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우 Sep 22. 2023

당신이 누구든, 우리 둘은 홀로

나를 ㅠㅠㅛㅛ하게 하는 것들 - 젖는 것들

     

  바다를 먼저 맞아들인 것은 나의 피부였다. 같은 수가 세 번 반복되는 번호의 좌석버스에서 내렸을 때 바람의 감촉이 시내와 달랐다. 본래의 목적지를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한 차례 갈아타야 했다. 1.1km 떨어진 곳에 해변이 있다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새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걷기로 했다. 바다라면 어디든 좋았다.

  도착한 해변에서도 촉각은 시각을 앞섰다. 짜게 삭은 밧줄로 표시된 출입금지선이 개흙에 박힌 말뚝들을 잇고 있었다. 간조가 지난 때의 바다는 출입금지선 한참 너머에서 어른거리는 듯했지만, 흐린 날 멀리 보이는 납빛의 무언가가 바다일는지 나는 자신할 수 없었다.

  신과 양말을 벗고 반 시간여 갯벌을 걸었다. 갯벌 어떤 곳에는 바닷물이 고여 있었고 다른 곳에는 고여 있지 않았다. 어떤 곳에서 나의 발은 단단한 뭍을 디딘 채 서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정강이까지 펄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바다 쪽을 등지니 경사진 모래톱 위로 야외에 테이블을 펼쳐둔 조개구이집과 카페들이 보였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았고 그 밑의 모래밭을 거니는 사람은 적었다. 밀물이 들어오는 갯벌을 맨발로 걷고 있는 이는 나뿐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진흙 위의 해파리는 물이 들어오면 다시 살아날지, 왜 얕게 고인 곳보다 제법 깊게 고인 곳의 바닷물이 더 따뜻한 것일지, 어째서 작은 게들은 모두 하늘을 향해 여린 배를 내놓고 죽어 있는지, 무슨 이유로 갈매기의 발은 물에 잠긴 자리에서 더 깊은 자국을 남기게 되는지. 생각을 하다 보니 오른 발목이 따가웠다. 어디에 긁혔는지 살갗 위로 붉고 가는 선이 그려져 있었다.

  신을 벗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었고, 맨발일 때 알 수 있는 것들은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갯벌을 나오니 누렇고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모래에 등을 대고 누워 있었다. 고양이 옆에 앉아서 턱 밑에 손을 가져다 댔다. 고양이는 귀찮은 듯 발톱 세운 앞발로 내 손을 쳐냈지만 역시나 귀찮은 듯 자리를 피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던 끝에 먼저 떠난 것은 나였다. 수돗가에서 발을 씻으니 흘러내린 물은 펄 쪽으로 기어갔다. 아까의 고양이는 놀란 표정으로 꿈틀거리는 물을 지켜보더니 살짝 앞발을 뻗다 말고 물은 건드려보지도 못한 채 달아났다. 해변에서 평생을 보냈을 존재자도 외경심을 품게 하는 것이 물의 움직임이었다.  

   

*     


  온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갯벌은 금속성의 색을 반사하는 물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약간의 사장만이 물 밖에 남아 있었고, 바다와 접하지 않는 사장의 경계로부터 다섯 발짝이면 파도 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들이치는 파도와 함께 크고 둥근 무언가가 여럿 떠밀려 오기에 나는 물가로 다가섰다. 해파리 떼인가 싶었는데, 덩어리진 모래가 단단히 뭉쳐 사장으로 돌아오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한 번에 사람 한 명이 품에 들 수 있을 만큼, 뭍의 몫을 바다가 돌려주는 모습에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모를 노릇이었다.

  저물녘의 바다가 보고 싶어 찾은 해변이었다. 일몰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구름은 바다와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두텁고 많아 간혹 얇은 종잇장 같은 햇빛이 그 틈새로 간신히 떨어졌다. 낙조가 보일 성싶지 않았다.

  해변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갯벌 체험을 마친 분들은 장화와 호미를 깨끗이 씻어서 반납해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쪽에서도 목소리가 들렸다. 익사자가 많은 곳입니다. 금일 일몰 시긱은 19시 52분이니, 안전 지대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두 개의 확성기가 각각 방송을 했다. 각자 할 말만 해서, 시끄러웠다.

  모래밭의 끄트머리를 향해, 바다를 옆에 두고 걸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갔다. 고열의 쇳물처럼 들끓는 바다보다, 침묵하며 수은처럼 빛을 잃어가는 바다를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들려 뽑힌 그루터기 하나가 사구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허옇고 부드러운 살갗을 내놓은 둥치는 플라타너스였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를 일이었다. 거죽을 전부 벗은 나무가 플라타너스였으리라 확신하기란 어려웠다. 본디 플라타너스였다고 한들 지금도 플라타너스라 부를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짠물에 절여지고 햇볕에 말라붙어, 죽은 뒤에도 체내에 간직하고 있었을 최후의 습기마저 빼앗긴 그루터기는 화석처럼 단단하고 진주처럼 매끈했다.

