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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범 May 21. 2024

[아빠레터4] 옆집 AI, 뭘 먹고 저리 쑥쑥 큰다니?

2024년 5월 셋째 주 #AI컴퓨팅자원

엄마가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단다. 그것도 무려 'AI 융합 교육 과정'이야.

아날로그 엄마가 왜 AI를 공부하려 할까?


물어보자!


Q. 엄마는 왜 (이 늦은 나이에) AI를 배우려는 것입니까?


A. 최근 몇 년 사이 교육 현장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이 그것입니다.

처음에는 인공지능이 미술이라는 창의적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마주하며 든 그다음 생각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발전하는 기술이 교육현장에 적용된다면 과연 교사는 필요한 존재일까? 그러다 이 기술이 교육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라고 지원서 적었다는구나.)


AI가 얼만큼 가까이 왔는지 이해가 되지? (엄마 곁까지)


안 믿기겠지만 아빠가 네 나이 땐 인터넷이 없었단다. 그런데 제대하고 와 보니 인터넷이 새 세상을 열고 있더구나. 그런 아닐까? AI는.


어느 날 정신 차려 보면 AI는 우리 생활에 아주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을 것 같아.

왔는지 눈치를 못 챌 정도로.



특이점이 온다


특이점 :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점 (출처 : 위키피디아)


2016년 3월, 우리나라의 바둑 챔피언인 이세돌 9단이 구글의 딥마인드 인공지능인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4로 패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은 기대감도 컸지만 두려움도 적지 않았어.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즉 '특이점이 올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말야.


그리고 지금 그 '특이점'의 구체적인 시기가 언급되고 있어.


엔비디아라는 기업의 대표인 젠슨 황은 올해 한 행사에서 AGI(인간의 지능을 전방위적으로 모방하는 AI, 범용 인공지능)가 '5년 이내에 현실화'될 거라 얘기했지.


그리고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한술 더 떠서 '2년 내에 올' 거라는구나.


일론 머스크 (연합뉴스)


사실, 실리콘 밸리의 AI 업계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귀를 기울여 보면,


'이미 AGI에 가까운 AI모델은 개발이 되어 있지만 사회에 미칠 영향과 소요되는 컴퓨팅 자원 등을 고려해 아직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그런데 오늘(5월 16일), 뉴스에선 챗GPT를 만든 오픈 AI에서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AI(챗GPT-4o)를 기습 공개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먼저 영상을 볼까?


https://youtu.be/KQSMnihPfeg?si=o9hyHSY3Zv3cKPzm


정말 사람 같지? 이 새로운 AI를 다루는 영상 들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AI를 영화 <Her>나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사람 같은 인공지능에 비유하고 있어.


즉, 특이점이 정말 가까이 와 있다는 거지.






그런데 특이점을 가로막는 게 있다?


AI가 특이점을 넘어가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란다. 결정적인 걸림돌들이 존재하거든. 앞 내용에서 슬쩍 지나갔는데 이 문장을 다시 한번 볼까?


 '이미 AGI에 가까운 AI모델은 개발이 되어 있지만 사회에 미칠 영향과 소요되는 컴퓨팅 자원 등을 고려해 아직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소요되는 자원'이 바로 특이점의 깔딱 고개를 만들고 있는 거지.


오늘 뉴스레터의 주인공은 바로 이 '컴퓨팅 자원'이야.

즉, AI가 성장하려면 끊임없이 섭취해야 하는 그것이지.



뉴스 1. AI 학습 데이터 시장 급속 확대, '단어 1,000개 당 1달러'

(출처 : AI타임즈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8618)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똘똘해지는 거야. 이렇게 AI의 발전 속도가 빠르려면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엄청 많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저작권이 확보된' 데이터가 필요해. 덕분에 학습용 데이터를 거래하는 'AI 학습 데이터 시장'이라는 낯선 이름의 시장이 등장했지.

 

관련해서 가지 사례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


* '포토버킷'이라는 회사가 있어. 홈페이지나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2000년 대 초에는 무려 7,000만 명의 사용자들이 드나들던 세계 최고의 회사였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 200만 명으로 사용자 수가 줄었어. 그런데 AI덕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린 거지. 회사가 보유한 13억 장에 달하는 사진과 비디오 데이터의 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AI관련 회사들이 접촉하고 있다는구나.

이 회사의 CEO인 테드 레너드는 사진은 장 당 5센트에서 1달러, 비디오는 1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대. 그들이 가진 데이터를 감안하면 수십억 달러 어치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지.


* 뿐만 아니라 다양의 콘텐츠를 보유한 소유자를 찾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거래되는 규모는 수천만 달러에 달한대.


* 오픈 AI가 '셔터스톡' 같은 이미지 콘텐츠 제공 회사와 맺은 계약 규모는 2,500만 달러 ~ 5,000만 달러(약 340억 원 ~ 680억 원)이며 규모는 계속 증가 중이야.


* 이렇게 기존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단기 계약자들을 고용해 영상과 이미지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데이터 산업도 발달 중이고.


여기서 문제!

Q. 이런 AI 학습용 콘텐츠들 중에서 가장 비싼 건 뭘까?


A. 답은 폭력적이고 야한 콘텐츠야. AI가 어떤 질문에 이런 콘텐츠를 기반으로 답을 내놓으면 안 되겠지? 그래서 '차단할 이미지를 가려내는 AI 시스템 훈련용 데이터'가 가장 높은 값을 받는대.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의 경찰들이 범죄 현장의 사진을, 의대생들이고 수술 이미지를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는구나.


게다가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암암리에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콘텐츠를 학습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 이를 실행한 이들은 AI를 학습시키는 것은 '정당한 목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럼 두 번째 문제!

