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각자 좋아하는 예쁜 수영복을 입었으면 해요
—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겁이 많지만 그래도 계속 도전하는 사람!
— 요즘 내가 푹 빠진 물건: 수영복
요즘 저는 수영을 다시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수영복 모으는 재미에 빠졌어요! 어렸을 때 엄마가 바다 수영을 아주 잘하셨는데, 엄마 고향으로 가서 처음으로 바다 수영에 도전! 했다가 너무 무서워서 엉엉 울었거든요. 그 이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가 곧장 수영을 다니게 했어요.
초등학교 때 1년간 수영을 다니면서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다이빙 등등 다 배웠던 기억이 나요. 그때 이후로는 수영을 다시 해본 적 없고 그냥 호텔이나 바다 가면 배영 정도로 놀았다가 29살이 돼서 다시 프리다이빙을 배운 계기로 다시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영법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처음부터 다시 배우니까 신기하게 몸이 기억하더라구요!
그리고 전엔 살 생각도 안 했던 원피스 수영복이 너무 예뻐서 엄청 빠졌어요. 저는 이제 육지옷 / 물옷 이라고 부르면서 요즘엔 물옷만 보고 있습니다. 수영복도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미묘하게 다르고, 빨리 품절되고 시즌이 되면 안 나오는 옷이 있어서 꽤 레어템이 많아요! 그렇지만 그만큼 예쁘고 모으는 재미가 있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엄마도 다시 수영을 시작하셨는데 저보다 잘하세요! 벌써 오리발까지 진도가 나가셨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수영복을 보여드리면서 할게요~!
— 물에 들어가 있는 시간에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 편인가요?
물속에 있으면 물 위와는 느낌이 너무 달라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데 수영장보다는 바다에 한 번씩 들어가면... 들어가 보신 적 있죠?
— 최근에 바다에 다녀오긴 했는데 저희가 수영을 못해서 얕은 곳만 들어갔어요.
바다 안에 들어가면 너무 다른 세계가 펼쳐져요.
꽃게도 있고 산호도 있고, 그래서 뭔가 물속에 있다기보다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아바타: 물의 길' 영화 속에서도 그것만의 세계가 나오잖아요. 바다에 가면 딱 그런 느낌을 받아요.
그리고 수영장은 바다랑 또 다른 느낌인데, 수영을 하면서 물을 가르고 앞으로 나갈 때
그게 내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물이 쑥- 밀어주는 그런 느낌이라서 너무 재밌어요.
어떤 날은 수영 강습받다가도 혼잣말로 '재밌다 재밌다' 하기도 해요.
물 안에서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재미있는 기분을 많이 느껴요.
— 너무 신기하다. 29살에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프리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프리다이빙을 배우자!'라기보다는 사실 회사 동료분이 여름휴가 계획으로 '발리'에 프리 다이빙 투어가 있는데 너무 가고 싶다고 소개해 주는 거예요.
제 귀에는 '프리다이빙'이 안 들어오고 '발리, 투어' 이것만 들어왔어요. 코로나 이후로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너무 가보고 싶고, 이때 아니면 언제 발리 가겠나 싶어서 프리다이빙에 대한 설명은 흘려 들었는데 저는 막연히 수영 같은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냥 몇 번 강습받으면 되겠지' 하고 해맑게 팀 동료들과 같이 가기로 한 거예요.
그렇게 프리다이빙을 시작한 거예요.
— 발리 가기 전에 강습을 시작한 거죠?
네, 맞아요. 초보자가 바로 들어가기 어렵다고 해서요.
그리고 강습비도 몰랐는데 꽤 비싼 거예요. 어쨌든 이미 시작했으니까 돈을 내고 가게 됐어요.
— 혹시 프리다이빙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제가 가족들, 친구들, 회사 동료들 심지어 팟캐스트에서까지 말을 해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긴 한데 발리에 프리다이빙을 하러 간 목적 중 하나가 '만타 가오리'라고 바다 생물 중에 엄청 큰 가오리가 있어요.
