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안 Sep 02. 2024

말들이 짱 먹는 법을 아십니까?

대단이가 나타나기 전까진

미르는 감히 너무 볼 수 없는 카리스마를 자랑하며

멋진 대장 아우라를 풍기는

서열 1위 말이었다.

대단이가 나. 타. 나. 기 전까진! 말이다


대단이는 원 주인이 우리에게 잠시 위탁한 말인데

녀석이 우리 말들 무리에 합류하게 된 건

작년 이 맘 때였다.


대단이를 우리 말들과 한울타리 안에

합사 시키기 전,

몇 달 동안 충분히 시간을 두고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고

냄새도 맡으며 지내게 하긴 했으나

무리에 들어가 함께 생활한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여서

우린 녀석의 합사 시기를 서두르지 않았다.


적당한 때가 되어

대단이를 우리말들과 합사 시키는 날이 되었다.

지름 25미터 크기 울타리로 둘러진 원형 마장에는

우리 말들 덩치 큰 더러브렛 녀석들 넷과

한라마 엠원이 들어가 있었고

대단이를 끌고 와 그곳에 넣어주고는

입구문을 닫았다.


우리는 한라마 대단이가  덩치 큰 놈들 사이에서

어떤 서열을 차지할지 무척 궁금했으므로

링 위에 복싱 선수들 올려놓고

싸움을 구경하며

코치하거나

간섭하는

코치나 관객 모드로

원형 울타리 옆에 졸졸이 서서

그 놈들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원형 안으로 대단이가 들어서자

서열 1위인 미르는

특유의 싸가지없는 눈빛을 번덕거리며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 대단이에게 다가갔다.


보통은 이런 경우

서열 1위 대장이 먼저 다가가

새 멤버 말에게 일단 코를 맞대고

냄새를 맡으며 조용히 말을 건다.

ㅡ넌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 뼈다귀냐!ㅡ


성품이 온순하거나 서열 찌질이 품성인 놈들은

대게 이럴 땐

서열 1위 대장 기세에 눌려서

고개를 더 낮게 수그리고 조아린다.


대단이는 이름처럼 깡다구가 대단한 놈이라

미르가 거만하게 다가가

ㅡ넌 먼데? 쉐꺄. ㅡ하면서

코를 대려고 하자마자

나 코털 하나 건들기만 해봐바! 하며

서열 1위 미르에게 즉각적으로 반항했다.


서로 냄새를 맡는 매너 좋은 인사 따윈

개나 줘 버리라는 듯이

원형에 입장하자마자 

말 그대로 날. 뛰. 기 시작했다.


귀 두 개를 뒤로 딱 접고서

미친 듯이 속력을 내어 원형을 내달리면서

동시에

앞 발과 뒷발을 번갈아 들썩이면서

로데오를 치고 살벌한 뒷다리 차기,

우린 이걸 전문용어로 벅킹.이라 한다ㅡ

암튼

로데오.뒷다리 날라차기. 뒷발차기

기타 등등등을 해댔다


순조롭게 기세를 잡을 거라 방심했던 대장 미르는

한마디로 상상 못 할 미친놈을 만난 격으로

그놈에게 다가가

ㅡ나 여기 짱이다! 당장 머리를 조아려라!ㅡ등의

기선제압을 할 타이밍조차 잡질 못했다.


대단이는 원형 안에 있는 모든 말들이

자기 근처도 오지도 못하도록

그렇게 미친놈처럼 원형을 내달렸다.

(가로 열고, 내쏘았다! 가로 닫고)


기립해서 앞발을 휘두르고

달리면서 뒷발 옆차기, 공중 2단 뒷발 날아 차기등을 선보이며

가까이 오지 마!

우쒸!

나 건들면 네 다 뒤진다! 와 같은

무언의 고함을 온몸으로 내지르며!


대단이가 원형에 나타났을 적에

미르 밑으로 서열 2.3.4위의 찌질이들은

미르 뒤로 다급히 몸을 숨기며

 저.. 저. 이상한 시끼 손 좀 봐줘. 대장!했다가

대단이가 워낙 미친 짓을 해대서

미르가 일격을 가하고 자시고 할 타이밍조차

찾질 못하고 지들처럼 당황하여

이리저리 쫓겨 다니니

대장 미르에게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대장이라고 그 와중에도 미르는

대장 가오가 있는 것이어서,

마치 링 위에 선 권투 선수마냥

좌 우로 몸을 슉슉 신중히 옮기며

어찌 되었건 대단이를 보내버릴 한방을 위해

빈 틈을 노렸으나

대단이는 이런 서열 싸움에 도가 튼 듯

일말의 틈을 보이지 않았다.


