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씨는 어떻게 꼬끼오.를 독학했나!
몇일만 독학하면 수탉씨처럼 홰 친다!
이른 아침 약 5시 반쯤이 되면
우리집 수탉씨는
여기느은 내 따앙이여어 하면서
꺼~~끼이 요오오 홰를 친다
이렇게 수탉씨가 홰를 치게 된 지는 약 2주일 정도가 되었다.
우리 집에 온 오골계 식구들 중
암탉씨 1호 2 호씨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인으로 비명횡사를 하고
남은 두 마리 암탉들과 사는 수탉씨는
여전히 홰 칠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우리 집 수탉은 무슨 문제가 있길래 홰를 치지 않나!
암탉들도 알을 낳을 때가 된 것 같구만 왜 알을 안 낳나!
수탉이 부실해서 그런가 의심이 든 나는
아침에 먹이를 주러 닭장에 들어갔다가
암탉들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모이를 부지런히 주어 먹는 수탉 뒤통수에다 대고 시비를 걸었다.
뭐냐.
너.
크큼! 우리 솔직해지자!
저어기 동네 삼계탕 집 수탉은
새벽 댓바람부터 동네가 떠나가라 홰를 치더구먼!
너는 안하드라아아아?
암탉씨들은 알도 안낳고.
어디 할 말 있으면 말을 해봐라아,
아침부터 내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은 수탉씨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으나
이 인간이 매일 밥 주는 주인인고로,
기분 상했다고 냅다 공격할 수는 없어서
닭장 저만치 구석으로 가서 긴 발톱을 세우고는
양 발을 번갈아 써가며 신경질적으로 땅을 후벼 팠다
- 동물 복지라곤 1도 없는 이 집 구석!!!!!-
다음날 내가 닭장 문을 열고 먹이를 주러 들어가자
수탉씨는 닭장 모퉁이에 머리를 처박고 돌아 서서
크엑..헉..켁..켁.케에엑!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점심 나절이 지나 저녁이 될 때까지
닭장에서 들려왔다
에헤~~으~컥..헤엑!
꺼~~어~헥..케.케..켁!켁!
이거슨 또 뭔 소리람?
전날 내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어
자존심 상한 수탉씨는
주인 바람대로
동네 삼계탕 집 수탉처럼 멋지게 홰를 치기 위해
기를 쓰고 홰 치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이건 진짜다!
그렇게 삼일을 닭장에서 홀로 희한한 발성 연습을 하던 수탉씨는
4일째 되던 날 점심 무렵에,
드디어
명확하고도 선명하게!
코어에 힘이 딱 들어간 발성으로!
꺼어어~~끼~~요오오옼~~~~~
소리를 뽑아냈다.
수탉씨가 홰를 칠 때 모습을 표현하자면 이렇다.
꺼어어 할 때는 머리를 들고
끼이 할 때는 벼슬을 바싹 세우면서 머리를 더 곧추세웠다가
요오오오오 할 때는 주둥이와 목을 최대한 기일게 앞으로 빼내며 숨이 끊어질 듯이 쭈우우우욱 소리를 내뱉는다
꺼어엌 끼이 요오오오오오오~~~~~~
이렇게 말이다.
혼자 해낸 것이 뿌듯했는지
대낮이나 아침이나 저녁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혼자서 터득한!
명확하고도 또렷하며 자랑스러운!
꺼~~~끼~ 요오~~~ 를 외쳐 댔다.
나 보란 듯이 말이다.
그렇게 몇 날 며칠 혼자 터득해 낸 홰치는 소리를
아침 점심 저녁 상관치 않고 외치더니
점차 생태적인 수탉씨의 본 사명을 느끼게 된 건지
이젠 동네 삼계탕 집 수탉씨와 박자와 화음을 맞춰
새벽 약 5시 반쯤에
자랑스러운 꺼~~끼 요요~~를 한다.
난 솔직히
수탉은 막 태어나 병아리 때부터
꼬~~끼~요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음..아니다.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수탉은 수탉이니까 그냥 꼬끼요오.를 하는거다.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나
우리 집 수탉씨가
혼자 독학하는 연습 소리를 듣고 나서야
오오오
수탉도 홰 치는 소리를 연습해야만
꺼~~끼 요오~ 할 수 있는 거구나. 알게 되었다.
차암나!
세상에 그냥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수탉마저 배우고 연습해야 꼬끼요. 를 할 수 있다니!
수탉씨에게도 자존심도 있고 자존감도 있다.
수탉이 무슨 생각을 하겠어? 싶어서
수탉씨 놀리느라 장난 좀 쳐본 것뿐인데,
아니니이이이
무슨 수탉이 자기 자존감 상처받았다고
몇 날 몇 일 홰 치는 연습을 해서
자기 멀쩡한 수탉이라고 증명할 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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