한국말로 하면 대왕쥐가오리인데 일반 가오리랑 다르게 생겼고 너무 커요. 진짜 크면 한 2m에 몸무게도 1톤쯤 되는 앤데 ‘만타’ 라는 뜻 자체도 스페인어로 ‘넓은 담요’예요. 영화 '모아나'의 할머니가 등에 문신이 있잖아요. 그게 만타 가오리라고 하는데, 성격은 또 엄청 순해서 바다에서 사람을 안 물어요.
그래서 만타 가오리를 보는 게 프리다이버들이나 스쿠버 다이버들의 럭키한 순간 중 하나인데 프리다이빙 마지막 날에 만타 가오리를 만난 거예요.
저희가 이틀 다이빙을 했는데 그때는 만타 가오리를 못 보고, 마지막에 스노클링을 하러 갈 때 만타 가오리를 만났어요. 어쨌든 저는 프리다이빙을 할 수 있으니까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은 물 위에서 이 친구를 구경하고 저는 잠수 다이빙해서 내려가서 만타 가오리 옆에서 헤엄치며 놀았는데, 그 순간이 너무 기억에 남는 거예요. 원래는 만타 가오리 얘기를 아무리 들어도 '너무 크다, 무서울 것 같다, 난 안 봐도 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가니까 괜히 보고 싶은 마음 있잖아요.
그래서 업체에서 만타 가오리 사진을 올려준 날만 분석해서 '보통 이런 주기로 보이던데 어쩌면 내일도 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하다가 마주친 거예요. UFO 같기도 하고, 날으는 양탄자 같은 친구가 저 바다 끝에서 쑥- 나왔다가 쑥- 사라지는데 너무 신비로웠어요. 그리고 만타가 계속 제자리를 도는 습관이 있어서 우리가 굳이 찾아갈 필요 없이 기다리고 있으면 한 바퀴 돌고 가요. 만 같은 곳에서 얘가 쑥 나오는데 그게 너무 신비하고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 1톤이면 가늠이 안 되네요, 그 크기가
진짜 커요. 바닷속에서 보면 저 멀리서 보이니까 그렇게 안 커 보이는데 가까이 오면 진짜 커요.
— 그때 만타 가오리 이외에도 다른 해양 생물들을 많이 봤나요?
산호 따라서 헤엄치면 니모 같은 친구도 많이 보였어요. 보통은 위에서만 보잖아요.
스노클링 할 때 다이버 가이드가 먹이를 주면 올라오는데 저희는 잠수해서 밑에서 같이 헤엄치면서 많이 봤죠.
그리고 거북이를 봤어요. 몰랐는데 거북이도 숨을 쉬러 물 위로 올라온대요.
아기 거북이일수록 숨이 짧아서 2시간에 한 번씩 올라오는데 제가 의외로 거북이를 잘 찾더라고요.
방향 타이밍이 잘 맞아서 계속 발견했었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 좋은 추억이었겠네요. 혹시 또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이건 첫 질문과 비슷한 답이긴 한데 저는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새로운 세계를 하나 더 알아갔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수록 알고 있는 경험도 많고 해 본 일도 많아지니까 새로움을 느끼기가 어렵잖아요.
근데 프리다이빙은 제 생각에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못 해봤을 것 같아요.
물 안에 잠수하는 순간 보이는 풍경이 물 위랑 너무 다르거든요. 그 순간,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 것 같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서 되게 행복했어요.
'나중에 물 안에서 살고 싶다. 왜 사람은 물 안에서 못 살까' 이런 장난 어린 생각을 하면서 헤엄쳤던 기억이 있어요.
— 지금도 프리다이빙을 병행하고 계시는 거예요?
프리다이빙은 이제 안 하고 수영만 하고 있어요.
— 수영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세요?
수영이 보통 5일인데 저는 강습날만 세 번 가요.
