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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Jan 04. 2024

내릴 수 없는 시간이라는 열차 안에서 쫓기는 당신이라면

시간이라는 열차는 때로는 숨이 막힌다.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려 해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매일의 일상에서 평범한 사건들과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두루 발생한다.


여유를 갖되 나태해지지 않고, 부지런하되 집착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밥을 먹고 변을 보는 것, 건강은 먼 훗날에 해도 되게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매일매일 잘 먹고, 잘 싸고,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장이 난다. 설거지를 비롯한 청소도 마찬가지다. 제때 치우고 정리하지 않으면 어지러운 짐 더미에 파묻혀 부수적인 주변이 나를 집어삼킨다.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너무 여유를 부려서는 안 된다. 제때 하는 게 제일 나은 일상의 일만 해도 상당한 분량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논리를 따지고, 기승전결을 구분하며 살아갈 순 없다. 때론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태풍이, 가뭄이, 홍수가 들이닥친다. 이런 속성의 삶을 살면서 어떻게 살면 잘 살 수 있을까? 의지를 초월한, 의지 뒤에 있는 의식이 안정되어 있지 않는 사람은 상황과 형편에 따라 이리저리 방황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처 판단을 내리고 논리를 따질 시간이 없을 때조차도 삶의 당당하고 정당한 가치관이 깊은 의식에 뿌리내리고 있는 사람은 안정적으로 선택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한다. 바늘 끝처럼 1이나 2가 아니라도 1에서 10 사이를 용인할 담력과 용기가 있다.


삶의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재능이 뿌리는 내리지 못하는 사람도 결국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의식이 문제이다. 재능의 씨앗, 발현, 결실에 대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재능 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깊은 의식에 명확한 가치가 없는 사람은 환경을 원망하고 환경에 휘둘린다. 부모를 비롯한 가족을 원망하고, 친구와 회사를 원망한다. 건강과 질병도 원망한다. 일이 안 풀리고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지지리도 복이 없어 주변에 나를 도울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시간에 쫓기며 재능을 키울 시간이 없다고 한숨 쉰다. (강력한) 의지를 발휘하여 재능을 키워보려 하지만 3개월에서 1년을 넘기기 힘들다.


깊은 의식에 명확한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 내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나만 잘나서는 결코 잘될 수 없다는 사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수용과 배려...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과거의 나는 이런 깨달음이 없었다. 그랬기에 늘 조급했고, 불만투성이였으며, 삶을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늘 의지만 닦달했었다. 시간이라는 열차를 타고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고와 희생이 필요하다. 수고와 희생 없이 왕좌만 누리겠다는 당신을 누가 도와주겠는가. 당신이라면 그런 사람을 도와주고 싶을까.


무언가를 배우고, 재능을 발견해서 성장시키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여건이 안 도와준다고 원망하지 말자.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삶, 재능이 발현되는 삶에 대한 의식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점점 종착역(죽음)을 향해 가는 열차, 시간이라는 열차를 탄 나의 삶에 대해 과연 무엇에 시간을 쏟을 것인지 진지한 성찰을 해봐야 한다.


그리하여 성찰 후에 크고 깊은 선택을 하고 나면 희로애락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뿌리를 내리고 눈과 비와 햇볕을 받아 성장하게 되면 비로소 열매도 맺고, 그늘도 만들어 누군가에게 양분과 휴식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장례식에 들어올 조의금의 금액보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라고 말하고 갈 사람이 많은 게 더 좋지 않을까. '죽음은 슬퍼지만 그 사람은 그다지 잘 살지 못한 것 같아. 자신의 인생을 잘 통치하지 못한 것 같아'하는 말보다 말이다.


새해가 되었다. 우리가 숫자로 인식하는 1년이라는 시간 열차도 또 후딱 지나갈 것이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성실한 목표를 잡고, 의지에 기대기보다는 의식을 변화시키려 노력하자. 의식의 변화에 성공해 굳건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고 많이 배우자. 그러면 우리도 우리만의 길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늑한 숲속 오솔길이든, 들판에 시원하게 뚫린 대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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