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림 명화 14, 조지 클라우슨, 혁신적 사실주의
영국의 사실주의 화가 조지 클라우슨(George Clausen, 1852-1944)은 덴마크 출신의 장식예술가의 아들로 런던에서 태어났다. 장식예술가는 오일과 수채화물감, 에칭, 메조틴트, 석판 인쇄 등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던 예술가이다. 아버지 밑에서 어릴적부터 다자인을 가까이하면서 아버지의 일을 도우던 클라우센은 우연한 만남으로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당시 역사화와 초상화를 그려서 유명했던 아카데미 화가 에드윈 롱의 저택에 문 장식을 하러 갔다가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롱의 권유로 화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시작한 조지 클라우슨은 사우스 켄싱턴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를 하고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파리에서 처음에는 신고전주의의 마지막 거장 윌리암 부게로의 화랑에서 그림을 배웠으나, 모네, 피사로 등의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아 인상주의적 수법으로 전원생활이나 풍경을 그렸다.
그는 근대의 풍경과 농민들 특히 농촌여인들의 삶의 모습을 다정한 시선으로 평범한 농민들의 모습과 풍경을 누구보다도 품위 있게 표현해냈다. 특히 빛의 효과와 이에 따른 풍경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를 하였다.
클라우슨은 1877년 런던 남서쪽의 풀럼에서 런던 북쪽의 햄스테드로 거주를 옮겼다. 이때부터 그는 특히 휘슬러와 티소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주의 깊게 연구하면서, 혁신적인 작품을 그리기 위한 모티프와 방법 등을 모색했다. 시골 풍경이나 전원적인 소재들을 작품 속에 즐겨 그렸던 그는 1880년대 초부터는 런던의 도시 풍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봄날의 아침, 하버스톡 힐>은 그의 혁신적인 그림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버스톡 힐은 런던의 중심가에서 햄스테드 교외 마을까지 연결해 주었던 거리였다. 이 작품은 선 원근법과 인물의 축소 효과를 적절히 사용하여 공간을 효과적으로 묘사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 시점을 낮게 잡아 지평선을 강조한 점이다.
또한 전면의 여인과 아이를 전신을 그리지 않고 잘라, 사진 같은 사실감을 더 주고 있다. 또 다른 여인 한 명은 벤치에 앉아 거리의 풍경을 응시하고 있으며, 가운데에는 꽃을 파는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작품 오른쪽으로는 거리를 보수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두운 얼굴로 곡괭이로 도로를 닦고 잇다.
이 그림을 이해하려면 당시 영국의 사회상을 이해해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에 자본가와 노동자로 계층이 확연히 구분되어 양극화가 심해져 가는 당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에도, 전반적인 경제 불황이 시작되고 전 인구의 25% 이상이 절대빈곤에 허덕였다고. 이 그림에서도 상류층 여성과 아이로 이루어진 공간과 노동자들의 노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좌우로 양분되어 있다. 19세기말 당시의 영국은 산업 혁명과 근대적 자본주의의 발흥과 함께 도시에서 산업화와 함께 부르주아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양극화가 극명하게 사회문제화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클라우슨은 봄과 꽃이 단순한 아름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의식을 나타내는 대상으로 그리면서 많은 사회적 영향을 미쳤고, 그는 이런 혁신적인 그림을 그린 공으로 1927년 기사 작위까지 받게 된다. 클라우슨의 꽃은 혁신의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