월수금 아침에 가요. 회사가 조금 유동적이어서 오후부터 탄력근무제로 일을 하거든요.
오전 11시가 사람이 많이 와서 그때로 신청했었는데 코어 타임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오전이 아니고 오후로 변경해야 될 것 같아요.
— 저희도 이번에 호기롭게 수영을 신청했다가 처참히 실패했거든요.
아... 수켓팅... (수영+티켓팅의 혼합된 말)
— 저도 예전에 수영을 배웠는데, 아침 수영을 하고 나면 그렇게 졸리고 배가 고픈 거예요.
물결의 저항을 이겨내야 해서 에너지 소모가 상당한 운동인데 혹시 수영을 하고 나서 후폭풍은 없나요?
저는 오전에 수영해서 졸리지는 않았는데 공복으로 수영을 하니까 배고프더라고요. 근데 원래 운동하고 배고프면 유산소 운동을 잘하고 있는 거래요. 물론 저도 끝나고 꼭 밥을 먹죠, 힘들게 운동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다른 유산소 운동에 비해서 수영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헬스장 러닝머신 뛰는 걸 더 싫어해서 '이 정도면 운동할 만한데?' 생각하고 있어요.
— 진짜 대단하다. 전 정말 허기지고 피곤했거든요. 그때 제가 저질 체력이어서 타격이 컸던 것 같아요.
저는 PT를 거의 6개월 하고 수영을 해서 괜찮았던 것 같아요.
— 수영의 시작지점에도 어머니가 있고, 소개글 끄트머리에도 어머니 얘기가 나와요. 엄마와 나는 어떤 관계인가요?
아,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쯤에 엄마가 바다 수영을 고향에서 취미로 하셨는데, 엄청 잘했대요. 저희 엄마는 겁이 없는 스타일인데 제가 파도에 휩쓸려서 물을 먹은 이유로 바다를 너무 무서워하니까 엄마가 안타까워하셨던 거죠.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수영 수업을 등록시켰어요. 1년간 어린이 수영장을 다니면서 물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엄청 재밌게 잘 놀았죠. 그 후로는 수영을 딱히 다시 배운 적이 없어서 다 까먹었어요.
그냥 배영으로 휴양지에서 둥둥 떠다니는 정도? 그러다가 그 후로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고 하니까 엄마도 다시 하고 싶으셨나 봐요.
그래서 수영을 등록하신 거예요. 지금은 저보다 더 재밌어하시고, 개인 레슨으로 받으셔서 진도가 확 확 나가는 거예요. 분명히 내가 더 먼저 시작했는데 엄마는 접영하고 있고, 오리발 차고 있고. 너무 대단해요.
이번에 엄마랑 호텔에 호캉스에 가서 수영을 했어요.
근데 엄마가 선생님처럼 저를 가르쳐주려고 하는 거예요.
이제 나도 나의 스타일이 있지만, 가르쳐주시길래 그냥 들었어요.
어쨌든 '엄마가 수영을 참 좋아하고 잘하고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열심히 듣고 엄마 말대로 수영하고 그랬죠. 지금은 저보다 더 잘하세요.
돌이켜보면, 엄마가 수영의 감각을 아니까 저한테도 빨리 배우게 해주셨던 것 같아요.
— 나는 어떤 점에서 수영을 꾸준히 할 수 있었나요?
수영만큼 재밌는 유산소 운동은 없지 않나 싶어요. 저한테는.
땀도 나는데 물 안에 있으니까 시원하고. 저는 수영할 때 물에 떠서 물살을 헤쳐가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것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다른 운동 중에서도 이만큼 재미를 느꼈던 운동이 있었나요?
재미를 느꼈다기보다는 PT를 거의 1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그건 재미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살려고... (웃음)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하는 거라 어쨌든 꾸준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더 늘리려고 해요.
