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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나무 Jan 17. 2021

입사 네 달, 가해자 없는 범죄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 사수 입에서 터져 나온 ‘시발’은 자가 번식하듯 매일 무서운 속도로 불어났다. 그는 마치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급하고 간절하게 분노를 들이켜고 사레처럼 욕을 내뱉었다. 사람 안에 저렇게 많은 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것도 저렇게 밋밋하고 단조로운 욕이.


 프로젝트가 중반에 이르렀을 땐 사수의 예민함 또한 극치에 달했다. 그는 팀원들의 참여(혹은 참견)를 극도로 기피했으므로 모든 업무는 사수와 나의ㅡ특히 나의ㅡ책임이고 역할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름 잘 헤쳐나가고 있었다. 출근 전의 나와 출근 후의 나, 그리고 주말의 내가 합심해 겨우 막아내는 수준이긴 했지만. 



반복되는 패턴, 반복되는 패배


 매달 처음 돌아오는 월요일에는 회사 월간회의가 있었다. 전 직원이 모두 대회의실에 모여 대표님 훈화 말씀을 듣고 각 팀의 지난달 성과와 이번 달 계획을 무심한 목소리로 나누는 자리였다.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출근 한 시간 전부터 회사 근처 카페에서 사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음에도 습관처럼 그랬다. 주말의 나태함과 게으름을 회개하듯이. 


  10분 뒤 도착한 사수는 커피와 함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는 왜 이렇게 일찍 왔냐는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곤 의도를 읽어낼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그는 다짜고짜 내게 맡긴 업무의 진척도를 물었다. 분명 지난 금요일 퇴근 전 보고를 마친 건이었다. 나는 바보가 된 기분으로 3일 전과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내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끝나기 전에 사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말에는 뭘 했냐고 물었다. 질문이 입력되자마자 머리에선 자동적으로 변명거리를 짜내고 있었다.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저런 어이없는 질문에 당황하는 스스로가 싫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주말은 쉬는 날이라고. 당연히 일했어야 하는 것처럼 묻지 말라고. 그리고 완전히 솔직하진 못했다. 그렇게 급했으면 본인이 하지 그랬냐고.


 사수는 또다시 나의 자존감을 끌어내리기 위한 말들을 쏟아냈다. 실망스럽다고. 일을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열정까지 없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그딴 정신으로 뭐가 되겠냐고. 


그냥 프로젝트에서 빠지세요.


 질문과 마찬가지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순간 나는 그와 내게 주어진 힘의 차이를 실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안서부터 프로젝트 중반에 오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일은 내 몫이었으나, 나는 당당히 그 프로젝트는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PM은 어디까지나 그였고, 고객에게도, 팀원들과 대표에게도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언제나 사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무기력하게 사수의 선택과 결정을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내던져진 말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오래 일하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잊지 말아야 하는 마음가짐이자 태도다.  

 그러나 그 당시 나에겐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도통 따르지 못하는 박제된 경구와 다름없던 말이었다.


 나는 나를 향한 사수의 요구가 억지임을 분명 알고 있으면서도 그 굴레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말엔 쉬는 거라고. 말하고도 속으론 게으르고 못난 스스로를 위한 우스운 합리화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믿지 않았고, 사수가 쉽게도 내뱉는 궤변에 끌려 다녔다. 그가 게으르다고 하면 게으른 게 되었고, 일에 열정이 없다고 하면 그런 게 되었다.  


 그와 내가 놓인 위치의 차이를 사수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먼 아래를 내려다보듯 나를 보았다. 프로젝트로 인해 자신의 손에 다시금 목줄이 쥐어진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겨우 다시 손에 들어온 목줄을 놓치지 않으려 이런저런 애를 다 썼다.  


 사수는 소파에 기대앉아 계속해서 나를 비꼬거나 힐난했다. 나는 말없이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속으로 몇 번을 되뇌고 나서야 대꾸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일하고 싶지 않아요.”


  개인 생활 없이 일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으라고 강요하는 건 결코 당연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일해서 얻는 결과가 그 누구에게도 좋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하면서 나는 오히려 차분해져 갔다. 생각이 실체가 되어 내 입에서, 내 목소리로 흘러나오자 확신이 생겼다. 사수는 그런 나를 가만 지켜보았다. 자뭇 여유 있는 척했지만, 초조해 보였다. 그는 다리를 꼰 채 달달 떨며 커다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내 말이 끝나자 사수는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본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러나 맥락 없는 대사와 함께 화가 났다는 몸짓으로 자리를 박차고 무대를 빠져나갔다.


 프로젝트에서 빠진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대표님과 팀원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할게요. 일 하기 싫다 그랬다고.


 나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한 커피 두 잔 앞에 남겨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 없던 심장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아무 힘도 주지 않았는데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이 보였다. 나는 습관처럼 핸드폰을 집어 들었으나, 누구한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나’라고 생각했던 일을 빼앗겼다. 