 나무였던 무언가를 베고 해변에 누웠다. 흐린 날씨 탓에 노을이 보이지 않아 해는 유독 느리게 기우는 듯했다. 나는 두 발을 바다로 뻗고 파도 소리를 들었다. 눈을 뜨면 두 발과 바다가 보였고 눈을 감으면 이내 졸았다. 해변의 그루터기처럼,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파도 소리를 듣기만 했다.

  문득 파도의 소리는 다성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리를 벌리고 종아리를 땅에 붙여 시야로부터 발을 치웠다. 파도는 수평선으로부터 일렬로 몰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한 순간 속에 파도는 여럿이 개개로 존재했고 하나의 파도는 두어 사람의 키를 합친 정도의 폭만을 차지할 뿐이었다. 한 파도가 모래 위로 부서질 때, 그 왼쪽에 있었던 파도는 이미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그 오른쪽에서는 다른 파도가 서너 발짝 뒤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뿌리를 쳐들고 있던 둥치를 옆으로 눕혔다. 모로 누운 그루터기는 편안히 앉을 만했다. 그제서야 가방에 넣어 왔던 휘트먼의 시집을 꺼냈다.     


  “We two, how long we were fool’d

  […]

  We are seas mingling, we are two of those cheerful waves rolling over each other and interwetting each other”1)

  우리 둘, 어찌나 오래 속아왔던지

  […]

  우리는 뒤섞이는 바다들, 우리는 서로의 위로 구르며 서로를 번갈아 적시는 저 활기찬 파도들 가운데 둘일진대     


  파도들과 마주 앉아 나는 휘트먼을 읽었다. 과연 내가 휘트먼과 뒤섞여 서로를 적시는 물의 율동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우리가 바다와 파도 아닌 무언가라는 생각은 그저 속아 넘어간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를 생각했다.

  ──휘트먼, 이 넉살 좋은 인간.

  휘트먼의 말은 언제나 사기꾼이 하는 소리 같다. 내심 듣고 싶었던 말인데, 그럴싸하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     


  휘트먼의 시 「해변에서 밤에 혼자On the Beach at Night Alone」는 잘 알고 있었다. 해가 지는 것을 보고, 그의 시를 해변에서 읽고 싶었다. 그런 이유에서 느지막이 찾은 바닷가였다.

  문제의 시에서 휘트먼의 시적 화자는 밤의 해변에 혼자 있다. 휘트먼의 화자는 노래하는 노모와 별을 본다. 그러던 그가 “우주들의 음자리표와 미래에 관한of the clef of the universes and of the future” 생각을 하는 것이 첫 번째 연의 상황이다. 이때 그는 고작 한 줄의 공백을 지나쳐 다음 연에서 느닷없이 선언한다. “광대한 유사성으로 만유는 맞물린다A vast similtude interlocks all”고.

  유명한 시지만 나에게는 의문이 있었다. 우선 밤의 해변에서 혼자 별을 바라보는 일만으로 그리 거창한 확신을 선포하는 일이 어찌 가능한지 묻고 싶었다. 또 화자는 분명 “노모the old mother”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째서 “해변에서 밤에 혼자On the beach at night alone”2) 있다고 할 수 있는지도 묻고 싶었다. 첫 번째 연과 그다음 연 사이, 한 줄에 불과한 침묵 혹은 기만의 깊이를 헤아리고 싶었다.

  휘트먼의 책에 수록된 시를 해변에서 순서대로 읽지는 않았다. 어떤 페이지는 펼치지도 않았다. 어떤 페이지는 펼쳐보기만 한 채 그대로 넘겼다. 그러다가 시선이 오래 머문 곳이 있었다.     


  “Whoever you are, I fear you are walking the walk of dreams,

  I fear these supposed realities are to melt from under your feet and hands,

  Even now your features, joys, speech, house, trade, manners, troubles, follies, costume, crimes, dissipate away from you,

  Your true soul and body appear before me,

  They stand forth out of affairs, out of commerce, shops, work, farms, clothes, the house, buying, selling, eating, drinking, suffering, dying.     

  Whoever you are, now I place my hand upon you, that you be my poem,

  I whisper with my lips close to your ear,

  I have loved many women and men, but I love none better than you.”3)

  당신이 누구든, 나는 당신이 꿈결의 행로를 걷고 있을까 걱정입니다.

