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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Oct 16. 2024

거실 전등밑 거미.욕실에 갖힌 청개구리.다리 셋 길냥이

백석 시를 읽다가.

우리가족이 시골살이를 시작했던

그 농촌 시골집에

우리집 거실과 오래된 욕실과 마당 헛간 창고에

생뚱맞은 생명들이 함께 살았다.


우리집 거실 전등밑에

덩치가 크고 배가 유달리 불룩했던

산왕거미가 살았고,

우리집 오래된 욕실에

어디선가 뛰어 들어온 청개구리가 함께 살았다.

욕실에 갇힌 녀석을 발견한건

추위가 막 시작되는 늦가을 즈음이었으니

언제부터 불행하게도 욕실에 갇히게 된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


마당 헛간에는 길냥이가 둥지를 틀었는데

그녀석은 다리가 셋뿐인 불쌍한 녀석으로

내가 잘 거둬 멕인 덕분

 곳에서 우리가 제주로 이사올때쯤엔

엄마가 되었다.


첫 시골 생활에 모든 것이 신기했던 우리는

그렇게 우리 영역을 겁없이 침입하는 녀석들에게

매우 관대했다.


거실에 살던 이 거미란놈은

우리가 저녁을 먹을 오후 여섯시 쯤이 되면

거실에서 밥먹는 우리들 머리위로 쭈욱 거미줄을 늘어 뜨리고 우리를 놀래키곤 했다.


한번은 배가 땡땡한 거미 녀석을

마당으로 내 쫒아 보내긴 했는데

어떻게 다시 들어 온건지

ㅡ어쩌면 그거미가 아닐지도 모르지만.ㅡ

그녀석은 어느새 다시 거실 전등밑에서

저녁시간만 되면 거미줄을 늘어뜨리고

우리를 구경했다.


식사를 하다가  딱  아이들 머리통 위쯤에서

거미가 거미줄을 타고 내려와 대롱거리면

처음에 기얌을 치던 아이들도

차츰.아! 깜짝이야! 놀랬네.또야?

하면서 마음 넓게 웃곤 했다.


그러면 거미는 우리가 놀라는 소리에

지가 더 깜짝 놀라서 거실 전등속 어딘가로

뽀르르 사라지곤 했다.


욕실에 살던 불행한 청개구리는

날이 추워진 관계로

청개구리를 밖에 내 놓으면

금방 얼어죽을 꺼라는 아이들의 강력한 주장에 힘입어 우리집 에서 반려 동물이 되어버렸다.


청개구리 녀석이 무얼 먹을까.고심하던 우리는

개구리가 좋아하는 파리를 생각해 냈는데

아이들이 거실에 앵앵 날아다니는 파리를

파리채로 탁 쳐서 잡은 후에

여기 저기 폴짝거리며 돌아다니던  개구리 앞에

자..먹어봐!하고 두니 이녀석은 쬐그만 눈만

 번 꿈뻑이더니 관심없어했다.


몇일 동안 그 청개구리를 자세히 관찰하던 우리는,

개구리는 살아 있는 먹이만 먹는데

그 움직임을 포착해서 잡아 먹는다는

얼토당토 않는 결론을 내렸다.

ㅡ 아무리 자연관찰 책을 뒤져봐도

내용이 신통치 않았으므로.ㅡ


그래서 욕실에 사는 개구리를 살릴 참으로

최선을 다해 날아다니는 파리를

조심스레 기절시킨 다음,

개구리가 있는곳 바로 눈앞에

살짝 을 묻힌후 조심스레 파리를 올려 두었더니

길고 허연 혀를 쭈욱 내밀어 낼름 삼켰다.


 장면에 우리는 환호를 터트렸다.

아.이젠 녀석이 추운 날 굶어 죽지 않겠다.

생각하며 신나했다.


 때가

 앞 벼를 다 베어낸 휑한 논에

허연 서리가 내려 앉던 날이었으니

그 개구리도 못할짓이요.

우리도 못할짓이기는 했다.


둘째가 다시 아파서

지방 병원에서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우리는 서울에 큰 병원으로 재차 입원을 하러 올라갔다.


병실안에서 둘째랑 오도카니 앉아있다가도 

헛간에 사는 다리 셋 길냥이 녀석은

무얼 먹으며 살까.

거실에 거미는 아직 그대로 일까.

그리고 제일 걱정이었던

추운날 그 청개구리 녀석은 어찌 되었을까.

문득 문득 생각이 났다.


퇴원을 한  집으로 돌아와 얼마지나지 않아

한 겨울, 우리는 제주로 이사를 와야 했는데

거실에 거미도.

욕실을 자기집 삼으며 살았던 청개구리도.

불쌍한 다리 셋 길냥이 녀석도.

쌩쌩부는 찬바람속에 그냥 두고 올수밖에 없었다.


그 집을 떠나오던 날,

다리 셋 길냥이는

이삿짐이 나가고 있는 마당 한 켠에

삐쩍 삐쩍 걷는 새끼들을 데리고 나와 앉아

우리를 쳐다보며 잘가요. 배웅하듯이 냐옹거렸다.


내가 갑자기 지난 회상이 떠오르는건

어제 잠시 꺼내 읽었던

겨레문학선집 속 백석시인의

거미에 대한 시를 읽고나서였다.


백석 시인은

집안에 든 거미를 아무생각없이

 겨울 마당으로 던져버렸단다.

 있다보니 실가닥 같은 다리를

졸랑거리는 아기 거미 여럿이 집안에 있는걸보고,

어미 거미를 내가 쫒아버렸구나!

생각하니 슬픈 마음이 들어서

그 새끼 거미들도 어미를 찾아가라고

마당에 내 놓았는데 그것도 슬퍼서

그날 밤 미안하고 슬픈 마음으로 쓴 시였다.


덕분에 나  역시 지난 회상에 잠시 젖었다.

백석의 시가 지난 추억속

그 세 녀석

거실 전등속에 살던 거미와

욕실에 살던 작은 청개구리와

마당 한쪽 헛간에 살던

다리 셋 길냥이 녀석들을 이렇게 불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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