 사수는 나에게서 ‘나’를 훔쳐 달아났다. 




 그 후로 30분을 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출근시간이 코앞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성을 찾으라고, 정신을 차리고 답을 내라고 다그쳤다. 사수에게 그만두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나를 구할 의무가 있었다. 일과 나를 분리해야 했으나, 프로젝트가 버젓이 눈앞에 있는 이상은 나를 투영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잡히지 않도록 멀리 도망가는 수밖에.


 후련하면서도 찝찝한 마음으로 집에 갈 채비를 했다. 사무실에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일단 혼란스러운 마음을 수습할 필요가 있었다. 가방을 들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액정엔 사수의 이름이 떠 있었다. 나는 목줄을 풀고 달아나다가 멈추었다. 철책으로 된 울타리가 보였다.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건 내가 아니었다. 




분노의 출처


 사수는 일단 회의가 끝난 뒤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30분 동안 혼자 쌓아 올린 다짐이 무색하게 나의 몸은 착실히 회의실 한편에 자릴 잡았다. 대표님의 훈화 말씀도, 팀장들의 성과 발표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뒤에 앉은 사수에게 온 신경이 다 쓰였다. 차마 돌아볼 수도 없었으나,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뒤를 향하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어수선한 회의실 밖에 사수가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잠시 걸었다. 사수는 여전히 화가 난 상태였다. 본인 뜻대로 되지 않는 내가 답답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만둬야지,라고 속으로 몇 번을 되뇌면서도 사수 앞에서는 위축되고 말았다. 일종의 학습효과였다. 


 “자꾸 그딴 식으로 나올 거예요?”


 사수는 애매한 질문을 했다. 나는 그딴 식이 뭘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주말은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내 정신 상태를 말하는 걸까. 아님 경고를 하고 간 본인에게 싹싹 빌지 않고 그만두겠다고 하는 배은망덕한 내 태도를 말하는 걸까. 그러나 되묻지 못했고, 답하지도 못했다. 나는 그의 옆에서 멍하니 걸었다. 그가 화를 낼 때면 종종 풍경이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 지금까지 내가 살던 곳과 다른 속도의 세상 같았다.


 그때 내 눈에 무엇이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눈뜬장님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나는 사수에게 일단 진정하라고 했다. 어쨌든 그를 설득하고 싶었다.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었다. 나는 의견 차이든 뭐든 얼른 합의점을 찾아 결론을 짓고 일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논쟁은 의미가 없었다. 


 “화를 좀 가라앉히신 뒤에 다시 얘기할까요?”


 화나게 만드는 건 너잖아, 시발!


 사수는 소리를 지르곤 또다시 성큼성큼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끊지 못하는 분노의 출처는 나였다. 


 그는 이제 내 존재 자체가 끔찍한 모양이었다. 




다음 말은 내 차례


 돌아간 사무실에도 사수는 없었다. 아마 또 어디론가 개인 용무를 보러 갔을 터였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요구되는 산출물의 양이 많아질수록 그의 자리비움 시간도 길어졌다. 그는 낮에는 여전히 누구도 알지 못하는 행선지를 방황하다가 저녁쯤 사무실에 돌아와 밥을 먹고 새벽까지 홀로 남아 일(혹은 일을 빙자한 무엇)을 했다. 그는 집이 멀다는 이유로 당당하게 회사에 숙박비를 청구했다. 


 홀로 사무실에 돌아온 나는 한참을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다 대표실 문 닫히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나는 그대로 일어나 홀린 듯 대표실로 향했다. 


 의외의 인물이 찾아오자 대표는 어색하게, 그러나 반기는 기색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그는 우물쭈물하는 나를 기다려주었다. 나는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나를 좋게 본 만큼 대표는 사수 역시 예뻐했다. 그는 대표 앞에서는 여전히 충성스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똑똑한 부하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간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몇 달 동안 매일 사수를 마주하며 괴로웠던 시간은 한 움큼인데 정작 말할 건 별로 없었다. 그가 하는 행동은 지독할 정도로 비슷한 패턴의 연속이었다. 나는 사수가 매일같이 내뱉는 욕으로 서두를 뗐다. 업무와 무관한 무시와 비난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도 때도 없이 물건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그의 습관과 나를 향해 각티슈를 던졌던 일에 대해 말했다. 그 일련의 행동과 사건들로 인해 내가 느낀 모멸감과 자괴감에 대해서도.


 대표는 대체로 동요 없이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으나, 각티슈 사건엔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팔짱을 낀 채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무겁게 입을 뗐다. 노무사와 논의한 뒤 인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본인도 당황스럽다고. 그렇지만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니 책임감을 느낀다고. 잘 처리해주겠다고. 우선 이틀 정도 쉬고 오라며 조심스레 얘기했다. 


