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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Dec 20. 2024

유성우가 쏟아지던 밤.마당에서 별똥별을 보았다.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진다던

그날 밤,

우리는 마당에서 별똥별을 보았다.


초원으로 둘러싸인 동네

가로등 빛도 없는 곳이라

밤 깊은 마당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밤하늘이 유난히 맑고 쨍해

온갖 별자리가 다 보였다.


집안에 있는 불을 다 끄고서

데크에 자리를 넓게 깐 다음

네 식구가 나란히 등을 대고 누워서

별똥별을 찾았다.


무더운 여름밤

그래도

마당 풀 숲에선

귀뚜라미나 찌르레기가

쐐액 쐐액하며 울었다.


우리는 귀뚜라미와 찌르레기 소리를 들으며

데크 위에 펼쳐놓은 자리에 누워

데크 난간에

각자 다리를 하늘을 항해 걸친 다음

별똥별이 떨어지나. 계속 쳐다봤다.


아주 번쩍하며

가느다란 별똥별이

지붕 위쪽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집 오른편 넓은 초원 쪽으로

저 멀리 오름너머 바다 쪽으로 

길고 짧은 사선을 그으며 떨어졌다.


또리는 본인 소원을 이야기해야 한다 했는데

별똥별이 워낙 빠른 속도로 지나가

우오오! 하는 사이에

별똥별은 금세 사라졌다.


오도리

나도

남편

각자

앗. 오오. 우오옷. 하며

손가락을 들어

각자 발견한 별똥별을 가리키는 사이

별똥별은 금세 나타났다 사라졌다.


남편과 나의 소원은

로또 당첨이었다. 로또!

로또. 이건 뭐,

죽을 때까지 평생소원인 것이다.

또리랑 오도리는 끝까지 비밀이라고 말 안 해줬다.


또리는 그래도

십여 개의 별똥별을 보다가

드디어 소원을 빌었다며

기분 좋게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났고,

오도리는 우오. 하는 사이

별똥별이 사라져 버려

소원을 빌지 못했다고 투덜댔다.


우리가 자리에 누워있을 ,

릴리는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우리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별똥별엔 관심없고

우리 얼굴에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거렸.

사진출처: star walk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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