점에 투명한 알맹이로 서서
—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친구가 목걸이를 만들면서 어머니랑 나눈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친구 어머니도 저를 잘 아시는데 저를 ‘악세사리 흥선 대원군’이라고 표현하셨다고 해서 많이 웃었어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화려하지 않은 목걸이라 손이 많이 가는데, 그런 걸 보면 화려하지 않지만 밋밋하지도 않은 사람인 것 같아요.
필로우 미스트를 보면 생각보다 나 노란색 좋아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향도 노란색 같달까요.
— 나의 루틴에 쓰이는 물건 : 필로우미스트
유자향 필로우 미스트를 요즘 자주 써요! 향이 좋아서 뿌리고 자면 기분이 참 좋아요..
— 직접 구매하신 건가요? 어디서 구매하신 건지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이 물건은 본가에서 가져왔거든요.
제가 분명 부모님께 “엄마아빠 이런 게 있어. 써봐!” 하고 보여드렸던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이걸 어디서 갖고 왔는지 기억이 안 나요.
아마 직접 구매했을텐데. 제가 원래 이런 거 잘 기억하거든요?
물건에 정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어서 거의 다 기억을 하는데 이건..
그래서 조금 슬프네요. 왜일까요?
— 출처를 알 수 없군요. 슬프지만 비하인드는 비하인드로 남겨놓는 걸로.
근데 그건 확실해요. 첫 번째 필로우 미스트는 아니었다.
제 필로우 미스트가 총 4개인데 어쨌든 얘가 처음은 아니에요.
필로우 미스트를 써보니까 좋아서 자연스럽게 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되게 잘 쓰고 있어요.
사실 여기로 이사 올 때 큰 캐리어 있잖아요. 그거 하나에다 제 짐을 다 싣고 왔거든요.
캐리어 하나에 담을 수 있을 만큼의 인생만 여기에 가지고 온 건데 그러다 보니 삶을 유지하는 것 이외의 부수적인 물건은 아무것도 안 들고 왔어요 처음에는.
그러니까 너무 팍팍한 거예요 삶이. 어떻게 할까 하다가 광주에 내려갔을 때 얘라도 가져왔어요.
— 나는 캐리어 하나에 담길 만큼 미니멀리스트인가요?
어.. 그런가? 중간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쓸모없는 걸 안 사는 건 또 아니기 때문에.
— 집을 자주 옮기는 편이시잖아요. 집에서도 변하지 않았던 나만의 무언가가 있나요?
안 그래도 이 사전질문을 읽고 처음으로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집의 구획을 내 머릿속으로 잡아보는 거예요.
여기는 좀 더러워도 되는 공간, 여기는 깨끗하게 하고 싶은 공간. 이런 식으로 구획을 나누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는 습도. 건조한 건 괜찮은데 습하면 진짜 힘들더라고요. 청주 '오송'이 사람이 살지 않던 습지여서 엄청 습하거든요. 오송에 머물 때는 습기 제거제를 엄청 많이 사서 집안 곳곳에 두고 습도를 유지하곤 했어요. 아무튼 습도 유지와 구획 나누기, 그 두 가지인 것 같아요.
— 공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구분하는군요. 다양한 삶의 형태를 겪어온 유리님은 내 공간을 '사람들과 공유할 때'와 '나 혼자 쓸 때' 어느 쪽의 만족도가 더 컸나요?
만족도가 높은 건 같이 사는 건데, 힘든 것도 같이 사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사람들과 같이 지낼 때 너무 좋은데, 그만큼 또 힘들 때도 많죠.
대신에 그만큼 더 재미는 있었던 것 같아요. 매일 요리도 같이 해 먹고.
맨날 요리하고, 요리하고, 요리하곤 했으니까.
—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삶을 고르실 건가요?
일단 당분간은 혼자 사는 삶이 맞는 것 같긴 해요.
누군가와 같이 살면 지금처럼 새벽 5시에 들어온다든지 하는 자유로운 귀가 라이프가
조금은 눈치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필로우 미스트가 쓰이는 베개나 침구류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가요?
네, 청결하게 하려고 하는 편이고 살 때도 고민을 많이 해요. 나름의 기준도 있어요. 촉감이 되게 좋아야 해서 직접 가서 만져보고 구매하는 편이에요.
—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주무시나요?
아 요즘은 완전 들쭉날쭉해요. 2시간 자고 출근할 때도 있고. (노느라) 12시간을 내리 잠만 잘 때도 있어서.