  이 현실이라는 것들이 당신의 발과 손 아래에서부터 녹아버리게 되어 있을까 걱정입니다.

  지금조차 당신의 자질들, 즐거움들, 말, 집, 직업, 습성들, 근심들, 어리석음들, 옷차림, 범죄들이 흩어져 당신을 떠나는군요.

  당신의 참된 영혼과 육체가 내 앞에 나타납니다.

  그들은 예삿일들로부터 튀어나와, 장사, 가게들, 일, 농장들, 옷가지들, 그 집, 사는 일, 파는 일, 먹는 일, 마시는 일, 괴로워하는 일, 죽는 일로부터 튀어나와 두드러집니다.     

  당신이 누구든, 지금 나는 당신이 나의 시가 되도록 내 손을 당신 위에 둡니다.

  나는 당신 귀 가까이 나의 입술로 속삭입니다.

  나는 많은 여자들과 남자들을 사랑해 왔지만, 아무도 당신보다 사랑하지 않아요.     


  나는 휘트먼이 사기꾼 같다는 생각을 굳혔다. 휘트먼의 시적 자아는 독자를 상대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렇게 말이다.

  ──사실 네가 믿는 현실은 녹아내릴 꿈일 뿐이야. 너를 구성한다고 믿는 그것들도 너를 떠나버리고 말지.

  그러나 잔뜩 겁을 준 다음, 유혹이 시작된다.

  ──하지만 나는 진짜로 너를 알아. 사소한 일상으로부터 단절된, 네 진정한 영혼과 육체 전부. 이제 너는 나의 시가 될 거야. 나에게는 사랑의 역사가 있지만, 내가 너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상대를 막다른 곳에 몰아넣은 뒤 자신을 구원자로 제시하는, 상당히 지능적이고도 악의적인 화법이다. 그런데 이제 나는 휘트먼이 쓴 시의 화자와 휘트먼 본인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그를 믿어버리고 싶어져서, 위험하다.     


*     


  예고된 일몰 시각을 넘겼어도 서해가 온통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장관은 눈 앞에 펼쳐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차이를 바다로부터 색출할 수는 없었다. 기실 해가 수평선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도 시간을 보아 미루어 짐작할 뿐 눈으로 직접 본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노을을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일몰 시각 전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은 다소 맥빠지는 일이었다.

  나는 곧장 떠나기로 했다. 몇 시간째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몸이 춥기도 했고, 구름은 밤에도 비킬 기색이 없으니 별이 보이는 해변에서는 만유의 결속을 감각하는 일이 가능한지 시험해볼 계제도 못 되었다. 시집을 가방에 넣었다. 옷과 신발 속으로 침입한 모래를 부산히 털어냈다. 모래는 털고 털어도 끊임없이 떨어졌다.

  여태 베고 누워 파도 소리를 듣고, 깔고 앉아 휘트먼을 읽었던 밑둥치에 떠나기 전 눈길을 던졌다. 건조한 나무는 긴 세월 바다에 잠긴 일이 없었던 듯했다. 이곳 모래톱은 해일이라도 일지 않는 이상 만조에도 바닷물이 들이닥칠 리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 나무는 어떻게 소금기를 머금어 화석처럼 굳을 수 있었을까.

  ──한 시절 너는 땅을 떠나 오래도록 바닷속에 잠겨 있었겠구나. 그러던 어느 날, 파도가 너를 다시 뭍으로 내던져 버렸겠구나. 그 후로 해변에서 너는 소금기 같은 그리움을 지키며 서 있었겠구나.

  이상한 일이었다. 한때 나무였던 것에 불과한 무언가에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덧붙이다니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곱씹으면서도, 어느새 나는 굵은 뿌리 하나를 붙잡고 그루터기를 질질 끌었다. 모래 위로 습하고 묵직한 자국이 패였다. 나무와 손을 맞잡고 연철 같은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애초에 나무와 바다는 이질적이다. 나무는 수액을 머금고 있다. 소금기가 닿으면 죽어버린다. 소금은 마지막 물기 한 모금까지 빨아낸다. 소금물에 빠진 나무는 돌 같은 무언가로 변해버린다.

  ──나는 왜 나무가 바다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자신과 닮은 점이 없는 것, 자신을 자신 아닌 무언가로 변화하게 하는 것도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어느덧 바다가 발밑에 있었다. 매 순간 내 발밑에 있는 것은 물이었다가, 모래였다가, 바다였다가, 뭍이었다. 나는 다시금 신과 양말을 벗었다. 갯벌의 감촉이 돌아왔다. 잘게 부스러진 파도는 발톱의 안부를 하나씩 물었다.

  그때였다.

  ──나와 닮은 구석 하나 없는 갯벌도 내가 맨발이 되도록 하는데.

