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할아버지와 송아지
꼬부랑 휜 허리. 하얀 백발. 주름진 손. 낡은 트럭
앞서서 달달거리며 달리던
녹슨 낡은 트럭은
시속 40 즈음에 맞춰있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급하게
목적지로 달리던 나는
그 트럭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차선을 바꿔 옆차선으로 이동했다.
툴툴툴 저속주행 중이던
그 낡은 트럭을 스쳐지날 때
트럭뒤 짐칸 난간에 묶인
아주 어린 송아지를 보았다.
녀석은 생후 두 달 남짓으로 보였는데
ㅡ내가 여태껏 본 송아지들 중 가장 애기였다ㅡ
이제 막 엄마 젖을 뗀 아기 송아지인 듯했다.
송아지는 화물 트럭 짐칸
왼쪽 난간 줄에 바짝 묶여서 혼자 울고 있었다.
아직 코뚜레를 하지 않았으니
얼굴에 둘러진 줄은
송아지 얼굴 양쪽으로 줄을 길게 빼내
난간 양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트럭이 길 위에서 덜컹거릴 때마다
어린 송아지는 이리저리 쏠리며
연신 옴뭬애 옴매에 하면서 울었다.
내 차와 트럭이
나란히
신호등에 걸려 횡단보도 앞에 섰다.
차가 선 다음에도
송아지가 계속 울자
걱정이 되었던지
트럭 운전석에서 송아지 주인이 내렸다.
송아지 주인은
허리가 활처럼 휘고
체구가 작고 말랐는데
머리뿐 아니라
길게 내리 자란 턱수염마저 백발인
매우 매우 연로하신 할아버지였다.
백발 꼬부랑 할아버지는
트럭 뒤 짐칸에서 우는 송아지에게 다가가
주름지고 굽어진 손가락을 펴고 손을 내밀어
송아지 얼굴을 두어 번 쓰다듬었다.
옆 차선 차 안에서
할아버지와 송아지를 지켜보던 나는
할아버지의 다정한 손길과
송아지를 배려하고 위로해 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마치,
한참 어린
증손주 달래는 할아버지 마음처럼 느껴졌다.
긴 눈썹에
왕 방울만 한 송아지 두 눈은
새까맣고 커다래서
호수처럼 맑고 예뻤는데
할아버지가 다시 운전석으로 가
차에 올라타고 다시 출발한 후에도
송아지는 계속 울었다.
어린 송아지는
아마도 오늘
엄마 소와 헤어졌으리라.
젖을 뗀 지 얼마 되지 않은 채
엄마 소와 헤어져
새 주인에게 팔려가는 모양이었다.
송아지가 옴뭬애 옴 매해 하고 울 때
나는
송아지가
엄마아 엄마아. 하고 운다고 생각했다.
딱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다시 출발했다.
속도가 느린 트럭은
내 차 뒤로 밀려
저만치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졌다
새 주인에게 팔려가는
어린 송아지가
엄마 소와 헤어진 게 딱해서
가엾고 안쓰러웠으나,
트럭에서 내려 녀석을 살핀
호호백발 할아버지 모습을 보니
녀석은 꽤 사랑을 받으며
새 주인과 잘 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송아지를 쓰다듬은
주름진 할아버지 손길에서
송아지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록 녹슬고 낡긴 했어도
그 트럭은 더 속도 내어 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로 위 트럭 짐칸에 묶인
어린 송아지가 걱정되어
할아버지는 최대한 조심조심 운전을 하신 것 같았다.
백 밀러로 들여다보니
송아지 트럭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녹슬고 낡은 트럭 위에서
연신 엄마를 부르며 울던 아주 어렸던 송아지와
송아지를 달래던 주름진 백발 꼬부랑 할아버지 손길과 모습이 그림처럼 남았다.
송아지가 할아버지 사랑 듬뿍 받으면서
잘 지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