— 잠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편이네요?
버티는 것 같아요. 놀고 싶으니까. 저는 계산해보니 7시간 자면 Fucntion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일주일을 합쳐서 평균 7시간은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 저는 잠을 못 자면 컨디션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지거든요. 수면으로 인한 컨디션 높낮이가 심하진 않은 거죠?
네 그렇죠. 그치만 이틀 연속 2시간만 자면 저도 죽고요. (웃음)
애초에 2시간 자고 놀 수 있었던 이유가 그 다음날 오래 잘 수 있는 걸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 자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조금 더 소중한가요?
아뇨, 비할 수 없어요. 그 다음에 잘 수 있기 때문에 놀 수 있는 거죠.
— 잠이 보장이 되어 있어야 하는 군요.
자는 거 너무 좋아요. 너어무 좋아요 진짜.
— 그럼 숙면 시에 꿈도 자주 꾸시나요?
네. 저는 꿈 얘기하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꿈은 그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인지하는지 잘 보여주거든요.
저는 흑백으로 꿈꿀 때가 있어요.
— 강아지들도 흑백으로 꿈을 꾼다잖아요. 옛날 영화 느낌의 꿈인 거예요 아니면 그냥 흑백인 거예요?
그냥 흑백이에요. 제가 사촌 언니를 진짜 오랜만에 만났는데 언니랑 꿈 얘기를 했거든요.
언니는 엄청 디테일한 꿈을 꾸더라고요. 언니는 원래 오른손잡이인데 '왼손잡이가 되어 글씨를 쓰는데
그 글씨를 쓰는 펜이 된 꿈을 꾸기도 한다. 내가 글씨를 쓰고 있다.' 그런 꿈도 꾼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재밌지 않아요?
— 너무 재밌네요. 정말 N스러워요. 흑백으로는 어떤 꿈을 꿔요?
주로 제가 경험한 것들이 그대로 흑백으로 변환되어서 나와요.
— 오 정말요? 예지몽도 꾼 적 있어요?
예지몽은 꾼 적 없지만 전 그런 걸 잘 믿거든요.
약간 omen 같은 거.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어요.
거울이 똑 떨어지는 꿈을 꿨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진짜 그 거울이 떨어져 있고.
그게 정말 꿈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본 건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제 기억으로는 꿈이었거든요.
— 꿈 자체가 무의식이니까 거울이 떨어질 때의 소리를 무의식으로 받아들여서 형상화시킨 걸 수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아빠가 저한테는 큰 어른인데 (당연히 지금도 그렇고 어렸을 때는 더 그랬는데)
아빠가 고모들한테 전화를 잘 안 하는데 고모한테 갑자기 전화해서 아이처럼
'누나 나 자전거가 부서지는 꿈 꿨어.' 혹은 '신발이 없어지는 꿈을 꿨어'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고모가 해몽을 열심히 해주시는 거예요.
뭘 조심해야 하고, 어떤 징조고 그런 이야기. 어릴 땐 그런 게 참 신기했어요.
— 꿈을 기록하진 않나요?
기록해요. 근데 일기장엔 잘 안 적는 것 같고 핸드폰에 적는 것 같아요.
메모장에 적어두고 가끔 다시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헛소리가 따로 없어요 정말.
— 나의 루틴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다른 물건이 있다면요?
글쎄요, 가방?
가방을 여러 개를 두는 것 같아요.
그래서 놀러 갈 땐 이 가방, 일할 땐 이 가방. 이미 그 안에 그 물건들이 다 들어 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다 진짜 최소한만 가지고 이사 왔기 때문에 가방이 두 개밖에 없고
그 외에 루틴…
노트? 통역 노트? 요즘 통역하니까.
— 보여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제 통역노트입니다.
기호를 많이 써야 하는데 요즘 저는 이렇게 씁니다.
아무튼 이걸 가지고 다닌다. 그렇습니다.
— 시트러스 향을 원래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어떤 향을 가장 선호하시나요?
어, 질문지 쭉 읽어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어요.
늘 생각하는 건데 제가 아직 저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기분 전환하고 싶어서 향수를 사러 가도 '어떤 향 좋아하세요?' 물어보실 때 말문이 턱 막혀요.
— 음, 그럼 나머지 3개의 필로우 미스트는 각각 어떤 향인가요?
라벤더 2개, 유칼립투스. 그 다음에 이 달빛유자향이에요.
