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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Oct 09. 2024

야! 먹을거 가지고 장난치믄 못 써!

마당을 나온 암탉과 수탉 2

시골 우리 집 마당엔

한 마리의 수탉씨

세 마리의 다소곳한 암탉댁들과

그리고

두 마리의 수컷 오리,

성질괴팍했던 암컷 오리댁 두 마리가 함께 살았다.


녀석들이 먹이를 먹는 순서를 보면

늘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아마도 그들 사이에 정해진 서열에 따라

서열 높은 순서대로 먹는 모양이었다.


 모이와 오리 모이를 주면

 먼저 그들의 서열 1위 수탉씨가

고상한 꼬리를 흔들

ㅡ밥 때가 된 것인가.ㅡ하며

천천히 모이 앞에 도착했다.


수탉씨가 아주 여유롭고 느리게

일등으로 먹고 나서 자리를 비키면

암탉댁들 세 마리가 수탉 눈치를 살살 살피며 모이를 먹었.

그때 수탉씨는

암탉댁 주변을 뱅뱅 돌면서

성질 급한 오리씨들로부터

사랑스런 그녀들을 지켜주었다.


저만치 서열에서 밀린 오리댁들은

암탉댁들이 먹고 있는 모이통에 시선을 고정하며

닭들 주변에 떨어진 모이를 날름날름

비굴하게 눈치를 보며 주워 삼켰다.


암탉댁 세 마리 식사가 끝나면

 다음은

성질 괴팍한 암컷 오리댁 두 마리가

정말이지 요란스럽게도 

꾸왜애액 꾸왜애액 하며 모이통으로 달려들었다.

수컷 오리들도 그들 뒤를 따라

뒤늦을세라

그녀들 사이로 머리통을 들이밀었다.


오리씨들이 게걸스럽게 이제 막 모이를 먹기 시작했을 때,

한살배기 둘째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직 걷지를 못하니

무릎을 잔디 바닥에 대고

사사사샤사사샤샤삭 기어가

네 마리 닭들과

게걸스런 오리들 모이통 앞에 척하니 앉았다.


없는 집 살이하며 쫄쫄 굶는 오리들마냥

정신없이 모이를 주워 삼키던 오리댁들은

불시에 나타난 불청객을 보고는

꾸왜액 꾸왜애액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거나

혹은

하늘로 붕 날았다.


신속하게 기어가

그들의 모이통 앞에 앉은 둘째는

 마리 닭들과

 마리 오리들의 성화를 들으며

그들 모이통에

손을 푹 담근 다음

한주먹 웅켜쥐었다 쏟았다가

웅켜쥐었다 쏟았다가하며 모이 놀이를 했다.


이제 막 모이를 먹기 시작한

성질 사나운 오리댁들은

그들의 배를 아직 채우지 못했으므로

불청객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안절부절 난리였다.

애기야!

우리 모이로 장난치지 마!

떽!

하지마라고.

먹는 걸로 장난치면  써!


돌백이 애기가 자기들 말 귀를 못 알아듣자

오리씨들은 네 마리가 단체로

날개를 파다다닥 거리며 신경질을 부렸다.


야!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지 마!

아.장난치지말라고!

건들지마!

야아아!!!!!!!!!!

하지마아!!!!!!!!!!!!!


어쩔 땐

애기한테 자신들 먹이를 뺏긴 것에 대해

스로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너무 너무 화가나서 미치겠다는듯이

일렬 종대로 날개를 쫘악 펼치고

네마리가 나란히 와다다다 마당을 내 달렸.

꾸왜애액 꾸왜왜액하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둘째는 모이를 가지고 놀았다.

그때

닭이며 오리가 좀 성가시게 군다 싶으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휙! 던져서

자기들 모이 건들지 말라고

시끄럽게 성화중인 그들을 제대로 명중시켰다.


모이를 뺏긴 데다

예상치 않은 장난감에 일격을 당한

불쌍한 날개 달린 짐승들은

마당 사방 팔방으로 날아갔다.


모이 놀이가 끝난 둘째는

이제

장난감 덤프트럭에

닭과 오리들  모이를 주워 담았다.

그리고

왜앵 왜앵 소리를 내며  무릎으로 기면서

덤프 트럭을 굴리며 놀았다.


 사이

 마리 닭들과

 마리 오리들은

망연자실

먹을 거로 장난치는 불청객옆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애기야.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는거 아니라고!

떽!!!

어허!

에비! 에비!!

ㄴ.. 내 냅둬어!!

아. 냅두라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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