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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산간 촌 마을에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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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안
Dec 11. 2024
마당으로 나가려던 암탉씨는 황천길로 갔다.
오골댁은 납작 엎드려 남겨진 알들을 온몸으로 품었다.
우리집
암탉씨
1호
가
아침 갑작스런
릴리옹
습격을 받아 비명횡사했다.
그것도 알을 낳는 귀하신
몸이었다.
전 날 저녁에
닭장
문을 열고
마당을
돌아
다니며 산책이라도 하란 참으로
풀어 두었는데
그걸 모르는
남편이
릴리옹을
마당에 내놓은 바람에
맥없는
암탉씨 1호
만 하늘나라로 가셨다.
(
+
주님.암탉씨 1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먼동이 막 트기시작한 새벽
암탉씨
1호는
따끈
따끈한 알을
하나
낳고
이제
막 닭장
앞 나무
덤불속에
지렁이라도 몇마리 파헤쳐 잡아먹어 볼 요량으로
마당으로
몇
발자국
내딛어
나간것이
황천길로 향하는 몇
발자국이
됐
다.
눈 앞에서 왔다리갔다리 하던
닭을
릴리옹이
발견한 순간
릴리옹은 소싯적
뒷다리
슬관절이 자유롭던 때
꿩 사냥.노루 사냥하던 기술과 속도로
말
달리듯이 다그닥
다그닥
쏜살같이
문이 열린
닭장으로
달려갔다.
암탉3마리 수탉1마리 총 닭 4마리중에
하필이면
알낳는
알백이
놈 가슴팍을
냅다
물고는
그
르르릉 소리를 내면서
온몸을
이리 저리
흔들었다.
릴리옹
한테 재수없이 물린
암탉은
처음엔
흐억.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그 다음은
해액
해액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마침내
흰 눈꺼풀을 내리 깔고서
깨꼬닥!
조용했다
.
그 뒤로는
으드득 으드득
아그작
아그작
암탉 가슴뼈가
릴리옹
이빨에
조져
지
는
소리와
릴리옹이
입맛
다시는 소리만 들렸다.
암탉씨
1호가
비명횡사한 현장
바로
옆에 서있던
수탉씨는
저번에
이어
벌써 두번째
이
비참한 참극을
지켜보는바,
맨탈이 나가서
고르고르거리면서
허연 저승사자같은
릴리옹을
피해
황망히 마당
이쪽
저쪽으로
달리거나 날거나 하면서
도망가기 바빴다
.
하늘로 떠난 우리
암탉씨
1호를
추모해보자.
우리 암탉씨 1호는
살아생전에
날이믄 날마다
쑤풍 쑤풍
알을
잘
낳았다
.
어찌나 알을 잘 낳던지
내가
매일 쌓여가는 닭알을 보며
후라이를 해
먹을까 병아리로 키워보까.하며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
다.
우리 암탉씨 1호는 대한민국 최고의 암탉으로서
알을 잘 낳는건 물론이요.
걷는 자태
또한 어찌나
요염한지
수탉 사랑을 독차지한
암탉이었던 거시였던 거시였다!
암탉씨
1호가
둥지에 낳은 알의
갯수는
차곡 차곡 쌓여
20개 남짓되었다.
암탉씨 1호 비명횡사 사건이 벌어지고난 후
나는
그 암탉이 낳은
알들
이
당장
걱정되었다.
저
20개
알들이
어미를
읽었네.
릴리 이 망할 놈아!
저 알들을 이제 어쩔꺼야?
주둥이에 죽은 암탉씨 1호 닭털을 묻히고서
순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릴리옹에게
소리를 질렀다.
피도 눈물도 없이
암탉씨 가슴팍을 냅다 물어
암탉씨
1호
목숨줄을 끊어놓은
사건
가해자
릴리옹
은
내가 신고있던 쓰레빠에 콧
등아리를
한대
얻어맞고
뀅!비명을 지르더니
마당
한구석으로 쏜살같이 도망갔다.
나는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내 왼쪽 쓰레빠를
도망가는
릴리옹을 타겟삼아 홱 던졌다.
너! 일루 안와?
이노무시꺄!