그리고 오전에 수영을 갔다가 오후에 헬스를 하면 훨씬 몸이 풀려 있어서 그런지 몸의 가동 범위가 넓고 엄청 유연해지더라고요. 제가 어깨가 조금 안 좋아서 등 운동이 잘 안 되는 편인데 수영을 하고 간 날은 훨씬 더 뒤로 잘 가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둘을 병행하는 게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 수영은 전신 운동인가요?
아무래도 전신 운동이에요. 왜냐하면 팔과 다리를 다 쓰니까.
— 어쨌든 운동이 인생의 메인테이블에 있는 편이잖아요. 다른 활동들과 운동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나가고 있나요?
근데 제가 또 그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하진 않아요.
아무래도 지금 재택을 많이 해서 가능한 스케줄 같기도 해요. 이동 시간이 적으니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 수영 영법 중에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영법이 있나요?
배울 때마다 다르긴 한데 지금은 자유형이요. 자유형 처음 배울 때는 숨 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두통이 오기도 했었는데, 계속 숨 쉬는 타이밍만 혼자 연습하다 보니까 지금은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유형 할 때가 제일 편하고, 자세도 잘 나온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저는 아직 초급 레인이거든요. 근데 중급의 기본이 다섯 바퀴래요.
어쩌다 다섯 바퀴를 돌았었는데 원래의 제 페이스보다 한 단계 더 빠르게 다섯 바퀴를 다 돌아서 '오 이제 좀 괜찮은데?' 생각도 했어요.
— 수영은 이제 운동을 넘어서서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나요?
저는 사실 수영을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재밌어서 시작한 거라서요.
어렸을 때부터 배웠었고 그 이후에 다 까먹었지만 항상 수영장에 둥둥 떠다니는 걸 좋아했거든요.
수영을 다시 시자하면서 너무 재밌으니까 '어떻게 이걸 잊고 살았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다 까먹었어도 다시 시작하니까 몸이 기억을 하더라고요. 내가 어렸을 때 배웠던 걸 다시 기억해낼 수 있구나 싶었어요.
예전에 수영장 가면 수영을 잘 못하니까 그냥 떠다니거나 예쁜 사진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그런 거 필요 없고 물 안경에 수모 쓰고 레인이 길어야 돼요.
그걸 중점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 나중에 수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수영을 너무 잘하고 싶어요! 영법을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싶어요!' 이런 목표보다는
그냥 영법을 다 익히고 계속 수영하는 걸 즐기면 좋겠다는, 힘을 뺀 목표가 있어요.
수영장 가면 젊은 사람보다 중년의 여성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분들이 대부분 상급반 마스터반에 계셔서 엄청 탄탄한 몸을 가지고 오랜 세월 수영을 한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데, 그게 너무 좋아 보이더라고요.
오랫동안 재밌게 수영을 하고 싶다. 그게 제 바람인 것 같아요.
— 수영복은 몇 벌 정도 돼요?
한 6개인가 돼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6벌이라는 게 웃기기는 한데...
— 그만큼 수영에 진심이라는 거죠. 수영복에도 진심이구요.
(수영복을 꺼내며) 이건 호주 수영복 '펑키타'인데 물에 들어가면 더 쨍해져서 좋아요. 위시 리스트에 있었던건데 제가 수영복 하나를 방출하면서 이걸 사게 됐어요.
그리고 이 친구는 제가 수영복의 세계에 빠지게 된 이유인데, '후그'의 복숭아 수영복이에요. 뒤에 이 끈이 완전 포인트인데.
저도 이거 처음에 보고 너무 예뻐서 "아니 어떻게 이런 수영복이 있지?" 했어요. 심지어 그때 품절이어서 중고나라에서 거래했던 기억이 있어요.
5~6만 원인가? 수영복이 꽤 비싸요. 기본 6만 원쯤 하더라고요.
— 핑크빛 수영복들이 많네요.
맞아요. 제가 핑크색을 좀 좋아해서.
