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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Nov 18. 2024

비 온다. 지렁이가 운다.

뛔애에 뛔에애에(제주도 지렁이 우는소리. 영상 첨부! )

짙은 안개가 뿌옇게

온 사방군데를 휩싸고

추적추적 비가 온다.


째째짹거리는 새 소리에 섞여

뛔애애애애

뛔애애애애

지렁이가 운다.


높낮이 없는

일괄된 톤으로

 울음소리를 내며 운다.



마당 어딘가에서 지렁이가 울때마다

나는 김용택 시인의 산문

아. 지렁이가 운다니까요.글이 생각난다.


지인들 한 무리를 이끌고 산행을 했던 저녁,

온갖 풀벌레 소리 사이에서

지렁이 울음 소리를 듣고서는

시인이 .지렁이가 운다.말했단다.


라면을 먹던 친구들이 일제히 돌아보며

뭐, 지렁이가 울어?

하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다.

지렁이가 울 리 없다고.

여태껏 지렁이 우는 소리를 듣고 살았던 시인만

뻘쭘한 상황이 되었단다.


2주쯤 지나 다시 산행을 할 때

일행인 철학과 교수가 말하기를,

자기가 생물학과 교수에게 물어보니

전 세계 250여 종의 지렁이 중 160여 종의 지렁이가 울지요.하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의 말대로 지렁이가 우는 것으로 판정이 났다는 이야기였다.


 그 글 끝에

김용택 시인은 동시 <지렁이 눈>을 덧붙였다.

가재와 지렁이가 놀던 중에

눈이 없는 가재에게 지렁이가 눈 자랑을 했다.

가재가 지렁이에게서 눈을 잠깐 빌려 달아 보니 세상이 너무 환하고 좋아서

돌려주지 않고 뒷걸음질로 기어

바위 구멍으로 도망가 버렸다.

지렁이는 어이없이 눈을 빼앗긴 것이 서러워서 땅을 파고 들어가서

애둘애둘애두루루 애두루루

애두루루 애두루루. 울고 있다는 시였다.


별것도 아닌 지렁이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찌 저런 동시를 떠올렸을까.

그러니 시인인갑다.


김용택 작가는 산문에서

지렁이가 애두르르르 애두르르르 하고

운다고 했지만

내가 듣기에는

뛔애애애애

뛔애애애애 하고 우는것 같다.

애두르르 애둘애두르 하고 울면 어떻고

뛔애애애 뜌에애에에 하고 울면 어떤가.


김용택 선생님네 집 지렁이가 울고

선생님은 선생님이 사는 집에서 그 소릴 듣는다.

선생님네 집 지렁이는

애둘애두르 애두르르르 하고 운다.


우리집 지렁이도 울고

나는 내가 사는 집에서 그 소릴 듣는다.

우리집 지렁이는

뛔애에에에 뚜에에애에에 하고 운다.


지렁이 지들끼리 모여서 작당하기를,

자고로 지렁이라함은

울때 반드시

애둘애두르 애두르르하고 울어야한다거나

뛔애에애애 뛔애에에에 하면서 울자.않았다. 암만! 그럴리가 없다.

지렁이는 그냥 지들 맘 내키는대로 우는거다.


김용택 선생님네 지렁이는

섬진강변에 사니까

전라도 지렁이는 전라도 사투리로

애둘애두르 애두르르 울고


우리집 지렁이는

한라산 중턱에 사니까

제주도 지렁이는 제주도 사투리로

뛔애에애 뛔애에애애

우는건지도 모른다.


우주같은 비밀스러운 자연이치를

가 어찌 알겠나.모른다.



그건 그렇고!

시인이 지렁이가 운다 말했을때

친구들이 지렁이가 운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더라는

읽으면서 나는

혼자 억울해진 시인에게 곧장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선생님.

저도 지렁이 우는 소리를 알아.

지렁이 그 놈 우는 소리가 얼마나 큰데요.

쵸오오오?


시골에서 사는 김용택 선생님처럼

역시나 시골에서 사는 나는

지렁이가 어떻게 소리내며 우는지 아주 잘 안다.

누가 가르쳐준것도 아닌데 저절로 안다.

뛔애에에에에 뛔애에에에에


시골살이를 시작할 

비가 추적 추적 내리면 마당 어딘가에선

늘상 뛔에애에애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 그것은 마치 백색 소음처럼

배경음악처럼 들리는듯 아닌듯

일정하게 낮고 굵직하게 울리는 터라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의식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소리가 똭! 귀에 꽂히는거다.


뛔에에애에 뛔애에애에에

오잉? 이거시 무슨 소리인거시지?

새소리도 아닌것이

개구리소리도 아닌것이

암튼 요상한 그 소리를 들을때마다

잠깐 잠깐 궁금해하다가

어느 순간 그냥 알게됐다.

아.지렁이가 우네.하고.


생각해보니 진짜 신기한 일이다.

그냥 알게되다니.

나 천잰가?

흔히 천재라 하는 작자들이 늘상 얘기하지 않은가.

그런건 그냥 알게 되잖아요?

누구나 다 그렇잖아요. 그냥 알게 되는거.

...퉤.



지렁이 생김새만 봐도

지렁이 울음소리가 왜 통울음소린지 알것같다.

지렁이는 온 몸통이 텅텅 비었나보다.

그러니 저렇게 통울음소리를 내지.


그렇게 울어대는 놈은

실 지렁이가 아니고

이무기가 되기 직전인 큰 놈인게 분명하다.


고 놈 울음통 소리가 어찌나 큰지

지렁이란 놈이 쀨 받아서 울어대면

고 옆  땅속에 있던 친구 지렁이도 따라 울고

우리집 마당은 지렁이 우는 소리땜에

마당 잔디바닥이 울린다.진짜다.

뜌에에애에애 뛔에애에에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궁금한게 있다.

저 지렁이란 놈들이

비가 오려하니

비가 올랑갑다.좋아 죽겠네.하고 우는건지

비가 오기때문에

비가 오니까 숨 막혀 죽겠네.하고 우는건지

도무지 구별을 못하고 다.

그건 나도 모른다.

그건 그냥 알아지지 않는다.

ps.

지렁이는 웁니다. 눼.

지렁이도 운다고요.


지렁이가 울긴 뭘 우냐.하면서

여러분들도 콧방귀를 뀌면서

저어.저! 시골 아줌마. 뻥치는 것 좀 보소!하까봐

지렁이씨 우는 소리 담긴 영상을 올려봅니다.


우리집 지렁이씨가 웁니다.

지렁이씨이. 부우우타악해요오.


영상속

짹짹짹 새소리(무시)

또독 또독 빗물 떨어지는 소리(무시)

그리고 나머지 바탕음마냥

통으로 울리는 소리가

뛔에애애애애애 뛔에애애에에

지렁이씨가 우는 소립니다.


지렁이 소릴 확인하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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