사건 다음
날
아침에
닭모이를 주러 닭장으로 다시 들어갔을
때
암탉 한마리가
닭장
바구니 둥지속에서
전날 주님곁으로 간
암탉씨
1호마냥
고무 장난감 닭처럼 1자로 쭉 뻗어있었다.
덩치 큰 흰색 암탉들속에
털색깔은 검고 벼슬은 빨간
종이 다른
오골계 암탉이었다.
오골댁으로 말할것같으면,
그동안 암탉들 서열에서 밀려
다른 닭들이 벼슬을 쪼아 대고
먹이를 못먹게 저멀리 쫒아버리던
서열 꼴찌 신세. 왕따 닭이었다.
젠장맞을!
오골댁도 밤새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는갑네!
밤새 안녕이라더니
어제 암탉씨 사건 현장이 너무도 참혹해서
오골댁도
트라우마로
쇼크사를 했나.
전날 오후만해도
쌩쌩하니 잘만 돌아더니만
왠 변고를
당했다냐.
엎드린채로 1자로 쭉 뻗은 오골댁 모양만 보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쯧쯧쯔쯧
!
하이고!
넌 또 왜 이 지경이 됐냐아.
혀도 한번씩
끌끌차며
한숨을 내쉬면서
닭장
문을 열었더니만
유명을 달리한
줄 알았던
둥지에서
쭉 뻗은
그
오골댁이
꾸왜액.
소리를 지르며
푸드덕
푸드덕
날아올랐다.
읭?
오골댁은 유명을 달리한게 아니라
온몸으로 그 많은 알들을 덮고 품고 있느라
기묘한 자세로 그렇게 벌을 서고 있었다.
오골댁은
모가지를 쭈욱 바닥에 누위고
몸을 바닥에
납작하게
붙이고서는
온몸에
있는 털이란 털을 총동원해서
많은
알을 품고
있었던 거다.
벼슬을 쪼이고 왕따 처지였던 오골댁이
죽은 암탉씨 1호
알들을 품고 있었던거다.
닭들도 연민이라는 감정이 있나?
어미 잃은 알들을 대신 품다니!
(라고!생각했었다.)
둥지로 다가가서 들여다 보니
정확하게 21개의 알이
쌓여 있었
다.
전날 죽은 암탉씨 1호가 품고 있던 알이 20개.
다음날 오골댁이 품고 있는 알은 21개.
웽? 알이 하나더
늘었잖아
?
닭알 하나를 낳은 것이 그럼 오골댁이란
말인가?
가만있어바바.
그럼 20개 알중에 오골댁도
그동안 알을 낳았단
말인것인
데!..
일단!
그건 그렇고.
오골댁이
죽은것마냥
몸을
쭈욱 뻗고 엎드리고
모가지까지
바닥에
붙인 후
알들을
덮어
부화시키기에는
알
갯수가 너무 많았
다.
착한 오골댁 알
품는
노고를 덜어주고자
그
중 테두리와
알들
위에 올려진
닭
알
10개를
들고 나왔
다.
오골댁이 성공적으로
알을 부화시킬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다
.
일단은 몸통이 작은
오골댁이
끙끙거리며
품는 모습이 힘들어
보여
알
갯수를 줄여준거다.
암탉씨 비명횡사 사건 전
나는
사실 암탉씨
세마리
가운데
알을 낳는
닭이
몇호씨인지
알을 낳는 닭이
총 몇마리
인지
파악할수 없었다.
닭 생태에 대해선 1도 몰랐다.
알이 쌓여가면 알이 또 많아졌네.
좋아라 했을
뿐이다
.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보니
양계 전문가들이 좌판으로 읊기를,
암탉들이
알을 품는 것은
서열이
높은 녀석이 주로 알을 품는다고
했
다.
알을 낳는 닭들이 여러마리라도
서열 높은 암탉이 자리를 비우면
그때서야 서열 낮은
암탉이
품는단
다.
알을 품는 암탉들도 효율적인 부화를 위해서
각자 로테이션을 하면서
알을 품는다는
사실을 알게된거다.
(옴마야. 신기하구놔!)
자아아. 그니까아 정리해보자아.
