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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02. 2024

하나아, 두우울, 셋! 뛰어어어어!!

동네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길에 들어서 막 달리기 시작했는데

저만치  50미터 앞 길가 풀숲에서

 쏙 하니 머리를 내밀고 뽀르르르 기어 나왔다.


족제비다!


온몸이 붉은 갈색인 요 귀여운 녀석은

덤불숲에서 나와

이제 막 손질 끝난 평평한

폭 약 오십 센티 풀밭을 지나

2차선 아스팔트 가장자리에 닿아 멈춰섰다.


속도를 늦추고 다시 보니

 놈. 또 한 놈 모조리 세 마리 새끼 족제비들이

앞장선 녀석을 따라  

-아마도 지들 중 대장이거나,

   큰 형이거나, 큰 누나이거나.-

한 놈씩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몇 미터 살금살금 걸어 나왔다.


오호!

아스팔트를 지나

건너편  덤불숲 속으로 달릴 참이구나!


녀석들을 발견하고 속도를 늦추던 차를

비상깜빡이를 켜 길가에 아예 세우고

녀석들이 내차 앞으로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요놈들은

길이가 사십 센티가량 된 어미보다는

턱없이 작은 새끼들로

전체 길이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겨우 십오 센티가량 되는 녀석들이었다.


내 차 비상깜빡이를 켜고

얘네가 건너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맨 앞장선 녀석이

좌우를 살피고 잠시 머뭇거리나 싶더니

재빠르게 사샤샥 달려가 건너편 풀숲에 쏙 숨었다.


오오오오오오


두 번째 서있던 녀석은

겁을 먹었던지 선뜻 건너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스팔트 인접한 곳에

앞발 두 개를 겨우 걸쳐놓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깜빡깜빡 등을 켜고서 서있는 내 차를 뻔하니 바라보았다.


두 눈 주위는

마치 너구리 마냥 시꺼멍 했고

애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길을 건너는 것을

잠시 까먹은 모양이었다.


그러자

먼저 용감하게 길을 건넌 녀석이

풀숲에서 길 반대편에 있던 얘네를 지켜보다 답답했던지

총알처럼 건넜던 아스팔트 길을

총알처럼 되돌아왔다.


또. 오오오오오오오


그러더니

이 녀석이 하는 짓을 보라!

녀석은

머뭇거리고 있던 두 번째 녀석의 왼쪽 귀를 덥석 물더니

그 상태로 그렇게 아스팔트 건너편으로 데리고 가더니

길을 다 건넌 후에야 물고 있던 귀를 놓아주었다.


귀를 물려 옴짝달싹 못한 동생 족제비는

형아 또는 누나 족제비가 끌고 가는 대로

그야말로 질질 질질 끌려갔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이건 뻥이 1도 섞이지 않은

진짜다!!

하늘에 맹세코 난 본 사실대로만 얘기하고 있다.


물론!

누군가 이와 같은 장면을 보았노라 내게 썰을 푼다면 듣는 나 역시 속으로 그랬을 거다.

 -족제비 새끼가 뭘 물고 달렸다고오???-

 -아니니이 거어 뻥이 쫌 심한 거 아니요오!!!!-


모오나...

이런...

세상에나!!!!!!!


믿거나 말거나 그 모습을 다시 한번 더 표현하자면 흡사 이랬다


누나가 동생  손을 잡고 길을 건널 때에

좌우로 차가 오는지를 살핀 후에

안전이 확인되면

하나 두울 셋!  뛰어~~~ 하고 달리듯 그랬다는 말이다.

다만,

형 족제비는 손이 없으니 급한 대로 입으로 동생 족제비 귀를 붙들고서

동생 족제비를 데리고 달린 것이다.


차 안에서 얘네를 지켜보던 나는 생각지 않은 장면에

잠시 입이 떡 벌어졌고

그 뒤 차례차례

족제비 어린 형제들이 모두 안전하게 길을 건넌 것을 확인하고서

비상깜빡이를 끄고 천천히 다시 액셀을 밟았다.


그런 희귀한 장면을 직관한 것이 너무 흐뭇해서 씨이익 웃음이 났다.


예기치 않게 길가에서

귀여운 족제비 새끼 녀석들을 만나서 좋았고

족제비 형제들의 우애 있는 행동이 흐뭇하고도 정말 놀라웠다.


동물들도 다 생각이 있구나!

동물들도 이타적인 마음을 지닐 수 있고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난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보았는데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몇이나 믿어줄까 모르겠다.


녀석들이

이렇게 매일 건너 다니는 아스팔트 길이

항상 안전하고 평안한 길이었으면 좋겠다.


어린 동생 귀를 물고서

함께 길을 건너주는

착한 형 족제비를 보았다!


이건

제발

진짜 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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