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자주 아프다.
고개를 자주 오래 숙이고 있어서인지, 어깨가 항상 뭉쳐있는 느낌이고 가끔 만져보면 딱딱하기까지 하다. 스트레칭하고 마사지 도구를 이용해서 아픈 부위를 눌러보지만, 그때뿐이고 금방 통증이 올라온다. 한동안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도움을 받았지만, 이 또한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꾸준히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스스로 통증 부위를 누르려고 하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도구를 사용하면 그나마 낫지만, 손으로는 압력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 검색했는데, 좋은 방법을 발견했다.
손가락 지압법이었다.
손바닥에는 모든 장기가 다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펼친 손가락에, 머리부터 오장육부를 비롯한 모든 기관이 표시된 그림을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그림을 보니, 어렸을 때 아버지가 수지침을 배워오셔서 손에 놔주던 기억이 났다. 어디가 아프거나 안 좋다고 하면, 두말없이 수지침을 꺼내셨다. 알코올에 잘 소독한 작은 침을, 손 구석구석에 놔주셨다. 따끔하면서 아픈 부위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위도 있었다. 침을 뺄 때 피가 나기도 했는데, 알코올 솜으로 닦을 때는 쓰라리기도 했었다.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 피그말리온 효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가 아프면 병원이 아닌 아버지를 찾았다.
이유가 뭘까?
손가락을 지압하고 손가락에 침을 놨는데, 어깨 통증이 사라지거나 더부룩했던 속이 편안해지는 이유 말이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손가락을 누르면 어깨 부위의 통증이 바로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침을 맞으면 답답했던 속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가능할까?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영향을 주는 거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액이 온몸에 연결된 혈관을 돌 듯, 사람의 몸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연결되어 있음을 알 때가 있다. 연결점이 도무지 없다고 생각했는데, 거치고 거치면 희한하게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또 다른 누군가의 얘기를 꺼낼 때가 있다.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데 내가 아는 사람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물어보면, 그 사람인 거다. 서로 놀라면서 어떻게 아느냐고 묻게 된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 일 모른다는 둥 세상 좁다는 둥 놀란 감정을 표현한다.
영화에도 보면 이런 모습이 나온다.
제목은 기억나진 않지만, 구성이 색달라 기억하고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막극처럼 그렇게 짧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혀 상관없던 사람들의 삶이 조금씩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각각으로 보면 전혀 연관이 없지만, 다 연결되어 있었다. 앞에서는 무심코 넘겼던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이 연결고리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정말 사람 일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도 그렇다.
잠시 스쳐 지나갈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언제가 중요한 길목에서 만나게 될지 모른다. 어떻게 연결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실제 일어난 일을 듣고, 확신하게 되었다. 어떤 회사에서 아랫사람이라고 막대했던 상사가 있었다고 한다. 훗날 다른 회사에서 서로 만났는데 어떤 관계로 만났을까? 막대했던 상사의 상사가, 그 아랫사람이었다는 거다. 영화 같은 장면이라며 놀랐지만,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하니 믿을 수밖에. 정말 사람 일 모른다. 사람 일 정말 모르는 거다. 언제 어떻게 연결돼서 다시 만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누구든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