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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04. 2024

메뚜기 미션 임파서블!

우리 집 메뚜기,한라산으로 이민 간 썰 풉니다

꾸불텅 꾸불텅 국도 길 따라

혼자 드라이브 나온 길

내 차  앞면 유리창에는

집 마당에서 올라 탄 메뚜기가 붙어 있었다.


내 차는 시속 칠십!


메뚜기는

필사적으로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어서

좌.우 더듬이는 서로 X자로 어긋나 펄럭이고

뒷다리는 덜덜 떨면서 죽을둥 살둥 버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웃겨서 차를 멈춰 사진을  찍는 사이

메뚜기는 난생 처음 맞닥드린

광속도에 온몸을 떨며 사색이되었다가

한숨 돌리고는

앞다리로 더듬이를 슥슥 쓸어내렸다.

ㅡ휴우.살았다!살았다!!ㅡ


나는 입술 한쪽 끝을 위로 치켜올리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메뚜기의 밸런스를 비웃었다.


흥!

끝난줄 알았지?

어디까지 버티나보자.

속도를 높여보마.

살고 싶거든 꽉 잡아라!


메뚜기는 생각보다 영리하고

지구력이 매우 뛰어난 놈이었다.


차를 세울땐

정면으로 버티던 자세를 풀고서

90도 회전하여

온몸이 바람과 직각이 되게 자리를 잡고

더듬이를 손질하다가,

내가 다시 속도를 높이자

바람의 저항이 점점 거셌던 탓인

이여어엉차!

차 진행방향 쪽으로 머리를 겨우 돌리고

전체 몸을 더 바싹 낮추는 것이다.


호오오오오

요놈 봐라!

제법인데?!!!

장난기가 오른 나는 슬슬 속도를 높였다.


생사를 넘나들며

유리창을 붙들고 버티고 있

메뚜기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영화 ㅡ국가대표ㅡ에서 나오는

스키점프 선수들이 생각이 나는거다.


고글을 쓰고

급 경사진 언덕에 자세를

바싹 낮추고 다리에 힘을 준다.

출발한다.

속도는 시야로 확인하기 불가능한 상태

비정상적으로 높아만 간다.

심장은 요동치고

주변 사물이 빛과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몸이 뜬다.

하늘을 난다.

부웅 날아가 땅에 안착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와같은!


내 차 유리창에 붙은

메뚜기가 딱 그랬을거다.


속도를 칠십에서 팔십으로

다시 구십에서 백으로 올리며

나는 피해자 고통을 즐기는  싸이코패쓰마냥

입가에 실금 실금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이래도 버틴단 말이지이!!


속도가 높아지자

슬슬 견고했던 메뚜기 자세가

바람에 후떡거리며

한쪽 다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선 전면으로 향했던 머리는

몰아치는 강한 바람에 떠밀려

홰액!

다시 구십도로 꺽여서

자세는 다시 바람과 수직이 되었다.

그러다

큰 코너를 도느라

차가 회전하는 사이

메뚜기는 중심이 흔들려

회전방향으로 유리창 위로 밀리며 미끄러졌다.


쉭!


도로에 한번 더 바람이 불자

그렇지않아도 밸런스가 깨진 메뚜기는

앞다리.뒷다리.대각선 양다리가

순서없이 후떡 후떡 들썩이다가

결국

비상하는 스키점프 선수처럼

내 차 오른쪽  공간으로

부우웅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그래도 저 놈은

날개가 있으니 죽지는 않았을거다.


몰아치는 바람에 튕겨져 버렸지만

바닥에 착지하기전에

부지런한 날개짓으로

도롯가 풀숲 어딘가에

조용히 안착했기를!


아멘.


그렇게 우리 집 마당에 살던

메뚜기는 한라산 중턱 어딘가로

이민을 갔다.


메뚜기는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에게

본인은 빛을 타고 여기까지 왔노라고

본인 가슴을 앞다리로 두드리며 호언장담 할터다!

한라산 메뚜기들이

우리 집 메뚜기 말을

믿어줄랑가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당#메뚜기#차유리#버틴

#국가대표

#하늘#호언장담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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