그렇다믄설라므네!
하늘나라로 가신 암탉씨 1호도 알을 낳은 놈이였고
비명횡사 사건 이후에도
알이 하나 늘었으니
서열 꼴찌
오골댁
도
알을 낳는 놈이란 말인거시다.
릴리옹이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암탉씨 1호가 죽어버렸으니
오골댁이 바톤을 이어받듯이
암탉씨 1호가 낳은 알과 자신이 낳은 알을
품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오. 그래.이해되고 있어!)
릴리옹이
암탉씨 1호 가슴팍을 물어뜯기전
암탉씨 1호가 나머지 두 암탉들에게
성깔을 부리며
멀쩡히 살아서 돌아댕길적에
가끔 닭장을 들여다보면
서열 꼴찌 오골계가 알을 품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럼. 그건 또 뭐시다냐.)
양계 농사를 지어 본적이 없는 나는
닭 생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야
당시
암탉 1호씨만 알을 낳는줄만 알았다.
알을 낳는 놈 따로 있고
알을 대신 품어 주는 놈 따로 있는줄 안거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의
뇌가
얼마나
순진
한가 보라!
근데 그때를 다시 생각해보면
암탉씨 1호가 계속 알을 품다
둥지에서 일어나
모이를 먹으러
자리를 비울때,
딱 그때!
오골댁이 암탉씨 1호가 품던 자리를
냉큼 차지한 모양이다.
그러니 나는 계속
오골댁이 알을 품는 모습만
봐
왔던
것이다
.
(
당시
오해 시이작! )
아. 맨날 오골댁만 알을 품고 있눼.
저런저런!
성질못된 암탉들 같으니라구!
오골댁을
왕따시키는것도 모자라
대리 알 품기까지
시켜?
비열하고
야비한 놈들!
나는 그동안 서열이 밀린 암탉이
서열 높은 암탉이 난 알을
대리 육아하듯이 알을 품는줄 알았다.
세상에.
이런
무식한
창의적인 생각을 하다니!
절로 웃음이 난다.
에헷헷헤ㅎ..
쩝.
서열 높은 암탉이 서열 꼴찌 닭에게
야! 오골댁! 나 힘드니까 이리와서 내 알 좀 품어!
명령하듯이 말이다.
(자아비판 시작!)
아니.생각이란
걸
해봐
바
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근데
뭐냐고
.
이거 완전 내가 잘못 안거 아니냐고오.
서열 높은 암탉이 있으면
서열 낮은 암탉이 알을 낳더라도
서열 낮은 암탉은 알을 품지도 못하다니!
암탉씨 1호가 살아있을 때
오골댁은
자기 알도 못 품고 얼마나 속상했으까.
이제와서야 닭들 생태를 이해하고보니
암탉씨 1호가 비명횡사 한 날
오골댁이 무슨 생각을 했으까.
의심이 간다. (
ㅡ
..
ㅡ
)
^
++
혹여나
닭장 구석에서
뒤로 돌아서가지고
우는 척하면서 씨이익 회심의 미소ㄹ..
엏험! 험!
아니이이.
우리 오골댁이 꼭 그랬다는것이 아니라아.
세상만사에 찌든 꼰대 시각으로 볼 때
오골댁이 그런 생각을 할수도
있지 않았겠냐아.
그런 생각이 든다.이 말이다.
(
오골댁이 욕한다.
야! 주인놈아!)
오냐.오골댁!
그래.
할말있으믄 해봐라.
어? 뭐라고?
닭 생태라곤 개뿔도 모르고
그런
의심이나하는 무식한
인간
이라고?
동물 복지라곤 1도 없는 그지같은 집구석이야?
가출하고 싶다고?
머.
오해해서
기분 나빴다믄
미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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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
마당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연재
제주 중산간 촌 마을에서 삽니다.
20
고사리 따며 초원을 기었고 고사리 찾느라 마당을 기었다
21
개애애애 삽니다아아아.
22
마당으로 나가려던 암탉씨는 황천길로 갔다.
23
이 새벽에, 마당에 들어온 송아지라니!
24
새벽에 홀로 깨어 무념무상 바느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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