Q.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A. 답은 이렇게 데이터의 가격이 상승하고 또 고갈되어 간다면, 데이터가 일부 돈 많은 거대 기업들의 전유물이 될 거라는 거지. 즉,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는 기업들은 AI개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거야.



뉴스 2. 'AI 발전 걸림돌은 전기 부족', 전력망 확충 전 세계 비상

(출처 :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410/124417548/1)


앞서 2년 안에 AI의 특이점이 온다고 했던 얼론 머스크는 이런 말도 남겼지.


"인공지능(AI)의 발전을 제약하는 것은 변압기와 전력 공급이다."


오픈 AI의 CEO인 샘 울트먼도 비슷한 말을 했어.


"AI 기술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


AI가 돌아가게 하는 AI 데이터 센터는 전기를 먹는 하마와 같대. 게다가 하루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지.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구글 검색보다 3배에서 30배에 달하는 많은 전기가 필요하대.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2022년 460TWh에서 2026년 최대 1050TWh로 급증할 거래 내다봤어. 참고로 일본의 2022년 한 해, 전체 전력 소비량은 939TWh였다는구나. 어마어마하지?


게다가 발전소로부터 데이터 센터까지 송전선이 연결돼야 하는데 이게 금세 되는 게 아니야. 계획을 세우고 구축하는 데까지 보통 5년에서 15년이 걸려.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동아일보)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 센터를 위한 전력망 업그레이드가 더딘 이유를 모아보면 이렇단다.


(1) 복잡한 인허가 절차

(2) 전력 설비 부족

(3) 지역 주민 반발

(4) 전기 요금 인상 우려


등등등.


실제 이런 이유로, 미국 애리조나 주의 APS사나 아일랜드 더블린사 등은 데이터 센터 설립 계획을 보류하거나 철회했지.


그런데 말야.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쪽이 있으면 그 반대쪽에 이득을 보며 웃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게 세상의 진리란다.


여기서 세 번째 문제!

Q. 누굴까, 득을 보는 그들은?


A1. 답은, 먼저 전선의 원자재인 '구리'의 거래를 중개하는 기업들이야.

전력 인프라를 위한 투자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 가격이 뛰기 시작했어. (두 달 만에 15%) 구리는 전선에도, 또 변압기에도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했거든. AI 때문에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100만 톤이 추가될 거라는 전망이 있고 씨티그룹, 골드만 삭스 같은 곳들은 내년 상반기 구리 가격 전망치를 1만 2,000달러로 높여 잡았지.


구리 가격 추이 (동아일보)


A2. 당연히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회사의 가치는 높아지겠지?

미국에선 지난 15년 동안 전력 수요가 제자리였는데 AI붐을 타고 빠르게 증가 중이래. 그래서 발전 회사인 비스트라의 주가가 올해 82.6%,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63.2% 상승했대.


A3.  변압기 제조회사와 전선기업 주가도 상승했어.

우리나라 기업인 대한전선의 주가는 46.7%, 가온전선은 39.5%, 일진전기는 50.3% 상승했다는구나.


A4.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문제 해결에 나서는 기업도 있는데 바로 우리나라 기업인 LG전선이야.

이 회사에서는 구리 대신 초전도체를 사용하는 초전도케이블을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래. (구리로 득을 보는 회사들은 경계하고 있겠지?)

초전도케이블은 구리보다 가격이 비싼 대신 변압기, 변전소가 필요 없고 전자파를 발산하지 않아 민원 염려가 적은 게 장점이라는구나.


뛰는 AI의 발목을 잡는 건 데이터와 전기 (아빠 그림)




스타트업인 아빠 회사도 준비 중인 서비스에 AI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란다.

(이런! AI는 아빠 곁에도 와 있구나!)


캐릭터 창작자들이 캐릭터의 이미지를 손쉽게 생성할 수 있고 캐릭터가 사용자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야.


지난주에는 정부가 중계를 해서 웹툰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한 대기업 직원들과 미팅을 할 수 있었지.


그 회사 서비스에 아빠 회사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줬는데 그들의 표정이 그리 밝아지지 않더구나. 그리고 마지막에 한 마디를 했어.


"그런데, 우리가 콘텐츠의 IP(지적 재산권)을 제공해서 이 서비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뭔가요?"


AI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질문 속에 있지. 돈이 될 가능성이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야. 그렇기 때문에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기도 해. 인류는 지금껏 그래왔고 그래서 이렇게 편해졌지만 AI의 발전은 좀 달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


미국에선 요즘 네 또래인 10대들이 SNS가 아닌 '캐릭터 AI'란 서비스에 푹 빠졌다더라.

특히 친구들과 갈등을 겪으며 고립감, 외로움을 느낀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와 채팅을 하며 위안을 얻는다고 해. AI는 인간이 아니니 '판단받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토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구나.



소셜미디어 대신 인공지능(AI) 챗봇과 대화하며 지내는 10대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남 (미라클AI)


네가 주인공일 세상에서 AI는 어떤 모습일까?


특이점이라는, 즉 인간을 닮으려는 AI의 목표가 충족이 됐을 때, 그들의 새로운 목표는 무엇일는지. 시대에 역행하는 생각이겠지만, 어쩌면 걸림돌인 전기와 데이터가 AI의 서두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간의 제어장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럼 다음 주에 또 새로운 소식을 전하마.

즐거운 한 주 보내길 바라며.


- fin





* [아빠레터]란?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무려 자발적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멀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B급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이번 주에는 어떤 일이 세상에 있었나?' 아들에게 전하는 뉴스레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자녀분에게도 유익한 내용이라면 맘껏 공유하고 대화의 화두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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