대단이

정신 나간 또라이처럼  좁은 원형 마장에서

난리를 치는 동안

미르를 포함한 네 마리 말들은

이리 저리 쫒겨 다니면서 황망하게 대단이를 바라봤다

와 씨!!! 저 도대체 머야?

라는 표정으로.


미르가 이 버르장머리 없는 신입에게

한 수 가르쳐 줄 량으로

하놔! 이런 황당한 시끼를 봤나! 하면서

대단이에게  다시 다가갔을 때,

대단이는 몸을 홱 돌려서

미르 궁둥이를 향해

뒷다리 옆차기. 공중 날아 차기를 가했고

미르 오른쪽 궁둥이에

대단이 왼쪽 뒷다리 발굽이 아조 정확하게 꽂혔다.


뽞!!!!!!!!!!!!!!!!!!!


미르 서열 밑 찌질이들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지들 대장이 새로 온 놈에게 일격을 당한 꼴을!


그 순간 미르 대장 신세는 종 쳤고

나머지 말들은 상당히 실망한 표정으로

 다음 상황을 눈치껏 살폈다.


미르는 오른쪽 궁둥이에 낙인처럼 박힌

대단이 뒷 발굽 흔적을 달고서

저만치 밀려났고

대단이는 드디어 짱을 먹었다.

서열 1위가 된 것이다.


그래도 미르는 대장기질이 있는 놈이어서

한방을 먹긴 했으나

격을 노렸지만

이미 상황은 정리되었고

대단이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똘식이였던 것이다.


대단이가 상황을 끝내놓고 한숨을 돌릴 적에

미르 밑으로 서열 3위였던 엠원은

냉큼 분위기를 읽고서

당장 누구에게 먼저 가서 고개를 조아려야

본인 남은 마생이 편할지 눈치챘다.


미르의 째려보는 시선을 느끼면서도

대단이에게 슬슬 다가가 머리를 낮추고

코를 맞대 킁킁 킁킁 냄새를 맡고서

대자아앙. 나아아... 엠원이라고오해애.

잘 부탁해애에에애.

그리고

 나느때리지 마아아아?!!!!

고개를 굽실 굽실 조아리고

난 이제 너의 꼬봉이야!하며

대단이 목덜미를 입으로 애무를 해주었다.


대단이는 숨을 몰아쉬면서 목덜미 애무를 받으며

하아! 오냐.

알아서 기는 놈은 안 건든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미르가 둘의 모습을 째려볼 때 표정이 딱 이랬다.

엠원! 이 배신자 같은 놈.

기회주의자 같은 시끼.

에라이 꺄!

저 시끼 꼬봉짓하면서

잘 묵고 잘 살아라. 시꺄!


그렇게 대단이는 서열 1위가 되었고

미르는 서열 2위로 밀려났다.

원래 서열 3위였던 엠원은

순서상으론 서열 4위로 밀리긴 했지만

사회성 만렙의 자세와 태도를 무기 삼아

을 잘 선 덕에

대단이 부하  노릇을 하면서

서열 2위 같은 서열 4위 생활을 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대단이가 내 말들을 한 놈 한 놈 족치고 다니며

짱을 먹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우리 역시 미르처럼 상당히 실망했다.


미르 오른쪽 궁둥이에 낙인처럼 선명한

대단이 뒷 발굽 자국을 보면서

미르야! 에라 바보 같은 놈아.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서열 찌질이들 앞에 미르 체면이 있기에

하. 미르야.

그래도 잘했다.

 네가 어찌해 보기에는

 저 대단이란 놈은 똘끼가 엄청나다!

 졌. 잘. 싸. 다!

 졌. 잘. 싸!했다.


그렇게 합사 되어 짱을 먹고

내 새끼들을 뚜까패고 다니는 대단이를

한동안 꼴 보기 싫어했으나

지금은 내 새끼 마냥 쓸고 닦고 잘 멕여가며 이뻐해주고 있다.


자고로

힘든 약육강식 사회생활에 대처하는 스킬은

사회성 만렙 엠원처럼!

사람이나 동물이나

출세는 능력보다 라인이다!라인!


대자앙.

느은 엠원이라고 해.

나는 때리지마아아아아?!!!!

( 굽실 굽실. 비굴 비굴)









#말 #서열 #짱

#아우라 #배신자 #사회성 #만렙

#출세 #라인 #굽실굽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