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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Oct 30. 2022

소비 다이어트는 한 품목부터

소비 줄이기의 첫 단계


막상 내 소비를 점검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가계부를 쓴 것은 대학 시절이 마지막이었고 생활비는 대체로 일정했다. 할부를 이용할 때만 카드값이 조금 더 나올 뿐, 청구액은 크게 변동이 없었다. 신용카드 두 장, 체크카드 한 장. 예금은 없고 적금은 모로코와 영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크게 과소비가 없지만 그렇다고 저축액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소비를 파악할 수 있을까? 답은 물건이었다. 이사를 한 직후라 규모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사 들인 물건을 보면 소비를 알 수 있을 테니까.


찬찬히 둘러보니 집 안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품목은 옷이었다.


물건의 부피는 소비양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 옷부터 돌아보자.

생각해 보니 단 한 번도 옷을 얼마큼 사는지, 매달 어느 정도 돈을 쓰는지 알고자 한 적이 없었다. 철없는 새내기 시절 백화점을 들락거리다 카드를 한 번 자른 후에는 백화점 쇼핑을 자제해 왔다. 비싼 옷을 사진 않지만 계절별로 옷을 사는 건 당연했고 계획 소비보다는 충동 소비가 대부분이었다. 지나가다가 예뻐서, 기분이 꿀꿀해서 쇼핑이나 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질러 왔다.


처음부터 모든 지출의 가계부를 쓰며 스스로를 압박하는 건 무리이겠지. 나는 나를 잘 안다. 극단적인 목표 설정은 늘 작심삼일로 끝나고 말 거다.

1년 옷을 안 사는 것보다 1년의 소비를 파악해 스스로 깨우치는 편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1년만 옷에 한해 기록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돈을 가장 많이 쓰는 분야일 테니. 형식도 간단한 게 좋을 것 같아 가계부 대신 자주 쓰는 메모 앱에 매달 산 옷과 가격만 적었다. 이 정도로 가볍게 시작해 보자.

연말에 점검해 보니 총 40개 아이템에 177만 4140원을 썼다. 옷, 가방, 구두, 주얼리 등을 하나씩 사다 보니 이런 개수가 나왔다. 월평균 3.3개만 사도 40이란 수가 나오는 것에 놀랐다.


Photo by Nimble Made on Unsplash


여기에서 한 발 나아가 후회의 수치를 계산해 보기로 했다.'잘한 소비'를 헤아려 보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산 목록을 죽 훑어보며 '이 아이템은 다시 봐도 사겠다.'라는 마음이 드는 것을 세었다. 단 12개. 개수 대비 30%의 만족도가 나왔다. 12개 품목을 소비 금액으로 환산하면 전체 구매액의 24.1퍼센트였다. 40개의 물건 중 28개, 107만 4090원이 안 써도 될 돈이었다. 횟수도 금액도 과잉 소비였다.


계획 없이 사들인 옷과 액세서리는 명확한 지표로 돌아왔다. 이 결과를 가지고 목표를 세웠다. 다음 해에는 40개에서 반으로 줄여 '20개 이하로 사기'로. 70%가 만족하지 못한 소비였으니 50% 줄이기는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는 담대했지만 쉽진 않았다. 20개가 언뜻 많아 보여도 한 달에 2개만 사도 24개, 목표치를 넘어버린다.

그렇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순 없었다. 무언가를 살 때 죄책감 없이 사 온 인생에서 처음으로 상한 개수를 정하니 탁 하고 자물쇠가 걸린 느낌이었다.


1년 후 결과는 어땠을까?


19!   소비의 비율을 따져보니 63.1%. 작년 30%에서   이상 늘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뿌듯함이  올랐다. 작년에는 후회한 소비의 비율이 70%였는데 올해는 만족한 소비의 비율이 이에 근접했다.


옷을 구매한 달과 구매하지 않은 달도 점검했다. 아무 옷도 사지 않은 달이 작년 두 달에서 여섯 달로 3배 늘었다. 1년 중 6개월은 옷 쇼핑을 하나도 하지 않고 살 수 있구나. 기록이 보여주었다.


이 성공을 동력 삼아 다음 해에도 또 반으로 줄이는 도전을 했다. 연간 10개, 소비 만족도는 90% 이상으로 잡았다. 한 달에 하나도 사지 않는 도전, 성취감을 다시 느끼고 싶어 부단히 노력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연간 옷 구매 개수

40개 -> 19개 -> 9개


* 전체 구매 만족도

30% -> 63% -> 89%


* 소비하지 않은 기간

2개월 -> 6개월 -> 8개월


자신감이 붙었다. 구매의 유혹을 이겨내고 절제했을 때 은은히 퍼지는 자존감이 따라왔다. 옷장을 찬찬히 둘러보며 옷의 구성을 면밀히 살피게 되었고 구매욕도 옅어졌다. 다음 해에는 구입한 모든 제품에 만족했다. 후회하는 옷이 없어졌고 지출 비용은 1/4로 줄어들었다.


가장 많이 사는 품목을 정해 축소 소비에 도전해 본 경험은 좋은 스타트였다. 모든 물건에 적용했다면 목표가 버거워서 몇 달 못 가고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무리한 목표 설정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요요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도전하고 싶은 품목부터 줄여가 보자. 내게는 옷이 도전이었 저마다 1순위가 다를 것이다. 우선  품목부터 소비를 분석해 보고 줄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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