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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Oct 18. 2024

야아아아아. 뻐꾸기 소리 쫌  안 나게 해라!

밤새 우는 생명들은 다 이유가 있다.

시골 동네에 밤

생명 있는 온갖 것들이

각자 살아가는 자리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로 운다.

각자 이유따라  여깄다. 하며 운다.


한동안은 아주 어린 아기 노루가

먹이를 구하러 간 엄마 노루를 찾아대는지

달 동안 초원 이쪽저쪽에서

가는 목소리로 캐앵 캐앵하며 울었다.


먹이 구하러 나갔는지,

아기 노루와 멀리 떨어진 엄마 노루는

엄마 여깄다. 지금 가고 있어. 하며

아기 노루와 대화하듯

거리에서 서로 주고 받으며 울었다.


아기 노루는 이제 좀 성장해서

엄마 노루 곁을 떠나 독립했나 보다.

 내린 초원 자리가 저리도 조용한걸 보니 말이다.


어젯밤엔 호랑지빠귀새가

저녁밥 먹을 부터 시작해 울더니

밤새도록 잠시도 쉬지 않고

휘이 휘이이

울음 꼬리를 길게 쭈욱 빼서

진한 여운을 남기며 울어댔다.


호랑지빠귀새는 아침이 도록

휘이이 휘이이이이이이이이

귀신 나올 것 같은 울음소리로 오래오래 울었다.


새는 무슨 이유로 밤새 저리 울까.

외로워서 친구를 찾는 걸까.

슬퍼서 우는 걸까.

배고파서 우는 걸까.

억울한 얘길 하소연하며 혼자 저리 우는 걸까.


그 새가 도대체 왜

밤새 우는지 알턱 없는 나는

혼자 공상하며 짐작만 할 뿐이다.


호랑지빠귀새가 울던 자리를

오늘 밤은 뻐꾸기넘겨받은 모양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 위를 뒹굴거리며

책을 읽고 있을 때부터.

집 뒤 동산 사는 뻐꾸기 

지금 시간 새벽 두 시를 향하고 있는

 시간까지 쉬지 않고 울고 있다.


멈추지 않는 딸꾹질에 제대로 걸린 이처럼

딸꾹 꺽 딸꾹. 딸꾹 꺽 딸꾹하듯이

대략 1초 간격을 두고

끊임없이 뻐꾹뻐꾹 운다.


뻐꾸기의 뻐꾹!  한번은

참새의 짹짹이나

제비의 지지배배 울음 한번과는

울음 한번에 들어가는 뱃심 자체가 다르다.


참새와 제비의 울음 한번은

그냥 온몸에 힘을 빼며

낭창 낭창 발성하는 짹짹짹. 지지배배다.

그러나

뻐꾸기의 뻐꾹. 울음 한번은

온몸의 힘을 쥐어짜며

있는 힘껏 쀀!꾹!이다.


이게 저렇게  몇 시간 반복했다가는

아마도 피를 토하거나

쥐어짜는 뱃심과 괄략근 박자 조절 실패로

쀀.할때 퓩! 지릴수도 있는것이다.


내가 저 뻐꾸기였더라면

뻐꾹 소리 있는 힘껏 쥐어짜  우느라

배가 다 아플 지경 일 테지만

저 뻐꾸기는 끄떡없다.

저녁밥을 든든하게 잘 챙겨 먹었나 보다.


어쩌면 밤새 울어보자 작정하고

저녁밥을 든든하게 먹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리도 쉬지 않고 뿩꾹! 쀀꾹! 울어대다니.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울어대니

우는 뻐꾸기도 힘들겠지만

8시간 동안 1초 간격으로

빈틈없이 뻐꾹 소릴 듣는 나는

이제 내가 다 숨이 찰  지경이다.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우는 새.

8시간 동안 들으며 침묵하는 숲 속생명들.

숲 속 생명들이 뻐꾸기에게 항의할 법도 한데

너그럽게 아주 잘 참는다. 

그러나

8시간 동안 듣는, 인내심 없는 나는.


이야아아아아아아아

뻐꾸기 소리 쫌 안 나게 해라아아아.

(라고.소리 지르고 싶었으나

동네 사람들이 너나 조용해라.할까봐 참고!)


뻐꾸기 울음 소린

여전히 1초 간격으로 유지되며  울고 있다.

1초와 1초 짧은 틈새

어느 박자에서 뻐꾸기는 숨을 쉬면서 우나

그것도 궁금해진다.


어. 그래.

힘든갑다.

뻐꾸기 우는 소리가 멈췄다.


(약 5초 후 )

그러면 그렇지

 다시 운다.

살다 살다 저렇게 체력 좋은 뻐꾸기는 첨 봤다.


뻐꾸늘 하던 대로

벌건 대 낮에나 울 것이지

왜 밤에 잠도 안 자고 오늘은 저리 우나 모르겠다.


아마도 어제 밤새 울던

호랑지빠귀새소리에 된통 당해서

어디, 너도 한번 당해봐라. 하면서

밤새 오기를 부린 채 시위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8시간 동안 외로이 울어대는

뻐꾸기 울음소리에

단체 화음을 넣듯이

풀벌레들도 함께 운다.


내 방 창 밖 아래 풀 숲에는

여치가 먼저 선창하여 우니

귀뚜라미가 너 왜 우냐고 운다.

옆에서 듣고 있던 찌르레기가 너네 시끄럽다 울고

노 네임드 벌레들이 니네 다 조용해라 운다.

풀벌레들은 이내 합심하여 통성 기도하듯이 운다.


가만히 까만 밤 방안에 들어앉아 있다 보면

근처 숲 속에서

나무 위에서

숲덤불 속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각자 사연대로

나 여깄소. 하면서 울어댄다.


아주 아주 가끔은

그 생명들 울음소리가 들릴 때

불 꺼진 방에서 나도 나름 이유가 있어

혼자 슬퍼서 소리죽여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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