— 그럼 플로럴 향에 조금 더 선호도가 있지 않을까요? 커스텀 향수를 만드는 체험도 추천드려요. 저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한 방울씩 떨어뜨려보면서 좋아하는 향을 찾아보려고요.
이 미스트 이후에 더 소장하고 싶은 향이 있다면 어떤 향일까요?
글쎄요. 제가 쓰는 향수는 조금 톡 쏘는 향이거든요. 여름에 잘 쓰는 향수는 복숭아 향으로 시작하는데 마지막에 핑크 페퍼 향이에요.
이것저것 많이 쓰는 편이라
좋아하는 걸 딱 말하기가 어려운데 다음에 쓰고 싶은 건 포근한 향? 이제 또 가을, 겨울 오니까 포근한 향이면 좋을 것 같아요.
— 취향을 많이 타진 않네요.
네, 박애주의자처럼 이것저것 다 써요.
— 필로우 미스트를 잘 때 뿌리면 이 향기가 나를 꿈나라로 빠르게 안내해주나요?
사실 잠에 있어서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기분이 좋으니까. 그래서 자기 직전보다는 샤워 전에 뿌려놓고 씻고 침대에 들어오면 기분 좋게 잘 수 있어요.
— 집에 들어올 때 나는 향기가 너무 좋았어요.
필로우 미스트 말고도 다른 향 제품들을 사용하시나요?
어.. 은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향수도 쓰고, 향초도 있고, 데오드란트도 여러 개.
특히 향초 종류를 좋아하는데 인센스도 쓰고 종이 향도 있어요. 그 정도인 것 같아요.
— 역시 집에서 시간을 잘 쓰는 사람들은 집에서 오감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네요. 혹시 나의 필로우 미스트에 이름을 붙여주실래요?
랭이? 노랭이라서 랭이 (웃음)
— 그럼 원래는 무슨 색을 좋아하시나요?
저 원래 채도 없는 거 좋아해요.
검은색, 회색, 파란색, 딥 코발트블루. 이런 색깔 좋아해요.
— 그런 색을 좋아해서 꿈도 흑백으로 꾸시는 걸까요? 하나의 필름을 씌워서.
그럴지도요. 그런가 봐요.
—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선물 : 수제 목걸이
한 달 즈음 전에 유학하고 있는 친구가 잠시 귀국해 만났는데, 친구가 직접 만든 목걸이를 선물해줬어요.
하나는 빨간색 하나는 하늘색인데 악세사리를 잘 안 하는 편인데도 맘에 들어서 종종 하고 다녀요.
— 다음은 목걸이입니다. 친구가 유리님을 위해 구상해서 만들어진 목걸이인가요?
맞아요, 사실 친구가 조금 더 화려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지켜보시다가
'너 그거 더 넣으면 유리 못 쓴다.' 하셔가지고. (웃음)
— 악세사리 흥선대원군이라는 말의 의미가 궁금했어요.
저희가 추측하기로는 '너무 세련되고 너무 화려하게 하면 안 돼, 적당한 게 좋아.'
이런 보수적 애티튜드를 생각했는데 그런 게 맞나요?
음, 그것도 맞고 잘 안 해요. 어지간하면 안 해요.
특히 목걸이, 팔찌 이런 거는 진짜 안 하고. 귀걸이는 그래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귀걸이는 가끔 착용하는데 그것도 거의 안 하고, 해도 그냥 딱 붙는 것만 해요.
제가 거추장스러운 걸 잘 못해요.
뭐라도 걸리적거리면 싫어하는 편인데
이걸 준 친구가 손끝도 야물고 느낌을 잘 보거든요.
사람도 잘 파악하고 뭔가 센스가 좋아요.
인생에서 처음으로 딸랑거리는 귀걸이를 했었는데
그게 이 친구가 만들어준 거였어요.
정말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잘 썼거든요. 지금은 오래돼서 다 녹슬어서 못 쓰지만.
느낌이 되게 좋은 친구라서.
— 이 친구는 몇 년 된 친구예요?
대학교 친구입니다. 15년도부터 만났으니까
— 원래 손재주가 좋은 친구였나요?
네... 그 귀걸이를 못 잊겠어요.
원래 달랑달랑거리는 걸 싫어하는데 그건 너무 예뻤거든요. 다시 만들 수도 없대요. 부자재는 유행을 타는 거라 그걸 다시 살 수가 없다고.
