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여 BTS(Books Toward Solutions)!
‘책을 통해 고민의 답을 찾아가는’ 낭독 책놀이였다.
우리는 가벼운 고민과 무거운 고민을 하나씩 적어서 내고, 낭독 여행 준비물이었던 정여울의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을 펼쳤다.
그리고, 서로의 고민에 해결책이 될 만한 구절을 찾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 한 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순간이 새삼 놀라웠다.
복직하자마자 아이들과 꼭 해보고 싶었다.
9월이 되어 도서관에서 고1 창체 진로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미리 도서관 서가에서 청소년 시집을 골라 바구니에 담고, 포스트잇도 넉넉하게 챙겼다.
아이들에게는 일반 시집 한 권과 청소년 시집 한 권을 가지고 자리에 앉도록 했다.
“얘들아, 오늘은 BTS 활동을 해볼 거야!”
도서관이 술렁였다.
“방탄소년단이요?”
“아니, 그 BTS 말고—Books Toward Solutions!”
기대감 속에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포스트잇에 진로 고민 하나, 일상 고민 하나를 적어서 앞으로 냈다.
진행자가 그중 ‘공감되는 고민’을 하나 골라 읽었다.
“성적이 안 나온다.”
도서관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그 사연에 도움이 될 만한 시 구절을 찾기 시작했다.
“BTS!”
손을 번쩍 든 학생이 외쳤다.
타이머를 1분으로 맞추자 도서관은 순식간에 책장 넘기는 소리로 가득 찼다.
1분이 지나면 ‘BTS’를 외친 순서대로 발표를 했다.
“박일환 시인의 『만랩을 찍을 때까지』 중, <만랩>이라는 시에서요.
‘만렙의 고지에 오를 때까지는 좌절도 절망도 내 것이 아니다.’
좌절하지 말고 계속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이들의 고개가 하나둘 끄덕여졌다.
진지하기도, 재치 있기도 한 시 구절들이 점점 수업에 활력을 더했다.
BTS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은 이렇게 소감을 나눴다.
“나름 웃긴 상황도 있었고, 여러 가지 솔루션을 듣는 게 재미있었어요.”
“생각보다 공감되는 고민이 많아서 저의 고민도 조금씩 해소되는 느낌이었어요.”
“평소에 시를 잘 안 읽지만 이 활동을 하며 많이 읽을 수 있었고, 가끔은 시를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를 통해 고민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재밌었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것 같았어요.”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그에 맞는 시 구절을 찾아 읽는 동안,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시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즐거움과 통찰을 주었다.
BTS와 함께한 낭독은, 정답보다 함께 답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 낭독하는 사서교사가 추천하는 책
정여울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