아! 그리고 이거 전에 제가 강습용으로 많이 입던 제 최애 수영복인데 이거 입고 프리다이빙했어요.
— 프리다이빙도 이런 옷으로도 가능하군요?
그쵸 맨몸으로도 가능해요. 그리고 물에 들어가면 쨍한 애들이 확실히 사진이 잘 나오더라고요.
— 이렇게 보면 되게 자그매 보이는데 수영복들이..
수영복이 원래 엄청 핏해야 돼서.
— 예쁘다. 색이 진짜 쨍하고 예쁘네요. 역시 수영복은 쨍해야 되는 것 같아요.
이건 나이키에서 (구매했어요). 강습용으로 진짜 괜찮고, 저는 몰랐는데 그때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오프라인에 있다고 해서 잠실점으로 가서 구매했는데 인기가 엄청 많더라고요.
그리고 고래가 그려져 있는 수영복인데요. 제가 어두운 색의 수영복을 잘 안 사는데 얘는 좀 귀여워서 일단 사봤어요.
— 귀엽다. 너무 귀여워요.
그리고 이게 처음에 산 수영복인데 '머메이드'. 이것도 예쁘긴 한데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배럴에서 산 수영복인데, 손이 잘 안 가서 방출할까 생각 중이에요.
— 듣다 보니 궁금해서 그런데 ‘방출’이 뭔가요?
저도 당근마켓이나 수영복 카페에서 익숙해진 단어인데, 몸에 안 맞는 수영복을 방출한다고 표현하더라구요. 수영인들의 언어인가봐요.
— 하나같이 다 예뻐서 왜 살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 같아요.
그쵸!
— 수영복이 엄청 많은데 혹시 수영복을 픽하는 기준이 있나요?
수영복을 입어보면서 알게 된 게, 제가 단색 컬러를 별로 안 좋아하고 패턴 있는 무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금 있는 것도 다 패턴 있는 건데. 원래 졸린(Jolyn)이라는 브랜드도 진짜 유명해요. 해외 브랜드이고 마니아가 엄청 많은데 여기가 단색 컬러를 정말 잘 뽑아요. 바다에서 입어도 완전 쨍하게 단색 컬러를 잘 뽑는데 하나 입다가 결국에는 별로 안 입고 방출했어요.
— 단색이 안 맞는 걸 알게 됐군요. 재질도 다 같은 재질인가요?
조금씩 다를 거예요, 함량이랑.
특히 수영복은 브랜드별로 사이즈나 재질, 신축성, 핏이 조금씩 달라서 사기가 좀 어려워요.
"토르소 몸통 길이까지 해서 이 정도 사이즈인데 이 수영복은 뭘 사야 될까요?"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 경우도 많아요.
— 까다롭네요. 몸통 길이를 토르소라고 하나요?
토르소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도 정확히 제 토르소*는 안 재봤는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선으로 지나는 길이라고 하더라고요.
- 토르소: 목과 어깨 사이의 한 점에서 시작해 가슴 부위를 가로질러 다리 가랑이가 시작되는 부분까지의 길이
— 혹시 수영복처럼 수집하는 또 다른 물건이 있나요?
요즘엔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여름엔 크롭티를 많이 입었던 것 같고,
그리고 이건 수집의 개념은 아니지만 제가 어떤 작가님의 책을 읽고 마음에 들면
그분의 모든 책을 찾아서 읽는 습관이 있어요.
이번에 빠진 작가님이 '이두온' 작가님인데
'러브 몬스터' 라고 수영장에서 일어나는 스릴러 소설을 쓰셨어요. 근데 내용이 완전 황당해요.
엄마가 혈액암에 걸렸는데 갑자기 사라져버린 거예요.
그래서 내가 엄마를 찾기 위해서 엄마가 가장 열심히 다녔던 수영장에 등록해서 다니는데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고, 우리 집에 수영 강사 떡값을 내라고 새벽에 찾아온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는데 그 사람을 보자마자 "근데 저 기억 안 나세요? 어렸을 때 저 납치하셨잖아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여기까지가 50페이지인거에요.