그래서 그렇구나 했지만.. 아쉬워요.
— 너무 귀여워. 이런 거 만들고 싶다. 원석이 너무 예뻐요 둘 다 .
그쵸. 차면 더 예뻐요. 반짝반짝해가지고.
— 차 주실 수 있어요?
네 그럼요. 잠시만요.
이게 나름 반사판 효과가 있어서
반짝반짝하지 않나요?
— 너무 잘 어울리네요. 귀여워요!
비즈 목걸이가 언뜻 잘못하면 아기같이 보이거나 좀 촌스러울 수 있거든요. 근데 너무 예쁘네요. 옷 색깔도 크게 안 탈 것 같고
그쵸, 엄청 아끼는 물건이에요. 저를 너무 잘 아는 친구가 저를 위해서 만들어준 거라서.
— 유리님도 약간 선물을 받으면 '어?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 생각하시나요?
아뇨. 귀찮기도 하고 결정장애도 심해서. (웃음)
나열된 재료들 중에서 고르는 것도 일이고.
— 맞아요. 그걸 배치하는 게 생각보다 머리 아프거든요. 하지만 너무 예뻐요. 팔아도 되겠다.
유리님도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나요?
음.. 어릴 때는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쓸데없는 거 있잖아요.
다 쓴 휴지심으로 막 펭귄 만들고 그런 걸 좋아했는데.
그 외에 만들기라면, 요리? 요리에 관심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 요리를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요?
어릴 때부터 빵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랑 같이 집에서 만들어 먹었고
중학교 때부터는 혼자서 해먹기도 했죠. 대학생 때는 취사 시설이 없는 기숙사에 살다가 교환학생을 갔는데 그 기숙사는 취사가 가능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한식을 잘 못해요. (웃음)
한식을 잘 못하고 파스타나 이런 요리들. 제 요리가 다 그쪽이거든요.
— 유학을 어디로 가셨는데요?
저 프랑스로 갔었어요. 그래서 파스타!
그때 너무 좋았어요. 그곳도 저희랑 되게 비슷하더라고요.
제가 있었던 곳은 이태리랑 가까운 프랑스였는데 그래서 이태리 친구들이 거의 절반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태리 친구들도 저희 김장하듯이 할머니랑 엄마가 모여서 날 잡고 토마토를 썬드라이 하고
토마토소스 병입을 해서 몇 개를 쟁여 놓고 그걸로 이제 1년을 나는 거예요.
진짜 우리 김장이랑 똑같더라고요.
— 이야기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아요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우리도 할머니가 참기름을 페트병에 딱 넣어서 주시고 그러잖아요.
거기도 똑같이 '우리 할머니가 올리브유 해줬다?' 하면서 올리브유 가져오고.
진짜 다르지만 결국은 비슷하다 싶었어요.
— 프랑스, 이태리 친구들이라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왔군요.
평소 주관이 강한 편인가요, 친구들에게 쉽게 영향을 받는 편인가요?
영향 많이 받죠, 엄청 많이 받죠. 저는 관계 속에서 저를 정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남의 의견에 휘둘리기도 해요.
근데 열심히 따라가다가도 마지막에는 또 안 그러더라고요. 결국은 나의 주관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 내가 금손이어서 이 목걸이처럼 무언가를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걸 시도해보고 싶나요?
수륙 양행 자동차
— 어라, 수육 양행 자동차요? 그게 뭔가요?
물이랑 육지를 다 다닐 수 있는 자동차예요. (웃음)
— 짧게 고민하신 것 치고는 굉장히 길쭉한 답변이 나왔는데 언제부터 수륙 양행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죠?
요즘 차에 관심이 많아요 사실 원래도 차에 관심이 있었는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고, 제가 벌써 일을 세 군데에서 하고 있거든요.
이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차를 갖고 싶은데 이왕이면 물에서도 가는 자동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한강을 가로지르시려고요?
네, 너무 편하지 않을까요?
— 금손 하나 물어봤는데 갑자기 수륙양행자동차 (웃음)
그러면 다시 목걸이 질문으로 돌아갈게요. 이 목걸이 중 어떤 게 더 마음에 드시나요?
빨간색은 뭔가 조금 캐주얼한 느낌이 강하다면, 하얀색은 그래도 일하러 갈 때도 찰 수 있는 느낌이어서
요즘은 아무래도 하얀색 친구요.
— 그럼 혹시 이 두 개의 목걸이 별로 고르는 착용 기준이 있나요?
