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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Oct 11. 2024

태풍에 제비집이 날아갔다.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집을 계약을 하고

다시 리모델링 공사를 어떻게 할건지

공사를 맡긴분과 함께

집을 둘러보러 다시 찾았을때,

집 현관 미닫이 창문틀 위에는

제비집이 예쁘게 자리하고 있었다.

 

공사를 하게되면 어쩔수 없이

제비집이 공사하는 울림에 흔들릴게 분명했다.

제비집에는 새끼 제비들이 서너마리가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이제 곧 날아가기 직전인듯 했다.

아.

새끼들이 다 날아간 뒤에 공사를 해야겠구나.

우리는 하루가 급했지만 공사일을 미뤘.


 일후 태풍이 지나갔다.

엄청난 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몇 일이고

휘몰아 친 후에 집을 다시 찾아갔다.




 일동안 사정없이 부어댄 폭풍우에

제비집은 날아가버렸고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집에 살고 있던 아주머니에게

제비집이 어찌된건지 물었다.


그녀가 말하길,

이번 태풍에 제비집이 떨어져버려

새끼 3마리가 있던 제비 집이

아무래도 바람에 날아가버린 모양인데

새끼 한마리는 마당 한 귀퉁이에 죽어 있었다 했다.


다른 한마리는

현관 근처에 떨어져 있길래

 안으로 들여서 비를 피하게 해주고

대강 먹을수 있는것을 줘 봤더니

겨우 살아나 어제 날아갔다 했다.

 

저런. 딱해라.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전엔가 마당에 제비 한마리가

퍼덕거리고 날아오르지 못하고

낑낑거리는 것이 이상하고 불쌍해서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살펴 봤단다.


자세히 살펴보니

날개 오른쪽 부분이 거미줄에 칭칭 감겨있어

날개가 펴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날지는 못하고 흙바닥에서 어찌나 퍼득였는지

살도 없는 다리에 시뻘겋게 상처가 나 있더라고.

아주머니는 날개에 얽혀있던 거미줄을

조심 조심 풀어주

다리  상처난 곳도 정성껏 돌봐 줬다 했다.

 

그러자 몇일 후에

그 제비가 기운을 차리고

방안을 휘휘 여러 바퀴 돌고 또 돌더란다.

아주머니는  모습을 표현하길,

날 구해 주셔서 고마워요. 인사하는듯한 모습이라고 했다.

그렇게 제비는 미리 열어둔 창문으로 후드득 날아갔단다.


 후부터 매년 봄날이 되면

그 제비인지 아닌지 모를 제비가 찾아와

제비집 기에는 궁색한 이 집 처마 밑에

겨우 겨우 제비 둥지를  틀어 살았다는데

태풍에 그 난리를 당한 모양이었다.




원래 우리 집은

처마가 없다시피 짧은 모양새라

안전하고 깊은 처마에 둥지를 트는 제비에게는

딱히 적당한 둥지터가 아니었을꺼다.


그러나

여기 살고있는 주인 고운 맘씨를 경험한 그 제비가 애써 이곳에 둥지를 만든거였는지도 모른다.

아주머니는 그때 거미줄에 감겼던 제비가

집을 찾아온 게 분명하다고 확신을 했다.

 

태풍에 제비 집이 날아가 버리던날 밤,

아주머니는 밖이 심난해서 현관문을 열고

마당을 몇 번이고 내다 보셨다고 다.


 때 저멀리 죽은 제비 새끼를 발견하고서

혹시나 해서 머리위 현관 제비 둥지를 보니

과연 제비집은 바람에 날아가버렸

이미 일을 당한 후였다고 했다.


주변에 또 다른 새끼가 없나 하고

 번을 살펴보아도 눈이 띄질 않자,

제비 가족이 당한 처지가 불쌍해서

혀를 끌끌 차며 다시 집에 들어왔단다.


아침에 현관을 나가보니

겨우 겨우 목숨을 붙인 새끼 제비 한마리가

현관문 바로 앞에 놓여 있더란다.

밤에는 그렇게 찾아도 없던 그 새끼 제비가 말이다.

 

아주머니는

아.지 어미가 나더러 새끼를 살려 달라고

여기다 데려다 논 모양이구나.생각하고는

그 새끼 제비를 데리고 들어와

 일을 돌봐주었단다.

새끼가 기운을 차리고 날아오르기에

창문을 활짝 열어 잘가라.

인사를 하고 보내주었다 했다.




아주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듣는데

나는 새끼 제비들이 너무 딱하고 안타까웠고,

이제 막 하늘을 날아오를 새끼들을 잃은

어미 제비도 불쌍했다.


한편으론,

작은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리 살뜰이 살펴준 아주머니 고운 마음이 느껴져서 고마웠고 감동스러웠다.

 

공사를 마친 후에

우리가 집으로 이사를

다시 봄이 되었을 때

제비들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ㅡ그 제비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제비들은 몇  동안 집 주변을 낮게 돌며

둥지를 틀 곳을 찾고 또 찾더니만

결국

아무래도 짧게 나온 처마가

들이칠 비바람에 걱정이 되었던지

 곳에 다시는 둥지를 틀지 않았다.

 

그러나

제비들은 언제고 우리집 마당 위 전기줄에 소도록히 앉아 물어온 먹이를 먹거나

따듯한 햇볕을 즐겼다.

우리는 종종 거실창으로 내다보며

전깃줄위에 앉은 제비 가족이 하는 행동을 구경했다.




장마가 그치던 어느날,

거실 창으로 내다 보니

가까운 마당위 전기줄에

이제  둥지를 나와

날기를 배운듯한 새끼 제비들이

엄마 제비와 아빠 제비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있었다.

 

새끼들은 아직 전선 위에 앉는 자세가 익숙치 않아

금방이라도 중심을 잃고 떨어질것처럼

간당 간당 흔들 흔들하며 앉아있었다.

전선  위에 앉은 제비 가족을 보며

 집에 살던 아주머니가 들려주셨던

제비 이야기를 떠올렸다.


너희들은 올해 태풍에도

아무일 당하지 않고 잘 컸구나.

다행이야.

 

찬바람이 불어서 제비들이 떠나고나면

가끔 그 제비  가족 얘기가 생각날때마다

나는 녀석들은 지금 어디에서

지친 날개를 쉬고 있을까.궁금해진다.


창밖으로 마당 위 전선에 새까맣게 앉아 있는

까마귀들을  구경하다가

 제비 가족이  생각나 몇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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