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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Nov 25. 2024

마당에 가을이 머물다 떠나간다.

마당엔 여름과 가을날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던

천수국과 백일홍이

이제 서서히 갈색으로 말라가더니

조금씩 자리에 푹 하고 쓰러지며

내년을 기약하고있다.


내가 마음이 허허로워서

마당을 한번씩 둘러보면

그 때마다 그것들은

늘 내게 즐거움과 기쁨을 선물하였으니

이제 때가 되어 물러나

볼품없이 사그러지는 모습이 아쉽지만은 않다.



간간히 쏟아지는 비에

추운 겨울을 지나 이른 봄에 피게 될 수선화가

자기 때가 온거라 착각을 했던지

기를 쓰며 대를 키워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봄이 이제 막 꿈틀거릴 때

봄 기운이 스멀거리는 안개비를 맞으며

대를 올리고 꽃을 피워야 할 수선화는

지금 자기 때가 온거라 착각한게 분명하다.


냉기를 머금은 바람과 따뜻한 볕이

애매하게 오고 가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길거리에 때 아닌 유채꽃이 피거나

매화나무에 매화 꽃 몇개가 필 때도 있고

벚나무에 때를 착각한 벚 꽃 몇 송이 필 때가 있다.


날씨의 경계가 모호한 계절이 되면

이제 내 때가 된 것인가.하며 꽃을 피운다.

꽃도 나무도 계절이 언제인지 헷갈리는 모양이다.

꽃도 나무도 자기 때를 착각 할 때가 있는것이다.

자연의 섭리대로 피고 지고 하는 저들도

그리 실수를 한다.


바보! 지금은 너의 때가 아니야.

너무 성급했구나.



 아닌

수선화. 유채꽃. 매화. 벚꽃 몇송이를 볼때면

나는 볕 좋은 날은 짧고

이제 날센 추위가 올텐데

저들은 어쩌자고 때 이른 꽃을 피워대는 걸까?하며 걱정을 한다.


냉정한 칼바람은 여지없이 당장 닥칠게 뻔하다.

그때서야 그 꽃들은 자기 때가 아님을 알고

이르게 피운 꽃송이는 포기한 후

미련없이 꽃송이를 떨구어 버릴터다.

때가 아니어서 이르게 피운 꽃을 잃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시 따사한 봄이 시작될 무렵에

제대로 자기 때를 만나 축포를 터트리듯

눈부시도록 화사하게

꽃을 피워 올리면 되는 일이다.


때가 지난 꽃들은 무심히 절정이 사그러지지만

또 다른 생명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어찌되었든 세상에 고개를 내민다. 

그러다 자기 때를 만나면 누구보다도

화려한 절정의 꽃을 기어이 피워낸다.


나는 그것들의 부지런하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켜보며

마음에 위안을 얻으며 생각한다.


그래.

사람사는 인생살이도 그러하더라.



지인분들이 집엘 찾아오셔서

내가 까치밥으로 후덕하게 남겨 놓았던 감들을

까치 밥이 너무 많이 남았다시며

긴 장대로 너무나도 쉽게

까치밥 대략 여남은개만 남기고 모두 다 따 주셨다.


그 분의 감따는 기술이 어찌나 시원 시원한지

긴 장대를 들고 나무위에 올라가

아슬아슬 기를 쓰며 감을 따던 내 모습과는

정 반대로 능숙하고 수월한 모습이다.


그 분이 감을 딸 때에

주변에 까치들이 어찌나 소란스러운지

내 밥 가져가지마라.하면서 소란을 피운다.



까치들이 동네 까치들에게

지들 먹을 감을 다 따버렸다고 소문을 낸 걸까?

아침보다 많은 까치들이 우르를 몰려와서

그나마 남은 감 몇 개를 또 빼앗길까싶어

부지런히 쪼아먹기 바쁘다.

이제 겨울이 오고 그나마 남은 감마저 떨어지면

저 녀석들은 또 무엇으로 먹는 기쁨을 누릴까?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부리를 번갈아 대며 먹는 까치들은

때론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고

자기 먹기에만 충실한 녀석들도 있다.

지금 새어보니 대략 십여마리 까치가

그 남은 감을 향해 자리 텃세를 부리고 있다.


아침에는 웬 까마귀들까지 떼거지로 합세해서

감나무위에서 까치와 감 쟁탈전을 벌이는지

아주 소란스럽다.

까치와 까마귀는 저렇게 종종 싸운다.

까마귀가 까치를 이길것 같지만

자세히 지켜보면

까치는 까마귀보다 성질이 더 지랄같다.


까마귀는 까치보다 덩치는 훨씬 더 크고

우는 목소리는 더 크고 시끄러운데

까마귀와 까치가 싸움을 벌일 때 보면

까치는 까마귀보다 성질이 난폭해서

까마귀를 쫒아낸다.


저것들은 나무위에서 싸우다가

싸움이 금새 끝나지 않으면

공중위로 날아올라 공중전을 치룬다.

까마귀가 대들어 보지만 보통은 까치가 이긴다.



까마귀랑 까치가 이렇게 싸울때

나는 마당에 서서 나무위를 고개를 쳐들고 지켜보다가

까마귀가 까치에게 쫒겨나

감나무 옆 편백나무에 앉아서 까치를 향해

화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욕을 내뱉는 모습을 본다.


까치와 까마귀 한판 싸움을

생생히 현장 생중계로 보는거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것이 쌈 구경아닌가.

새들 싸움도 재미지다.


어제 까지만 해도 까치도 까마귀도

감나무에서 번갈아 자리를 내어주며

평화롭게 감을 쪼아먹더니만

지인분이 조용한 새들평화를 깨버린 샘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새들 싸움 판을 구경하며 생각한다.


새들아 미안하다.

그렇다고 이미 따버린 감을

다시 달아줄수도 없으니

어쩔수 없다.

살살 싸워라.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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