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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하고 있는가?

by 청리성 김작가 Mar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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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잡는 법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입구가 좁은 항아리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넣어둔다. 원숭이는 와서 항아리에 손을 넣고 음식을 한 움큼 잡는다. 음식을 잡은 손은 입구보다 커졌다. 안간힘을 쓰고 손을 빼내려 하지만, 손은 빠지지 않는다. 손을 빼내려면 음식을 한두 개만 잡거나 다 내려놓아야 한다.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원숭이는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다. 항아리에 수갑을 채워놓은 형국이다. 원숭이 사냥꾼이 할 일은 하나다. 항아리와 하나가 된 원숭이를 집어 드는 거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좀 의아했다.

원숭이는 그래도 동물 중에서는 머리가 좋은 동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그렇지, 자기를 잡으러 오는 사냥꾼이 눈앞에 왔는데도 움켜쥔 손을 펴지 않았다?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되진 않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잡는다고 하니 더는 할 말이 없어진다. 원숭이 이야기를 적다 보니, 어떤 동물인지 기억나진 않는데, 이 동물도 기억난다. 사냥꾼에서 쫓겨 도망가다가, 공간이 있으면 자기 머리를 처박는 동물이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자기가 보이지 않으니, 사냥꾼도 자기를 보지 못할 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둘의 공통분모 자리에는 ‘어리석음’이 자리한다.


원숭이 이야기에서, ‘집착’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집착으로, 생명을 잃는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욕심 때문이다. 채우고자 하는 욕심에 대한 크기가 커지면 집착이 생기는데, 집착은 마음의 시야를 가린다. 사냥꾼이 자기를 잡아간다는 사실을 잊는 것처럼 말이다. 하긴 원숭이를 욕할 것도 없다. 뉴스를 보면, ‘아니, 저걸 몰랐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을 본다. 무지해서 그런 건 아니다. 소위 고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지만, 욕심이 불러온 집착이 그 사람들의 마음을 가렸다고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집착은 그렇게 무서운 거다.


집착을 다른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원숭이가 먹고 싶어 하는 것도 결국, 하고 싶은 것의 범주에 들어간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면, 욕심이 되고 자연스레 집착으로 넘어간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것이 나쁜 것일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강조하고 그것에 동의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나쁜 것일 리 없다. 하고 싶어 하는 그것이 무엇이냐가 관건이다. 하고 싶은 것과 결이 맞는 건 꿈이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직 꿈이 없다는 건,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말과 같다고 여긴다.


하고 싶은 것과 결이 다른 것이 있다.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순 없다. 권리가 있으면 의무도 있는 것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할 권리가 있으면 해야 할 의무도 있는 거다. 공동체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끔 본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가?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도가 넘으면 한마디 하기도 한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의 균형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


“이 둘을 반대로 생각하진 않는가?”

한 번쯤 질문하고 생각할 부분이다. 해야 할 것을 하고 싶어 하거나, 하고 싶어 할 것을 해야 할 것으로 대체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꿈이 하고 싶은 것이라면, 해야 할 것은 봉사다. 이 둘을 바꾸면 이렇다. 꿈을, 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거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꿈을 찾기 어려운 이유이고, 그 길을 가면서도 가슴이 뛰지 않는 이유다.


봉사를, 하고 싶은 것으로 여기면 어떨까?

공동체에서 이런 마음을 품고 행동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봉사라는 것은 자기희생을 통해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도움을 주는 활동인데,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한다. 자기만족을 위한 봉사인 거다. 자기만족을 봉사라고 명명하는 건 좀 그런가? 그렇다. 봉사를 취미생활로 여긴다.


잘 구분해야 한다.

꿈과 봉사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지만,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 마음이 헛헛한 이유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해서 생겼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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