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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Oct 27. 2020

미니멀리스트의 3가지 행복

행복을 기록해 보세요

 

몇 년 전 삼성동의 대형 서점에서 손바닥만 한 수첩을 구입했다. 날짜를 적을 수 있는 칸과 그 아래  공란이 반복되는 구성으로 무엇을 쓸지는 본인에게 달린 거였다. 보라색 색감이 차분한 이 수첩 안에 의무감이 드는 To do list는 적고 싶지 않았다. 아이디어나 영감 리스트를 적기에는 칸이 모자라 보였다.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고민을 하다 오늘의 행복을 적기로 했다. 항목 칸이 딱 세 개이니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성싶었다.


한 달 여 시간이 흐르고 수첩은 얼마 못 가 책장 깊숙이 박혀 버렸다. 어디 두었는지 가물가물했던 보라색 수첩은 새 집에 오고 미니멀 라이프를 연습하면서 어느 상자 속에서 나와 빛을 보았다. 이번에는 자주 쓰고 싶었다. 침대 옆 조그마한 바구니로 자리를 옮겼다. 눈에 잘 띄면 쓸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Photo by S&B Vonlanthen on Unsplash


수첩 속 지난 기록을 거슬러 가다 보면 느낀다. 행복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순간 속에 더 자주 존재한다는 것을.

심리학 연구에서도 행복은 크기가 아닌 ‘빈도’에 좌우된다고 한다. 수첩을 쓰려면 늦은 밤 침대에 엎드려 오늘의 행복했던 순간을 곰곰이 떠올려보아야 한다. 신기하게도 하루에 한 번 이상 좋은 기억이 존재한다. 대개는 사소한 기억이다.


늦은 오후, 아름다운 빛을 따라가는 산책 또한 하루의 행복이다. @에디터 휘서


옆집 화단의 방울토마토를 맛있게 먹고 있는 까치의 모습을 살금살금 지켜본 일,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세탁기음이 편안하게 들렸던 , 동네 나뭇잎의 색이 가을을 담뿍 머금었음을 알아챈 순간, 좋은 사람들과의 맛있는 식사 자리 등등. 나를 둘러싼 주변의 소소한 일과 동식물의 기억이다.


쓰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행복이 기억하기 시작하자 나타났다.



아주 큰 기쁨으로 가득한 날만 행복인 줄 알았다. 적기 시작하니 잠시나마 환히 웃을 수 있는 모든 일이 행복이었다. 자연의 작은 변화가 일상의 활력소였고 살아있는 순간이 존재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 해내야 할 일이 나를 성장시킨다면 행복을 돌아보는 행위는 내면을 충만하게 물들인다. 오늘 하루도 무사하게 살아있음을, 반복하는 일과 속에 매일 다른 행복숨어 있음을 감사하게 여긴다.


행복은 요행이 아닌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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