말 그대로 완전 미친 책이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전작도 찾아봤어요. 근데 내용이 더 미친 거예요.
'작가님은 정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싶었고, 이야기를 너무 잘 쓰셔서 반했어요.
— 육지옷, 물옷이라는 표현이 너무 재밌었어요. 혹시 나의 육지옷과 물옷의 차이가 있다면요?
물 옷이 훨씬 더 화려하고 정신없어요.
수영복은 좀 형광색이고 화려해야 더 예쁜 것 같아요, 특히나 원피스형 수영복은.
왜냐하면 물 안에서 더 쨍해지거든요.
어쨌든 물 안에 들어가면 솔직히 다른 사람 얼굴, 몸 볼 틈이 없고 수영복이 많이 보이는데 쨍할수록 훨씬 예쁘고 사진도 잘 나오니까 그런 수영복을 많이 사는 것 같아요. 근데 가끔 수영 카페에 '수영을 하면 몸이 많이 노출되니까 그게 너무 창피하다. 그래서 수영복을 좀 튀는 것보다는 검은색이나 남색, 단색으로 초보자에 맞춰 사야 될까요?' 이런 질문이 진짜 많아요.
근데 누구도 내 몸에 상관하지 않거든요. 어쨌든 수영장 가면 수모 쓰고 물안경 쓰면 다 똑같아요. 검은색, 남색 수영복이 내 스타일이면 그걸 사도 괜찮은데 내 취향이 아닌데 억지로 사는 거라면 저는 완전 비추에요. 왜냐면 다시 사게 돼요. 마음에 안 들어서 또 구매를 하게 되더라고요. 제 경험담이기도 하고. 그래서 수영복을 사는 건 그냥 내가 원하는 거 사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초보자든 아니든.
— 육지옷 물옷 둘 다 좋아하는 취향이 엄청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 가장 좋아하는 수영복 브랜드가 무엇인가요?
제가 수영복에 빠져서 모든 브랜드를 다 팔로우하고 상품 전부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수영복을 누가 입고 있으면 '저건 그 브랜드!' 하고 알 정도였는데
(웃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수영복은 릴리 굿스윔이라고 국내 브랜드인데, 이 핑크 다이아몬드 수영복이 제 최애예요. 이게 엄청 편하고 물 안에서도, 밖에서도 다 예쁘고 컷도 적당해요.
보통 고수일수록 하이컷을 입는데 골반이 다 드러나는 형태가 수영할 때 걸리적거리지 않아서 선호해요. 초보자들은 너무 드러나는 게 민망하니까 로우컷을 사거든요. 근데 저는 딱 미들컷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로우 컷을 입으면 천이 많으니까 엉덩이가 약간 기저귀 핏이 되는 그런 경우도 있어서 미들컷에 정착을 했어요.
그리고 HOOG라는 브랜드의 '복숭아 수영복'은 저를 수영복의 세계로 인도했어요. 사실 그전에는 원피스 수영복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원피스 수영복은 강습용이고 나중에 사진 찍거나 밖에서 입을 때는 별로지 않나?' 이랬는데 HOOG의 복숭아 수영복을 본 순간 이게 뭐지? 하면서 눈이 확 뜨였어요. 수영복을 너무 구하고 싶은데 수영복은 브랜드마다 사이즈도 다르고 빨리 품절돼요.
재입고도 1년씩 걸리니까 있을 때 사야 되는데 당시엔 이 옷이 없어서 중고 거래를 했어요.
대신에 중고 거래는 좀 활발한 것 같아요. 그때 안 사면 우주에서도 구하기 힘들다고 '우주 매물'이라고도 부르더라고요.