  닮은 구석 하나 없는 땅을 향해, 파도는 내 발목에서 제 몸을 부수며 끝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O madly the sea pushes upon the land,

  With love, with love.     

  O night! do I not see my love fluttering out among the breakers?

  What is that little black thing I see there in the white?     

  Loud! loud! loud!

  Loud I call to you, my love!     

  High and clear I shoot my voice over the waves,

  Surely you must know who is here, is here,

  You must know who I am, my love.”4)

  오 미친 듯 바다는 땅을 밀어올립니다.

  사랑을 품고, 사랑을 품고.     

  오 밤이여! 나의 사랑이 저 멀리 쇄파들 가운데 파닥이는 것을 내가 보고 있지 않습니까?

  저기 하얀 속에서 내가 보는 작고 까만 것이 무엇입니까?     

  시끄럽게! 시끄럽게! 시끄럽게!

  시끄럽게 나는 당신을 부릅니다, 나의 사랑이여!     

  높고 분명하게 나는 파도들 너머로 내 목소리를 쏘아올립나다,

  필시 당신은 누가 여기 있는지, 여기 있는지 알 것입니다.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알 것입니다, 나의 사랑이여.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휘트먼의 시를 생각하고, 플로티노스를 생각했다. “ἄνω αἰρομένη ὑπὸ τοῦ δόντος τὸν ἔρωτα”.5) 위로, 그 사랑을 주는 이에 의해 들려서.

  나로 인해 옆으로 눕게 되었던 나무는 이제 다시 뿌리를 쳐들고 있었다. 두 손으로 나무를 들어 올렸다. 꽤 무거웠지만, 힘껏 던졌다. 물이 시끄럽게 갈라지더니 나무를 감싸 안았다. 나는 또 플로티노스를 생각하며, 단테의 『신곡』을 끝맺는 시구를 생각했다. “l’amor che move il sole e l’altre stelle.”6)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

  구름 때문에 별은 보이지 않아도 밤은 어김없이 해변에 내려앉았다. 부활하는 해파리, 온기를 되찾는 웅덩이들, 마침내 밤하늘과 대면하는 작은 게들, 지금으로부터 수억 년 후 화석으로 남을 갈매기의 발자국들. 어둠 속에서, 그들은 해류처럼 느릿하게 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묶어주는 광대한 유사성이 있다고, 한 번 속는 셈 치고 넘어가 줄까.

  다른 사람들이 있었고 다른 모든 것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밤의 해변에 혼자 있었다. 갯벌을 맨발로 걷게 하고 나무를 바다로 보내도록 하는, 어느 사기꾼이 노래하는 사랑에 젖어서.     


작가의 말

  “Now lift me close to your face till I whisper,

  What you are holding is in reality no book, nor part of a book;

  It is a man, flush’d and full-blooded – it is I – So long! -

  We must separate awhile – Here! take from my lips this kiss;

  Whoever you are, I give it especially to you;

  So long! - And I hope we shall meet again.”7)

  이제 내가 속삭일 때까지 나를 당신 얼굴 가까이 들어요.

  사실 당신이 붙들고 있는 것은 책도, 책의 일부도 아닙니다

  이것은 상기되고 피가 끓는 한 사람 – 이것은 나 – 안녕히! -

  우리는 잠시 떨어져야 합니다 – 자! 내 입술로부터 이 입맞춤을 받아요

  당신이 누구든, 나는 이것을 특별히 당신에게 줍니다

  안녕히! - 그리고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시인들은 각각의 온도와 습도가 있는 것 같다. 예컨대 페트라르카는 따뜻하되 산뜻하고, 단눈치오는 무덥게 끈적인다. 아흐마토바에게서는 물기가 절제된 싸락눈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한편 휘트먼은 덥지는 않되 따스한 편이며 습윤하다. 실상 일반적으로 내가 썩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에 속하지는 않는데 꿉꿉하게 불쾌하지 않으니 신기하다. 그는 독자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멋대로 독자와의 간격을 좁혀 버리는, 다소 무례하지만 그것이 매력인 사람이다. 물론 이런 사람과의 관계 속으로 다이빙을 했다가는 된통 고생을 하기 마련이지만, 또 고생을 너무 안 시키는 사람과의 관계에는 뛰어들 가치가 없다. 재미가 없으니까.


1) Walt Whitman, The Complete Poems, Penguin Books, 2004, p. 142.

2) 이상 ibid., p. 288.

3) ibid., pp. 261-262.

4) ibid., pp. 277-278.

5) Enneades, VI.7 [38] 22.18–19.

6) Paradiso, XXXIII, v. 145.

7) Walt Whitman, op.cit., p. 616.

이전 04화 선견자 T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