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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Oct 24. 2022

비건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2

인간의 육식이, 지구의 환경을 상하게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먹는 쾌락에 다른 생명체의 죽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또 다른 윤리적 연결고리에 대한 이야기를 차치하고 서라도 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12억 8천 마리의 소들이 전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를 소를 비롯한 가축들이 섭취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의 18%를 차지한다고 한다. 

자동차 비행기를 비롯한 모든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걸 합친 온실가스 배출량의 13.5%를 뛰어넘는 수치이다.

축산업은 이렇게나 분명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비건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나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냥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감을 몸소 느낀 이후에서야 비로소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참 수동적인 삶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게 축산업 대해 알아본 결과, 나는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말을 무책임하게 내뱉을 수 없었다.

관심의 유무와 무관하게 가축을 먹는 인간이라면 외면하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문제와 구축된 시스템 속에서 희생되는 동물들의 생명을 모른 척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이와 같은 윤리적 문제들이, 행동까지 이어지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넷플릭스의 다큐 [WHAT THE HEALTH :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을 추천한다.

나 역시 단순한 신념만으로는 이만큼의 결심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다큐멘터리는 또 다른 관점에서 채식을 지향하게 만들어준다.


남은 생을 완전한 비건으로 사는 건 아직은 자신이 없다.

다큐멘터리를 본 직후, 육식을 그만둬봤지만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고기를 먹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어려운 일을 다름 아닌 내가 해내버렸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그 문장을 한번 더 실감하면서 말이다.


육류의 소비와 환경문제는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은 해야 했다.

그렇게 내린 나름의 결론은 인생의 절반의 순간만큼은 비건을 지향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소비하는 육류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에게 오게 되었는지, 그 안에 내포된 축산업의 잔인함도 알게 된 이상 외면할 수는 없었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도 되는 걸까? 하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답을 내렸고, 그렇기에 비육식을 지향하려 한다.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다수의 어설픈 비건 지향인이 낫다는 말을 지침 삼으며, 

지금처럼 나는 매일 딱 한 끼만큼의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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