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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Oct 30. 2022

살면서 끊어낸 단절 소비

이것 없이도 충분히 살아졌다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분야로 누군가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면 지출을 하지 않는 분야로도 추측이 가능하다. 모든 소비는 각자의 삶과 가치관을 반영한다.

Photo by Amy Shamblen on Unsplash


전반적인 소비 다이어트 기간 동안 느낀 게 있다.

'생각보다 사는데 많은 물건이 필요 없구나.'

없어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분야가 하나 둘 생겼다. 그 분야를 깨닫기 시작하면 지출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돈을 쓰지 않거나 확 줄일 수 있는 부문이 나타난다. 그중 몇 가지를 풀어본다.


* 뷰티 제품

패션 매거진에서 일하며 매달 쏟아지는 신제품을 접해왔다. 각 브랜드 홍보사에서는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회사로 보내 주거나 직접 가져왔다. 제품을 반납할 때도 있지만 증정용으로 가져온 화장품이 넘쳐서 창고에 보관하곤 했다. 동료 에디터가 고가의 샘플 화장품을 종종 주었고 친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협찬받은 고급 화장품을 건네기도 했다. 정말 좋은가 싶어서 20만 원에 달하는 유명 화장품을 써 본 적도 있다. 그러나 내 피부는 고가든 저가든 금액에 따라 극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촉촉한 수분감이 오래가는 제품이면 족했다. 몇 가지 수분 크림을 써 오다 1만 원대 제품에 정착했다. 색조든 기초든 2만 원 대가 넘지 않는 제품을 쓴다. 바르는 가짓수를 줄여 스킨, 수분크림 두 제품만 바른다. 색조 또한 여러 색을 담은 아이섀도 팔레트 하나, 립스틱 세 가지로 몇 년째 사용 중. 쓰던 것을 소진해야 새 제품을 사는 원칙을 정했더니 1년에 두세 번 화장품을 산다.


향수. 스무 살이 넘어 관심이 많아졌다. 선물 받기도 하고 친구의 향이 좋으면 화장품 가게에 들러 구입했다. 예닐 곱 향을 거치는 동안 깨달았다. 향수 30ml 한 통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여러 개의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한 통을 소진하기 어렵다. 하나의 향수를 끝까지 써 본 기억은 없다. 대부분 싫증 나서 쓰다 말거나 향이 변해 쓰지 못했다.

지금은 딱 하나만 가지고 있다. 뿌리고 나갔을 때 가장 반응이 좋았던 향수만 남기고 손이 잘 가지 않던 향수는 모두 팔았다. 더 이상 새로운 향에 호기심이 들지 않는다. 시그니처 향수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뀐 생각 덕에 화장대는 간결해졌고 지출을 하지 않는 분야가 하나 더 늘었다.


마지막은 핸드 워시이다. 언제부터인가 손을 씻을  편하다는 이유로 애용해 왔다. 거품이 나는 느낌이 재밌기도 했다. 그러다 제품이 떨어져서 비누를 쓰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손에 남는 느낌도 깔끔했고 무엇보다 플라스틱 용기를 하나  쓰는 점도 좋았다. 지구촌 문제로 부상한 각종 플라스틱 폐기물 뉴스를  때마다 연간 내가 쓰는 플라스틱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가지 제품을  쓰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있고 덩달아 지출도 줄일  있다. 그 후로 샴푸나 주방 세제 등도 웬만하면 리필용을 사서 채우는 방식을 택한다.


* 돌돌이 테이프

지와 머리카락 제거에 유용한 돌돌이 테이프. 있으면 분명 편한 제품이지만 사지 않는다.  부피가 부담되고 리필용 테이프를 계속 사야 하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대신 택배 스티커를 이용한다. 택배를 받으면 박스 분리수거를 위해 주소 스티커를 제거해야 하는데 휴지통에 버리기  먼지 제거에 이용하면 일석이조이다. 택배 기사가 간혹 반품용 스티커를 남기고  때면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청소할  쓴다. 얇고 작은 스티커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점도 딱이.


* 온라인 구독 서비스

'킹덤' 한창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보고 싶은 마음에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처음  달은 무료이니까 신나게 봤다. 수만 가지 볼거리가 만찬처럼 펼쳐져 한동안 빠져있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나의 저녁이 사라지고 있구나.'

TV를 끊은 자리에 넷플릭스가 들어왔다. 저녁 이후로 책 읽는 습관이 사라졌고 자정에 가깝도록 자동 재생을 중지하지 못했다. 과연 이 루틴이 저녁 시간을 온전히 대체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일까? 구독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아니었다. 내게는 평온한 시간과 독서의 기쁨을 대체하지 못했다. 요즘은 유명한 작품도 30, 1시간 요약 버전으로 유튜브에서 찾아볼  있다. 넷플릭스를 끊었더니 다시 저녁이 생겼다.


* 편집 프로그램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준비할 때 편집 프로그램을 알아보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쓰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무료 사용 기한이 끝나자 연간 구독으로 바뀌었다. 월 2만 4천 원. 문제는 유튜브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구독료가 먼저 발생하니 마이너스 지출이 만들어진다는 것.

몇 달 사용하다 안 되겠다 싶어 다른 프로그램을 찾았다. 동생이 추천해준 무료 프로그램으로 갈아탔다. 아직 현란한 영상 기술이 없기 때문에 기본 편집 기술만 익히면 되니 금방 적응했다. 이렇게 구독을 해지해 연간 28만 8000원을 절약했다.


* 핸드폰 요금

늘 나가는 고정비였으니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알뜰폰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수많은 회사를 비교하고 변경하는 과정이 귀찮아서 미루고만 있었다. 월 6만 원대에 달하는 요금이 상당히 큰 고정비라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바꿔야겠다 싶어 검색에 돌입했다. 마침 알뜰폰 요금제를 비교해주는 사이트(www.mvnohub.kr)를 발견했다.

월평균 통화 시간과 데이터 사용량을 검색 조건에 넣으니 여러 회사의 요금제가 한눈에 나왔다. 몇 곳을 골라 해당 회사 홈페이지에서 가입 신청을 하자 이틀 만에 유심칩이 왔다. 이렇게 간단했는데 왜 하지 않았을까? 신청할 때는 1만 9800원이었는데 며칠 사이 1만 8700원으로 요금이 내렸다. 약정기간도 없고 써보다가 다른 요금제, 회사로 갈아타는 것도 언제든 가능했다.

기존 통신비 60390원에서 1/3 수준으로 지출이 줄어들었다. 연간 72만 4680원에서 22만 4400원으로 통신비를 50만 원이나 아낄 수 있다니. 현재는 알뜰폰 요금제에 완전히 적응해 점점 낮은 요금제로 도전하다 1만 890원짜리 요금제를 쓴다. 1년 요금이 약 13만 원 정도. 알뜰폰으로 바꾸기 전이었다면 두 달하고 며칠치 요금에 해당한다.



이렇게 언뜻 생각나는 몇 가지 분야만 더해도 연간 100만 원가량을 줄일 수 있다.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고정비이겠거니 하며 건드리지 않았던 분야까지 꼼꼼히 살펴봤더니 돈이 새는 곳은 다양했다. 지출 내역을 분석할 때 분야별로 적어서 의문을 가져보자.


-  분야에  금액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 이 제품을 꼭 써야 하는 이유는? 만약 쓰지 않는다면 대체할 것은 무엇일까?

- 쓰지 않아도 무리 없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


 쓰던 것이 없어졌을  가치를 알 수 있다.  물건과 서비스가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이것 없이   있다면 없애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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