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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Nov 12. 2024

호오~요놈 봐라아.

유창한 영어.자유분방한 행동.자신감 넘치는 표정.

그 아이를 처음 봤을때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이러했다.

호오~요놈 봐라아.


남편 제자아이들 방학 캠프때

아이들 무리중에 섞여있던 녀석은

단연 눈에 띄었다.

특이했단 얘기다.


처음 나는 그 아이가 재미교포인줄 알았다.

한치의 의심조차 없었다.

 중간 중간에 툭툭 튀어나온

자연스럽고 유창한 영어가 그랬고

굉장히 자유분방한 녀석의 행동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내 예측과는 다르게

녀석은 외국물이라곤 먹어본적도 없는 아이였다.


영어를 워낙 좋아해서

혼자 독학으로 영어를 마스터한 그 아이는

사고방식.행동.말투가

그 애가 스스로 재미교포라 뻥을 친다해도

누구도 의심하지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신기한 녀석이었다.


일반 학교를 다니며

본인이 좋아해서

중학생때부터 아리랑 라디오 방송 고정 패널로 활약을 하는가하면,

여성학에 관심이 많아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외국인 친구들과는 오프에서 커뮤니티로 소통하는 예사롭지않은 인물이었다.



수학때문에 고전하던 녀석은

남편의 제자로 인연이 맺어졌다.

영어 실력은 하늘로 날아다녔지만

수학 성적은 고만고만해서

남편을 찾아왔던 모양이었다.


그 아이 엄마는

남편과 상담을 할때마다

공부엔 그다지 관심없고

본인이 하고싶은 일에

목숨걸고 덤벼드는 아이를 놓고

여러 번 눈물바람을 했다.

그러나

녀석은 개의치않았

본인이 하고싶은 일과 관심사를 쫒아다니며

그렇게 멋지게 생활을 했다.


급기야 남편이 아이를 불러 말했다.

너 그러지말고

아예 국제학교로 전학을 가는건 어떠냐?

국제학교 교육비가 비싼게 문제긴 한데

너가 관심있다면

국제학교에 메일을 보내서 너를 어필해봐라.

나 이러 이러한 인재인데

너희 학교에서 지역인재 하나 키운다.생각하고 나를 교육시켜줄 생각이 없느냐고.


본인 흥미를 끄는 일에는

만사 제쳐두고 즉각 행동하는 녀석은

남편말에 구미가 당겼는지

국제학교 여러곳의 교장들 앞으로 메일을 보냈다.

결과는 놀랍게도 두서너곳에서 콜이 왔다.

너 인물이구나.어디 한번 얼굴 좀 보자!


그렇게 녀석은 고2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비싸다고 유명한 국제학교 교육비는

한푼도 내지 않고 학교를 다녔다.

국제학교 전액 장학생이  것이다.


국제학교로 이동한 녀석은 물 만난 고기마냥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

대학입시를 앞두고는 보란듯이

미국 명문대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아시아 학생중 단 한명에게 주는

전액 장학생이랬다.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역시 매번 놀랐는데

그 녀석 덕분에 우리도 깨달은게 있었.

자식을 키울땐

부모 욕심에 안달복달 하지말고

자식이 원하고 미치도록 재밌어하는  하도록

그냥 지켜봐주!

그래.그게 진짜 정답이구나.


사실 그 아이의 부모들도

이 아이의 평범하지 않는 성장 과정들을 겪으며

속 꽤나 썩었고 눈물바람 꽤나 했었.

부모는 그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늘상 한숨을 쉬었으니 말이다.


부모 욕심과

부모 기대가 커질수록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인생 플랜을 비웃듯이

녀석은 부모가 지켜보기에,

부모 드럽게 안 듣는

고집 쎈 망아지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의 기우였을 뿐이었다.

그 아이는 너무도 훌륭하게 잘 크고 있었다.


자아가 강한 아이

자립심이 강한 아이

자기 주장이 분명한 아이

자기 세계를 명확히 들여다볼줄 아는 아이

녀석은 그런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부모가 어느 순간 두손 두발 다 들고

그래 너 하고싶은대로 해봐라.

져 준듯이 아이를 믿어 주었을때,

아이 목소리는 더욱 분명해졌고

자기만의 색깔이 깊은 자아속에서

폭죽 터지듯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미국 명문대로 진학한 그 아이는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에서

자유롭게 사는 바다 거북이처럼

 에서 야무지게.즐겁게.열심히 산다.


가끔 에 올때마다

한번씩 남편을 찾아와 인사를 하는데

제는 정말 당글 당글 이쁘고 씩씩한 아가씨로

성장했다.


자신감이 넘치고 본인 삶의 푯대가 명확한

애가 요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들을때마다

시간이 아주 한참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을 한다.

호오~요놈 봐라아.


역시나 부모입장인 우리에게

그 애가 남긴 깨우침은 명확했다.

하아. 그래.

지가 하고싶은 것 하도록 지켜봐주자!

내 자식들의 미래를 놓고 고민할적마다

우리 부부는 대화의 끝을 이렇게 맺는다.



말이 그렇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시 시험을 당해서

아이를 의심하며 정신 못차릴 때가 많다.

그러면 얼릉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이내 슬  잔소리 횟수가 줄어들었다.

내 아이가 잘해서

잔소리가 사라졌을리는 만무하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자식은 늘 자식이고

부모는 늘 부모다.

다만 늘 그 자리에 있는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을

최대한 관대하게 유지하려고 용을 다.


나는 내 몸에 사리를 만들어 내며

지금도 도를 닦는 중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잔소리를 줄였을진 몰라도

마음 깊은곳에는 늘 의심이 남아있는 것이.

 녀석이 제대로 가고 있긴 하는건가!


그러나

잔소리가 입밖에 나올려는 찰라에

윗 입술과 아랫 입술을 냉큼 붙이고

위아래 어금니를 깨물며 진짜로 꾹 참는다.

도도 닦고 몸속에 사리를 만들며

수행자마냥 나를 채찍질하며 맨날 인내한다.


이미 나는

내 자식들에게 너네를 믿노라 선언했으므로.

진짜 믿.어.주.려.고 애를 쓴다.

내가 가진 인내심란 인내심을 총동원한다.

하나님은 아실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로 내 아이들이 잘해내리라 믿는다.

잘해내리라는 말은

사회적인 성공을 뜻하는건 아니다.


자기만의 색깔로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세상으로 나가 멋지게

자기만의 꽃을 피어내리라 믿는거다.

나는 내 자식들이 그러기를 바라며

깊고 진한 사랑을 담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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