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초빙 문의’.
단 세 단어인데,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OO교육지원청 독서인문교육 업무를 하고 있는 이OO 장학사라고 합니다.
제가 연수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우리 지역의 사서 선생님들께서
'낭독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선생님을 강사로 초청하고 싶다고 하네요.
혹시, 일정이 가능하실지 여쭤봅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낭독’을 주제로, 그것도 사서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되다니.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그동안은 자기검열이 심해서, 블로그에 ‘교사’라고 밝히는 일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퓨처티처』를 출간하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학교 현장에 낭독 문화를 전파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마음을 담아 SNS에 프로필을 올렸다.
그 용기가 새로운 문을 열어준 셈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지도성우님께 SOS를 쳤다.
교육청 특강은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선 선생님들의 니즈를 파악한 후, 강의 구성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다음 날, 장학사님과 통화를 한 뒤 연수를 함께 기획하신 초등학교 사서선생님을 소개받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수 대상은 초·중·고 사서교사와 사서.
학교급과 역할이 다양하니, 여러 가지 낭독 사례를 말씀드리면 좋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지도성우님과 상의 끝에 강의는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1부는 ‘내가 만난 낭독’, 2부는 ‘학교에서 낭독하기’.
첫 강의 준비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들었다.
PPT 43장을 만드는 데 며칠을 꼬박 쏟아부었고, 강의 전날까지도 고치고 또 고쳤다.
드디어 강의 날.
장학사님께 소개를 받고 강의를 시작했다.
첫 문장은, 역시 ‘낭독’이었다.
낭독은 듣는 대상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목소리를 꺼내는 이유는 누군가 듣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말을 하면 상대방이 듣고, 혼자 말을 하면 내가 그 소리를 듣는다. 어떻게 소리가 들리는지 알고 깨닫는 만큼 다채롭고 깊이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다.
- 서혜정·송정희 『나에게, 낭독』 중에서
낭독과 마찬가지로 이날의 강의 역시 듣는 대상인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본캐인 사서교사로서, 그리고 부캐인 낭독가로서의 나를 소개했다.
낭독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그 만남이 내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묵독보다 낭독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낭독회를 꾸리는 방법부터 교사 낭독 동아리 운영, 『나에게 낭독』 저자와의 대화, BTS 책놀이, 문학 성큼성큼 콘서트, 그리고 낭독 활동 제안까지—
학교 안팎에서 낭독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낭독 체험과 코칭, Q&A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2시간의 연수로 선생님들이 곧바로 낭독을 지도하긴 어렵겠지만,
‘나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면 이날 강의는 그걸로 충분하다.
낭독은 하루아침에 익혀지는 기술이 아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전에, 교사 스스로 낭독을 충분히 경험하고 귀를 여는 시간이 필요하다.
선생님들이 낭독을 즐기고, 낭독으로 치유되는 경험을 꼭 해보셨으면 좋겠다.
작지만 이 한 걸음이, 학교 현장에 낭독 문화를 퍼뜨리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
▼ 낭독하는 사서교사가 추천하는 책
루리 『긴긴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