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한가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하는 요즘입니다. 특히 물건을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정말 많이 줄었네요. 매일 비움을 하지 않아도, 가끔 비울 물건들이 나오면 속 시원하게 비워만 주어도 삶이 참 홀가분합니다. 물론 새로이 들이게 되는 물건에 조금은 깐깐함을 부리기도 하지만요.
이런 생활이 계속될수록 어떤 물건이든 상관없이 관리할 수 있는 만큼만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사실 어렵게 가진 이 여유시간과 저의 에너지를 물건을 정리하는데 쓰고 싶지 않다는 욕심일 수도 있고요. 그럼 뭐 어때요? 저도 사람인 걸요.
매일 아침 출근하기에 늦지 않은 시간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면 그만인 줄 알았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 준비와 미뤘던 집안일을 해내기 바빴습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하루를 정리하고 일기까지 쓸 수 있게 되었어요.
물건을 정리하는 것보다 책을 읽는 일, 글을 쓰는 일, 음악을 듣는 일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일. 이 모든 것들을 골고루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거.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는 건 모두 미니멀라이프 덕분입니다. 특히 텅 빈 공간을 보면 볼수록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까지는 미미하긴 하지만 하나둘씩 보이는 빈 공간 덕분에 물건 정리하는 데 꽤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 작은 설렘도 같이 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비워오기만 했던 제가 빈 공간에 물건을 채우는 일 자체가 너무도 설렌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지만.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는 일은 정말 행복하기까지 하니. 아주 신이 납니다. 신이.
최근에 중독이라고 해도 될 만큼 책에 푹 빠져있는데요. 구입보다는 도서관에서 주로 대여를 해서 읽고 있어요. 이번 주말에도 총 9권이나 되는 책을 빌려왔고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책들을 망설임 없이 빈 공간이었던 곳에 올려놓았다는 것입니다. 그게 저의 첫 빈 공간을 활용이었어요.
사실 빈 공간을 두고만 보았지, 이렇게 다시 사용을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물건을 비운 이유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에요. 그 빈 공간에서 엿보는 홀가분함과 여유로움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다시 또 사용을 하고 나니 정말 색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더군다나 그것들이 좋아하는 책이라니.
또 물건들로 채워지는 건가?라는 걱정은 하지 말아 주세요. 당연히 이 책들은 반납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이곳을 떠나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다시 또 빈 공간이 되겠죠?
시간이 지나면서 빈 공간을 활용하는 일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처음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놔두는 것이었고요. 두 번째로는 바로 청소와 정리를 할 때 옮겨두는 물건들이에요. 한쪽 공간에 쌓인 먼지를 청소하려고 빈 공간으로 잠시 물건들을 옮겨두거든요.
청소가 끝나고 옮겨둔 물건들을 다시 제자리로 옮기며 정리를 하기도 하지만 그대로 물건들을 놔두기도 합니다. 빈 공간에는 물건들이 채워지고 청소한 공간은 그 자체로 비워두는 거죠. 그럼에도 불편함이 없는 곳은 그렇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몇 주 후면 다시 반복되어 모두 제자리를 찾겠지만.
세 번째는 좋아하는 물건들을 채우는 것입니다. 한쪽 벽구석에는 자그마한 수납장이 있었어요. 그런데 작은 쓰임조차 생기지 않아 중고판매로 비웠습니다. 그렇게 빈 공간을 만들어냈어요. 계속해서 빈 공간으로 놔두면 참 좋겠지만 전 그곳에 3단 트롤리를 놓기로 결정했습니다.
트롤리 안에는 제일 좋아하는 다이어리와 펜 그리고 각종 문구들이 들어있어요. 무인도에 간다면 가지고 가고 싶은 물건 중 하나일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물건들이에요. 이렇게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운다는 것이 너무도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참 행복한 순간입니다.
빈 공간의 홀가분함과 여유로움이 좋아서 물건을 비운 거 아닌가요?
왜 다시 또 이렇게 물건을 채우는 거죠?
맞습니다.
물건을 비우면서 만들어진 빈 공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미니멀라이프의 뜻을 다시 한번 기억해 봐도 될까요?
'최소한의 물건을 두고 사는 삶'
이것이 바로 미니멀라이프입니다. 과연 그 최소한의 물건은 어떤 물건일까요?
좋아하는 물건들로만 채워진 공간이지만, 물건들이 채워졌다는 이유로 정말 홀가분함과 여유로움을 느끼지 못할까요? 그런데 저는 왜 이 공간에서 홀가분하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행복함을 느끼는 걸까요?
빈 공간을 그 자체로 유지하는 것, 그것이 싫다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도 좋아하는걸요. 그런 빈 공간을 모두 채운다는 말도 아니고요. 단지 그중에서 한 곳이 채워진다면 그 물건은 좋아하는 물건이어야 하고. 그곳에서도 전 홀가분함과 여유로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빈 공간을 활용하는 일에 조금만 마음을 내주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