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이사를 완료했다. 한국처럼 체계적인 이삿짐센터는 없었지만, 우리가 싼 짐을 한인 이사 업체에 고용된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흑인 친구 한 명이 열심히 날라준 덕분에 그나마 수월하게 모든 짐을 옮길 수 있었다. 기존 집에 있던 가구들은 모두 버리고 새로운 가구들로 집을 채우자 묵은 근심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사 전, 이 가구 어때?라고 묻는 내게 남편은 보여주는 족족 다 예쁘다고 했지만 왜 유달시리 내 눈에만 조금씩 다른 디테일이 거슬리는 건지, 마음에 드는 소파와 식탁을 찾으려 끊임없이 수많은 웹사이트를 뒤지며 손품을 팔고 가구 아울렛을 둘러보며 발품을 팔았다. 그런데도 마음에 쏙 드는 걸 찾기가 힘들었다. 계속 가구를 들여다보며 스트레스를 받아하자 남편은 어차피 살다가 바꿀 것들인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며 날 위로했지만 나는 그 말이 유달시리 슬프게 느껴졌다.
이사를 하기 전, 엄마와 아빠가 뜬금없이 내게 큰돈을 송금해 왔다. 처음에는 잘못 보낸 줄 알고 이게 웬 돈이냐 물었다. 전화를 받은 엄마는 웃으며 처음 가는 집에 혼수를 해주고 싶었다며 더 보내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뭐가 미안해, 너무 고마워.'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나자 내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엄마와 아빠는 도대체 내게 전생에 무슨 빚을 졌다고 매번 나에게 이렇게 해주기만 하는지.
그래서 쉽게 바꿀 수 없는 가구를 사고 싶었다.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그런 가구를 집에 들이고 싶었다. 가구를 쓰는 내내 엄마 아빠가 생각나는 그런 가구. 그리하여 들어온 새로운 가구들.
집을 다 꾸미고 엄마 아빠에게 꾸민 집 사진을 보여주니 너무 좋아 보인다 하셨다. 아빠는 소파가 좋아 보인다 했고, 엄마는 티비 콘솔이 너무 예쁘다 말했다. 응 아빠, 소파는 미국 웨스트 엠이라는 브랜드에서 세일해서 엄청 싸게 샀어! 티비 콘솔은 아마존에서 390불에 샀는데 진짜 잘 샀지? 대신 희승이가 조립하느라 고생했어라고 조잘조잘 말하는 내 모습을 휴대폰 너머로 보며 그들은 행복해했다. 엄마 아빠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진정으로 행복했다.
"수미야, 우리가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게 꿈같아."
"나도. 우리 호텔 사는 것 같아."
"진짜. 아난티 같아."
어젯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남편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시시덕거렸다. 이전 집에서는 생전 사지도 않던 고급 디퓨저를 사 집안 곳곳에 배치해 두었더니 더더욱 호텔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 집 로비에는 언제나 도어맨이 있고, 루프탑으로 올라가면 브루클린 브리지와 자유의 여신상이 한눈에 보인다.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해서 요즘은 감사 기도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은 남편을 통해 흘러 들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내가 지금 일을 하지 않고 남편이 돈을 벌어서가 아니다. 그냥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모든 순간이 남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런 것을 통해 정말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방법을 또 한 번 체험했다.
[엡5:21-28, 우리말성경]
21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서로 복종하십시오.
22 아내들이여,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순종하듯 하십시오.
23 이는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되심같이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가 바로 몸의 구주십니다.
24 교회가 그리스도께 복종하듯 아내들도 모든 일에 남편에게 복종하십시오.
25 남편들이여,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어 주심같이 하십시오.
26 그리스도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말씀을 통해 교회를 물로 씻어 깨끗하게 해서 거룩하게 하시고
27 티나 주름이나 다른 지저분한 것들이 없이 교회를 자기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서도록 해서 오직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28 이와 같이 남편들도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몸을 사랑하듯이 해야 합니다.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동네를 걷다 든 생각이 이 수많은 인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미국 땅에 꿈을 찾아 떠나오는데 여기서 펼쳐야 할 나의 꿈은 무엇일까? 였다. 그런데 이 생각이 스치자마자 곧바로 나는 이미 꿈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꿈은 희승이었고, 내 꿈을 찾아 나는 미국에 왔고, 내 꿈과 함께 살고 있다. 내 꿈이 여기에 있지 않았더라면 난 이곳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이곳에서 무엇을 이루는 것은 단순히 목표 하나를 이루고 내 인생에 점 하나 찍는 것에 불과하지만 내 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내 꿈과 함께 뉴욕에서 살아 숨 쉬는 동안은 열심히 누리며 살아야지. 다음 이정표가 어디가 될진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브루클린에서 많은 추억을 쌓아야지. 내 꿈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