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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 '낭랑한 하루'

by 차차

2024년은 나의 낭독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해였다.

그 시작은 교사성장모임 ‘자기경영노트’(이하 자경노)에 참여하면서였다.


OT 날, 자기소개와 활동 안내가 끝나갈 즈음, 리더 선생님께서 화면에 글 하나를 띄우셨다.

제목은 「무엇이 성공인가」.

누군가 낭독해 주길 바라셨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침묵이 길어지자 나는 용기 내어 손을 들었다.

“제가 한번 읽어볼게요.”


낭독이 시작되자 채팅창에는 따뜻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오~ 밀리의 서재”

“목소리 참 좋네요.”

“낭독 동아리 있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이, 낭독 동아리 ‘낭랑한 하루’의 씨앗이 되었다.


리더로서 낭독모임을 이끌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낭독을 잘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그래도 이 모임에서는 내가 가장 경험이 풍부하지 않을까?'

전문 성우님께 1년간 낭독을 배운 시간, 동기 선생님들과의 연습, 세 권의 오디오북 참여, 몇 차례의 낭독회 경험까지. 지나온 시간을 총동원해 도전해 보기로 했다.


틈틈이 자료를 찾아보며 고민하고, 자문도 구했다. 그렇게 커리큘럼을 완성하고,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했다.

마침내 일곱 명의 멤버가 모였고, 5개월간의 낭독 여정이 시작됐다.



활동을 이끌며 중점에 둔 것은, 선생님들의 일상에 소리 내어 읽는 기쁨을 더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낭랑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목표였다.


3월에는 매주 일요일 아침 줌으로 만나 『나에게, 낭독』을 함께 읽고, 직접 쓴 글로 '미니 낭독회'를 열었다.

4월부터는 매일 낭독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낭독 미션’을 드렸다. 평일에는 낭독인증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아침에 줌으로 만났다.

5월에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우리, 편하게 말해요』를 읽으며 말하듯이 낭독하는 연습을 했다. 선생님들의 요청으로 5월부터는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낭독의 기쁨과 슬픔을 나눴다.

6월에는 발성과 발음 훈련으로 기초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7월에는 루리 작가의 『긴긴밤』을 읽고, 대망의 낭독회를 했다.


리허설 날, 선생님들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은근한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찾아왔다.




드디어 낭독회 당일.

반가운 자경노 선생님들과 낭독 친구들, 지인분들이 함께해 주셨다.

말주변이 부족한 나였지만, 진행은 내 몫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낭독부터 편안하게 잘 열어주신 덕분에 그 호흡을 이어받아서 쭉쭉 진행되었다.

3일 사이에 이렇게 또 성장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동안 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셨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지난 5개월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낸 성장 스토리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그 순간, 나를 지도해 주셨던 성우님들이 떠올랐다.

‘성우님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누군가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동시에 교사로서의 첫 마음도 다시 떠올랐다.

‘그래, 나는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싶어서 이 길을 선택했지.’

선생님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잠시 잊고 지냈던 초심을 기억하게 됐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이제 내가 있는 곳에서부터 낭독의 씨앗을 뿌리려 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일상에서도, 누군가의 삶에 낭독이 스며들도록 낭독문화를 열심히 전파해야겠다.

그것이 ‘낭랑한 하루’가 내게 남긴 선물이다.




▼ 낭독하는 사서교사가 추천하는 책

이금희 『우리 편하게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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