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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Dec 10. 2024

개애애애 삽니다아아아.

동네 개들은 개장수에 대응해 합심하여 짖었다.

우리 옆집 개와

그 옆집 개가 싸운다.

쟤네는 맨날 싸운다.


 놈은 덩치가 작고

짖을 때 앙알 앙알거리면서 대든다.

또 한놈은 덩치가 우리 진돗개 릴리옹만 한데

이놈 우는 소리는 완전 깬다.


웍웍! 도 아니고 월월!도 아니고

어얼!어루르르르

워얼! 어루르르르.하고 짖는다.


사람으로 치면

력도 없고!

존감도 없고!

엄청 대빵 소심하다.


만사 귀찮아진 릴리옹

우리 마당 애기 단풍나무 밑에서

쫙 늘어져 있을 때에

쟤네 둘은

무슨 왠수가 졌는지

허구한 날 쌈질이다.


참다 참다 못 참은 릴리옹

저 개 두 마리를 혼낸다.

웍!

으을월월  으르웤웎!


조용히 안할래!

시끄럽다 했다아.

쫒아간다아아.

쬐깐한 것들을 화악 그냥!

면서 짖는다.


고러고 나면

저 개 두마리는

천수만수 할머니 개한테 혼이 나서

약 한 시간 이십오 분 정도 입을 다물고 잠잠하다.


아무래도

젊은것들이라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동네 개들이 맨날 싸우는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심심할 때마다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개들도

개밥 먹던 힘을 다해

박자와 리듬을 맞춰 함께 짖어댈 때가 있다.


시골 동네 골목을 누비며

개장수 트럭이 지나갈 때 그렇다.

개장수 트럭은 초 여름에 나타나

여름철 내내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트럭에 실린 마이크와 스피커 소리 힘입어 외쳤다.


개애애애애 사압니다아아아아

크으은개애.

작으은개애.

개애애애애 사압니다아아아아


개장수 트럭이 나타나

동네가 떠나가도록

개 산다고 주구장창 외치고 다니면

밥을 먹던 개도

옆집 개와 싸우던 개도

앞다리에 머리를 얹은 채 꾸벅꾸벅 졸던 개도

눈이 휘둥그레 해져 귀를 쫑긋 세우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트럭에서 울리는

개 산다는 소리가 지나가는 방향을 따라

동네 개들이 트럭을 향해 짖었다.

개애 삽니다아.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뱃가죽  등에 딱 달라붙도록

코어 힘을 쥐어짜며 온 힘을 다해 짖었다.


망할 놈의 개장수!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가라! 개장수야.

여기 개 팔 사람 아무도 없다.

당장 꺼져라! 하면서 짖었다.


옆집 개도

그 옆집 개도

소금장수 할아버지네 개도

목장 집 개도

우리 릴리옹도 모두 함께 합심하여

개장수를 향해 짖었다.


!으르르릉 웍!

어어얼 어루르르으

어얼 어루르르

웍! 워어월!

왈왈! 으을 왈왈!

컹! 크르릉 퀑컹컹!


개장수는 마이크 소리를 최대로 높이고

트럭을 몰아 시골 동네 구석을 돌아다니며 외쳤다.

개애애 삽니다아.

개애애 삽니다아.

개장수는 마이크로 짖었 

온 동네 개들은 개장수 꺼지라고 짖었다.


지금은 개 복지를 외치는 시대인지라

개 팔아 밥 벌어먹고 사는 개장수는

평생 직업을 잃고 사라졌다.

개 파는 사람도 없고

개 사는 사람도 없고

개 먹는 사람도 없다.

가끔 궁금하다.

요즘 개장수는 무얼 하며 생계를 꾸려가나!


복날이 임박할 때마다

개 팔라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개장수가 사라지니

동네 개들은 복날 없는 천하태평시대를 맞이하였다.

그래서 옆집 개와 그 옆집 개는

협동하여 짖을 일이 없으므로

또다시 지들끼리 싸워댄다.

밥 먹고 하는 짓이 맨날 쌈질이다.


원래

공공의 적이 사라지면

다시 지들끼리 싸우는 내분이 이는 법이니!

개판 세상이나 인간들 세상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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