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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04. 2024

수탉씨는 어떻게 꼬끼오.를 독학했나!

몇일만 독학하면 수탉씨처럼 홰 친다!

이른 아침 약 5시 반쯤이 되면

우리집 수탉씨는

여기느은 내 따앙이여어 하면서

꺼~~끼이 요오오 홰를 친다

이렇게 수탉씨가 홰를 치게 된 지는 약 2주일 정도가 되었다.


우리 집에 온 오골계 식구들 중

암탉씨 1호 2 호씨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인으로 비명횡사를 하고

남은 두 마리 암탉들과 사는 수탉씨는

여전히 홰 칠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우리 집 수탉은 무슨 문제가 있길래 홰를 치지 않나!

암탉들도 알을 낳을 때가 된 것 같구만 왜 알을 안 낳나!

수탉이 부실해서 그런가 의심이 나는

아침에 먹이를 주러 닭장에 들어갔다가

암탉들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모이를 부지런히 주어 먹는 수탉 뒤통수에다 대고 시비를 걸었다.


뭐냐.

너.

크큼! 우리 솔직해지자!


저어기 동네 삼계탕  수탉은

새벽 댓바람부터 동네가 떠나가라 홰를 치더구먼!

너는 안하드라아아아?

암탉씨들은 알도 안낳고.

어디 할 말 있으면 말을 해봐라아,


아침부터 내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은 수탉씨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으나

이 인간이 매일 밥 주는 주인인고로,

기분 상했다고 냅다 공격할 수는 없어서

닭장 저만치 구석으로 가서  발톱을 세우고는

양 발을 번갈아 써가며 신경질적으로 땅을 후벼 팠다

- 동물 복지라곤 1도 없는 이 집 구석!!!!!-


다음날 내가 닭장 문을 열고 먹이를 주러 들어가자

수탉씨는 닭장 모퉁이에 머리를 처박고 돌아 서서

크엑..헉..켁..켁.케에엑!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점심 나절이 지나 저녁이 될 때까지

닭장에서 들려왔다


에헤~~으~컥..헤엑!

꺼~~어~헥..케.케..켁!켁!


이거슨 또 뭔 소리람?


전날 내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어

자존심 상한 수탉씨는

주인 바람대로

동네 삼계탕 집 수탉처럼 멋지게 홰를 치기 위해

기를 쓰고 홰 치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이건 진짜다!


그렇게 삼일을 닭장에서 홀로 희한한 발성 연습을 하던 수탉씨는

4일째 되던 날 점심 무렵에,

드디어

명확하고도 선명하게!

코어에 힘이 딱 들어간 발성으로!

꺼어어~~끼~~요오오옼~~~~~

소리를 뽑아냈다.


수탉씨가 홰를 칠 때 모습을 표현하자면 이렇다.

꺼어어 할 때는 머리를 들고

끼이 할 때는 벼슬을 바싹 세우면서 머리를 더 곧추세웠다가

요오오오오 할 때는 주둥이와 목을 최대한 기일게 앞으로 빼내며 숨이 끊어질 듯이 쭈우우우욱 소리를 내뱉는다


꺼어엌 끼이 요오오오오오오~~~~~~

이렇게 말이다.


혼자 해낸 것이 뿌듯했는

대낮이나 아침이나 저녁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혼자서 터득한!

명확하고도 또렷하며 자랑스러운!

꺼~~~끼~ 요오~~~ 를 외쳐 댔다.

 보란 듯이 말이다.


그렇게 몇 날 며칠 혼자 터득해 낸 홰치는 소리를

아침 점심 저녁 상관치 않고 외치더니

점차 생태적인 수탉씨의 본 사명을 느끼게 된 건지

이젠 동네 삼계탕 집 수탉씨와 박자와 화음을 맞춰

새벽 약 5시 반쯤에

자랑스러운 꺼~~끼 요요~~를 다.


난 솔직히

수탉은 막 태어나 병아리 때부터

꼬~~끼~요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음..아니다.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수탉은 수탉이니까 그냥 꼬끼요오.를 하는거다.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나

우리 집 수탉씨가

혼자 독학하는 연습 소리를 듣고 나서야

오오오

수탉도 홰 치는 소리를 연습해야만

꺼~~끼 요오~ 할 수 있는 거구나. 알게 되었다.


차암나!

세상에 그냥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수탉마저 배우고 연습해야 꼬끼요. 를 할 수 있다니!


수탉씨에게도 자존심도 있고 자존감도 있다.


수탉이 무슨 생각을 하겠어? 싶어서

수탉씨 놀리느라 장난 쳐본 것뿐인데,

아니니이이이

무슨 수탉이 자기 자존감 상처받았다고

몇 날 몇 일 홰 치는 연습을 해서

자기 멀쩡한 수탉이라고 증명할 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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