 나는 대표가 얼마나 당혹스럽고 막막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달간의 일을 한꺼번에 쏟아냈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나는 그가 변명하듯 늘어놓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문제는 이 쓸데없는 공감 능력이었다.  




상처 준 자와 상처 받은 자


 대표실에서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의 거의 대부분을 얘기했지만, 내가 아는 모든 걸 얘기한 건 아니었다. 사수가 업무 미팅을 빙자하고 돌아다니며 영업비라는 명목으로 쓰고 다니는 ‘대외비’나 낮 동안 어딘가를 전전하다가 밤이면 사무실에 돌아와 업무를 핑계로 긁어대는 야근 식대와 숙박비 같은 것들. 그럼에도 프로젝트 업무 대부분은 내가 맡아하고 있으며, 그는 종종 본인이 관심 있거나 본인 이력에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만 참여한다는 사실 같은 것들.


 대표가 결재해준 이틀의 휴가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사무실에 출근하자 팀원들이 탐탁지 않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아무 이유 없이 이틀씩이나 쉬고 온 팀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나의 부재가 그들과 그들의 업무에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그랬다. 세상에는 종종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남에게 심술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지천에 만연해 있고, 그걸 감당해야 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었다. 


 인사위원회 얘기는 결국 사수의 귀에도 들어갔다. 내가 부재한 동안 대표와 사수도 나름의 면담 시간을 가진 듯했다. 사수는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사무실을 누볐다.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원래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사수는 큰 목소리로 고객과 전화하며 프로젝트 일정을 정하고 있었다. 당연히 나에겐 그 어떤 얘기도 없었다. 이미 프로젝트는 내 손을 떠난 듯 보였다. 


 팀원들도 사정을 몰랐다. 그들은 갑자기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수와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면서도 누구 하나 먼저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사무실에서 할 일이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은 모두 다 사수와 하던 것뿐이었다. 그는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다음날도 똑같았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사수에게 가서 프로젝트 진행이 어떻게 되는 건지 물었고, 그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원하던 대로 프로젝트에서 빠지면 돼요. 인사위원회 얘기 들었어요.
솔직히 그걸로 너무 상처 받아서 다신 당신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말 걸지 마세요.


 그는 그대로 뒤돌아 멀어져 갔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내 귀를 의심했다.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결국 인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나는 다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사수와 함께 일했다. 


 인사위원회는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인해 무산이 되었다. 


 매일 사무실에 출근했지만 나는 그저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수는 갑자기 팀원들을 둘도 없는 친구나 형제처럼 대했다. 일부러 내가 보는 곳에서 그들과 농담을 하고 장난을 쳤다. 다 같이 밥을 먹거나 회의를 할 때면 보란 듯 나를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속닥거렸다. 평균 나이 마흔을 훌쩍 넘긴 사람들이었다. 사무실에는 전에 없던 그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곳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건 나 혼자뿐이었다. 


 나는 그들의 행동을 한심해하면서도 완전히 무시하지 못했다. 그래 봤자 나는 일개 사원에 불과했다. 그들이 작정하고 일에서 배제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쪼르르 대표에게 달려가 저들이 나를 왕따 시키고 있다고 미주알고주알 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전히 인사위원회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그 누구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나는 뭐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로 매일 그를 마주해야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처 받은 척하는 사수에게 정말로 미안하고 죄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나를 가르치고 이끌어가려고 했던 그의 노력과 시간을 한순간에 배신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모순적인 감정은 나조차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었다. 무슨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대표실 문을 두 번째로 두들겼다. 인사위원회는 없던 일로 해달라고 했다. 


 나는 스스로를 병신 같다, 고 자조하면서도 어쨌든 사수와 다시 일하고 싶었다. 남들은 다 사수의 것이라고 칭해도 나만큼은 내 것이라고 믿는 프로젝트도 다시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모든 걸 원상태로 돌려놓고 내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나는 내가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뻔한 인질극의 피해자임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냥 일종의 해프닝이길 바랐다. 스스로가 고작 이 정도에 무너질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고 믿고 싶었다. 사람은 모두 복잡한 존재이니 사수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였다. 내가 잘못한 부분도 있었다. 나부터 고치면 모든 게 잘 해결될 것 같았다.


나는 착각했고,
착각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루어지지 않을 허상을 믿고 싶었다.


 나는 매일같이 울었다. 동시에 그런 스스로가 한심하고 싫었다. 남들은 묵묵히 견디고 넘어가는 일에 혼자만 죽겠다고 징징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매일 무너지는 스스로가 싫었다. 나는 나를 위로하지 않았고, 도대체 왜 고작 이것 가지고 넘어지고 난리냐며 나를 다그쳤다.


 그 무엇보다 가혹한 건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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