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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산간 촌 마을에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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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안
Nov 20. 2024
마당을 뚤래 뚤래 거닌다.
자연을 옆구리에 끼고
비비고
만지고
부딪히며
살고 있다
.
그러한
자연이라는 것이
때로는
내 삶의
중노동거리가 되기도 하고
마음이
울적할 때
친구처럼 조용히 위로가 되어준다
.
마당을 그냥 뚤래뚤래 거닐 때가 있다
.
마당에서 자라는
풀. 꽃. 돌
위에 앉은 이끼들도
가만히 쭈그려 앉아 들여다본다
.
때에 따라
이슬을 맞아
잎사귀가 자라고
아무도
관심 없을지언정
소박한 꽃을 피우고
또 그렇게 조용히
사그라진다
.
이게 언제 피었나 싶으면
어느새
사그라들고
이
게 벌써 사그라들었구나 싶으면
다시
저
게 피어오른다
.
몇 년
간 나를 괴롭히던 토끼풀 덤불은
무던히도 덥던 이번 여름에
짧게 깎은 잔디
사이에서
뿌리까지 바싹바싹
타 죽었나 보다
.
비
내린 후
다시 여기저기 번성한 잡초들 속에
토끼풀이라곤
도통
보이질 않는다
.
대신
질경이라던지
이름 모
를 잡풀들이
잔디를 비집고 야무지게 자리를 잡았다
.
나는
토끼풀 때문
에 몇 년을
쌩고생을
했던고로
저따위 잡풀들쯤이야
.
흥
!
겁나지 않는다
.
더 무성해져도 괜찮다
.
마당 소나무 솔가지도 만져보고
시들은 수국나무잎도 떼주는 사이
깨진 항아리에
직박구리
새가 날아와 목욕을 한다
.
항아리
속 고인 물에 들어가
날개를
푸드덕거린다
.
새는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었다가
고개를 든 다음
날개를 휘저어 물을 온몸에 끼얹는다
.
종종
긴 부리로
정성껏
날개밑 사이사이에 깃털을 가다듬는다
.
몇 번
을 그렇게 날갯짓으로 물을 뒤집어쓰더니
내 발자국 소리에 놀랐는지
빼빼
애거리며
나무 위로 날아간다
.
장마
때쯤엔
수국들
이
거창하게
피었다가 지고
가을이
시작될 즈음엔
범의 꼬리 무리가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데
그 꽃은 가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
무리
진 범의 꼬리 꽃들이 절정이다
.
마당에 떨어지는 햇볕에서도
집
뒤편 초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도
짙은
늦가을
냄새가 난다
.
비가 몇 번 더
내렸다가
그치면
가을은 마당 깊숙하게 들어앉았다가
서리 내리는 초 겨울바람에
슬그머니
자리를
내줄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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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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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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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산간 촌 마을에서 삽니다.
09
비 온다. 지렁이가 운다.
10
이만하면 우리는 제주라는 행성에 잘 정착했다.
11
마당을 뚤래 뚤래 거닌다.
12
그는 주저하며 물었다. 휘발유 맞지에?
13
마당에 가을이 머물다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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