좀 더 소개를 하자면 나이키 수영복은 강습받을 때 좋다는 평이 많고, 외국 브랜드 중에서는 졸린이라는 수영복이 엄청 마니아도 많고 솔리드 컬러를 잘 뽑아요. 그치만 저는 패턴을 더 좋아해서 펑키타의 핑크 팬더가 그려진 수영복을 샀어요.
제가 말한 거 외에도 수영복 브랜드가 더 많아서 카페나 혹은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다 보면 내 취향인 원피스 수영복이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 프리다이빙 끝나고 수영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된 거예요?
한 4개월? 저도 사면서 웃겼어요. 초보가 이렇게 수영복이 많다니..
— 원래도 수영처럼 무언가 하나에 빠지면 커뮤니티를 찾아볼 만큼 딥다이브하는 편이신가요?
살짝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사실 수영 카페에 가입한 이유도 수영복 거래하려고 가입한 건데 기준이 빡세요.
등업 규정이 있는데, 되게 빡세더라고요.
— 이 중에서 실패한 수영복은 하나도 없나요?
있었죠, 저 고래 수영복이 너무 작은 거예요.
근데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문의센터 가보니까 다 그 말이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잘못 만들어진 거였더라고요. 그래서 전량 리콜해줘서 다시 받은 거예요.
교환 신청을 빨리 한 사람들은 교환이 됐는데 아닌 사람들은 환불도 못 받은 거죠. 그게 좀 아까워요.
왜냐하면 수영복을 친구한테 줄 수도 있는데, 사이즈가 안 맞으면 못 주니까 그게 아까운 것 같아요.
— 이제 한옌님에 대한 질문을 해볼게요.
'겁이 많지만 계속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해 주셨는데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제가 자주 불안해하고 겁이 많은 편인데 그래도 상황이 닥치면 피하기보다는
엄청 힘들어하면서도 도전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저는 제가 회피형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친구에게 말을 하거나
심리 검사를 했을 때도 '회피형이 아니라 직진형이다. 근데 불안과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많은 편이긴 하다.'
이렇게 나오더라구요.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해내는 그런 힘든 타입이거든요. 그렇지만 앞으로 살면서 계속 도전해 볼 게 생기는 건 좋은 거니까요.
방금 생각났는데 요즘에는 운전이 너무 하고 싶어요. 제가 이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정신이 없긴 한데 여기선 주차가 가능하거든요. 요즘 지인들이 운전을 해서 태워준 적이 많았는데, 확실히 활동 범위가 훨씬 넓어져서 운전을 하고 싶더라고요.
— 마무리를 하면서 간단하게 소회를 말하자면 누구나 수영을 새로운 세계로 느끼지는 않거든요. 누군가는 그냥 운동으로 느끼고, 누군가의 물에서의 시원함만 느낄 수도 있어요. 근데 그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수영을 받아들이는 한옌님의 자세에서 나온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아기 때도 수영을 무서워했는데 다시 도전했잖아요. 사실은 끝까지 저항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 한번 해볼게" 했던 그 용감한 자세가 지금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 걸 느꼈으면 좋겠나요?
같이 수영을 했으면 좋겠네요. 사람들이.
그래도 지금 광진구 수영 클럽이라고 지금은 저희 회사 동료랑 저밖에 없긴 한데 둘이 같이 다녀요.
저희와 같이 수영하면 너무 재밌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 독자분들이 광진구 수영 클럽에 가입하고 싶으면 어떤 경로로 연락드리면 되나요?
그냥 저한테 연락을 하고 거기에 있는 수영장을 같이 다니면 됩니다. (웃음)
그리고 수영복을 고를 때 본인이 꼭 원하는 디자인으로 고르시길! 창피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가면 그냥 수영장에 있는 몸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그리고 수영은 너무 힘들거든요. 옆을 못 봐요. 내 몸 간수하기도 힘들어요.
본다 하더라도 수영복을 보는 거지 내 몸을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예쁜 수영복, 내가 좋아하는 수영복을 입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