어.. 아무래도 무드, 무드인데
하늘색은 좀 휘뚜루마뚜루라면
빨간색은 휴양지에서 놀러 다닐 때
차고 다닐 것 같은 느낌이에요.
— 진짜 휴양지 느낌이 있어요. 원피스 입고 목에 걸어야겠어요.
— 친구가 나를 위해서 선물해준 것처럼
내가 나에게 뭔가를 선물할 수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것 역시 수륙 양행 자동차인가요?
네 차예요. 진짜 차 사고 싶어요. (웃음)
— 사고 싶은 차는 뭐예요?
비싸서 현실성이 없는데 있는 모델로 치면은 GV80? 마감이 너무 예쁘게 됐어요. 아니면 티구안도 좋아요.
— 티구안도 GV80도 너무 예쁘죠. 드림카를 타는 그날까지.
친구가 악세서리를 잘 안 하는 걸 알지만 딱 목걸이를 골라서 선물해 준 이유가 궁금했어요.
근데 그 친구가 여러 개 만들었다고 하긴 했어요. 그 친구가 엄청 인간관계가 좁고 깊은 친구인데
그래서 어머니가 친구들을 다 아세요. 많지 않기도 하지만, 무척 오래 만난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래서 매번 선물 시즌이 도나 봐요. 저번이 귀걸이였고, 이번에도 목걸이.
마음을 담아서 하나씩 돌리는 거죠.
이번엔 한국에 좀 오래 머무는 편이었어서 친구들한테 뭘 선물해줄까 하다가
본인이 잘하는 걸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 자기가 만든 걸 준다는 그 마음이 너무 좋다.
그러니까요. 본인이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준 게 아닐까 싶어요.
— 참 다정한 선물이에요. 혹시 악세서리는 잘 안 잃어버리시는 편인가요?
네, 저는 물건 잘 안 잃어버려요.
제가 한동안 반지를 많이 끼고 다녔거든요.
사실 손이 별로 안 예쁘다고 생각을 하는데
특히 두 번째 손가락 손톱이 조금 다르게 났거든요.
그래서 그걸 늘 숨기려고 하다가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바꿀 수도, 갈아낄 수도 없다면 안고 가야 되는 건데 얘를 더 예뻐해줘야겠다 하고 이 손가락에 반지를 많이 끼고 다녔어요.
물론 그것도 거추장스러워서 안 하게 됐지만. 그게 20대 초반인데 그때 끼던 반지들 아직도 제 방에 있어요. 잘 안 잃어버려요.
— 매번 안 잃어버리는 비법이 있나요?
네 잃어버리면 되는데, 안전한 곳에 잃어버리면 돼요.
제가 가방을 두세 개 펼쳐놓고 다닌다고 했잖아요. 보통 가방에 잃어버리기 때문에 가방을 뒤지면 나와요.
— '나는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지만 밋밋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는데
어떤 의미였나요?
아, 그러니까 저한테 목걸이는 엄청난 꾸밈이거든요. 목걸이를 했다는 자체가 나한테는 꾸밈이고 엄청 힘준 거예요. 그래서 잘 안 하기도 하고, 저한테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목걸이가.
반지 팔찌 뭐 이 정도는 괜찮은데, 귀걸이까지도 괜찮은데 목걸이는 약간 체리 온 탑 같은 느낌이라서.
근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
어? 괜찮은데 싶더라고요. 느낌이었습니다.
— 마지막 질문, 이 인터뷰를 읽고 사람들이 어떤 걸 느꼈으면 하나요?
음.. 글쎄요. 목걸이가 부담스러운 이유가 나의 정중앙에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여러모로 좀 늘어놓는 사람이거든요.
색깔을 되게 많이 늘어놓고, 이것도 쓰고 저것도 쓰고 진짜 박애주의자처럼 모든 것을 다양하게 쓰는 사람인데 그래서 제 색깔을 드러내는걸 어려워해요.
가지고 있는 색깔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거기서 뭘 꺼내야 될지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런 사람도, 이런 결정 장애도 잘 산다.
— 무지개 같은 사람이네요.
그걸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해요.
더 많이 색깔을 늘려야 된다고 생각을 하나 봐요 무의식 중에.
좀 더 포용적이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 맞아요. 그러다 보면 거의 무가 되거든요.
맞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근데 뭐 또 끝과 끝은 만난다잖아요. 그러니까 없는 것도 있는 게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 감사합니다.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