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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Feb 04. 2022

소신 있는 퇴사 결정 그리고 결과

MZ 직장인이고 한 번의 퇴사 후 다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만 3년이 되던 해에 잘 다니던 정규직 자리를 벗어났다. 첫 퇴사였다.

이십대 후반, 그렇게 사회 어느 페이지에도 '정해진 자리(환승 이직)' 없이 자유인이 되었다.



'환승 이직' 하지 않으면 후회할걸?

막내의 퇴사 소식을 듣고 같은 팀 차장님이 건네준 말이었다. 경험이 더 많은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할까? 결국 스스로의 결정을 믿고 안전한 회사문 밖을 나온 나는 불안이라는 세상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했다면, 퇴사율이 고공 행진하고 취업률이 바늘구멍인 사회에서 불안감을 줄일 수는 있었겠지만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까지 돌려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첫 회사에서의 마지막 출근날. 유관부서와 연결되었던 수많은 '카카오톡 채팅방'의 기록을 지우고, 인사를 하고 낮에 퇴근했다. 버스정류장에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는데 하늘이 유독 맑고 공기가 상쾌했다. 하루에도 분 단위로 시끄럽게 울리던 휴대폰은 잠잠했고,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몇 주 전에 사전 승인을 받던 나에게서 '그냥 자유인'이 되어버렸다. 난 도비였다. 퇴사 2주 후, 2018년 8월 여름 런던 히드로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회사에서 퇴사하겠다며 팀장님과 상담을 한 후 확 김에 질러버린 항공 티켓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장거리 해외여행이 시작되었다.



유럽에서의 한 달 배낭여행,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많은 것을 참고 인내하는 직장인에게 '퇴사'는 사실상 만병통치약이었다. 찌들었다고 생각했던 텐션이 회복되었고, 참아왔던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했다. 마스크도 쓰지 않던 바이러스 이전의 시대에서 난 극한의 자유를 맛봤다. 참 달콤했다. '해리포터의 나라 영국에서 1일 1 피크닉 하기', '낭만적인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 보며 와인 마시고 취해보기', '천국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스위스에서 하이킹하기', '여름이라는 계절이 잘 어울리는 이탈리아에서 1일 1 젤라토 먹기'.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소매치기범이 극성하기 때문에 늘 가방을 예의 주시하며 초긴장 상태로 다녀야 했고, 치안이 안전하지 않아서 해가 어둑어둑해지기 전에 숙소로 귀가하기 바빴다. '우버(Uber)'라는 택시 앱을 통해 이동할 때면 긴장을 놓지 못하고 내비게이션을 살폈으며, 루브르 박물관을 향해 가던 버스에서는 소매치기범과 마주쳤고, 스위스에서는 살인적인 물가에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약 4주간의 여행 중에 절반인 2주가 지났는데 한국에 귀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붙어 다니는 긴장감에 체력이 다 소진된 탓이었다. 그런 나를 일으켜준 건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혼자 지루할 수 있었던 여행은 다양한 사람들 덕에 다채로운 기억으로 남았다. 좋았던 순간은 혼자 간직해도 소중하지만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을 때 기쁨이 배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경험은 결국 자신감이 됩니다.

난 현재 외국계 기업에 이직하여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영어권 나라에 유학 가 본 경험이 없는 '한국 토박이'가 영어로 업무를 해야 하는 외국계에 이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신감이 컸다고 생각한다. 영어 인터뷰가 필수 관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입사하고도 영어는 소통 및 메일에서 많이 사용된다. 혼자 영어권 나라에서 여행했던 경험은 회화에 큰 자신감이 붙도록 도와줬고, 이는 영어 면접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니 결과적으로는 선배가 말렸던 '정해진 자리 없이 퇴사하는 길'이 결국 나의 미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 경험을 통해서 '선택은 나의 몫, 책임도 나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직하는 과정에 8개월이 걸렸기 때문에 결코 짧거나, 고통이 적었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내 인생을 결정하는 데 누군가의 조언도 귀 기울이는 게 맞지만 결국은 나만이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정이 후회 일지 긍정적인 변화일지는 개인의 몫인 것이다.


*환승이직- 업무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직 중인 상태에서 이직을 준비하며, 퇴사 후 곧바로 새 직장으로 환승하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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