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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안
Dec 14. 2024
새벽에 홀로 깨어 무념무상 바느질을 한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새벽 일찍 깨어서
어젯밤 하다만 바느질을 했다.
저번에 마당에 핀 천수국으로
노랗게 천연염색 한 천으로
큰 방석 두 개를 만들었다.
바느질이 서툴다 보니
이곳저곳 삐뚤거리지만
내가 염색한 천으로
내가 손바느질해서 완성시킨 거라
즐겁다.
식구들 모두 자는 시간
거실에 앉아서 무념무상
도 닦듯이 바느질을 하는데
갑자기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이 생각이 났다.
그는
제주에서 홀로 셋 간 방을 얻어
가난하게
살면서
사진
이외에 스스로 위로받는 순간이
바느질을
할때라
했다.
고요한 새벽에
그처럼 홀로
앉아
바느질을 하다 보니
그가 왜 바느질하는 순간에
스스로 위로받고 행복했다고 말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둘째가
아토피가 심했을 때
나는 거실에 깔던
부드러운 카펫을 치워버렸는데
그렇다 보니
테이블 주위에 앉을 때
앉을자리가 옹색하여
내친 김에
염색한 천으로 방석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두 개를 완성해서 깔아보니
폭신 폭신한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초여름
엔 마당에 주렁주렁 매달린
풋감으로 감 염색을 했고
마당에 지천인 쑥으로 염색을 했으며
적양배추와
천수국,
편백 잎과 가지로 염색을
했더니
천연염색 5종세트가 되었다
.
은은한 빛깔 알록달록한 조각천들을
허접하고 서툰 손바느질
하여
누더기처럼 기워서
이번엔
내 전용 독서용 방석을 완성했다
.
바늘이 지나가며 띄엄띄엄 남긴 실고랑은
제멋대로 삐죽삐죽하나
완성된 것을 보니
아주우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염색재료 구해다가
끓이고
갈고
주물럭주물럭 거려서
훌렁훌렁 물에 헹군 다음
잔디마당 쨍한 햇빛에 말리고
거둬들였다
.
물에 넣고 다시 주물 주물하여 널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니
희멀겠던 무명천은
올리브빛으로
옅은 보라색으로
부드러운 적갈색과
연한 초록색 천으로 변신하였다
.
가끔 염색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솜씨는
엉망진창
서툴러도
마음을 수행하듯이
무념무상 몰입할 취미거리가 생긴듯하여
참
좋다
.
keyword
천연염색
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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