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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Jan 02. 2024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인데

최근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선균 배우님도 가셨고 지금은 또 장인어른 상중이다.

내가 죽어도 아내와 자식은 잠시 슬퍼하다 잘 살아갈 것이다. 나 없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인데 나는 왜 살아야 할까? 나의 안위와 쾌락, 맛있는 것 먹고 소비와 여행을 즐기다 가면 잘 산 인생일까?  


아침 샛강의 오리와 왜가리와 새들은 자기들끼리 먹이활동을 하고 짝짓기를 하고 돌아다니고 날아다닌다. 나라는 존재는 그들의 안중에 없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간밤의 스트레스는 풀고 하루를 버틸 에너지와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 내 존재의 가치란 오리와 새들처럼 다른 존재를 의식하지 않지만, 다른 존재가 나로 인해 에너지와 평온을 얻는 그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지구를 오염시키고 말로, 폭력으로 생명을 해하는 것에 우리가 본능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그러한 행위가 우리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갈 길을 가는데 누군가 다른 존재가 나로 인해 에너지와 평온을 얻는 것, 그것이 곧 재능의 정의이자 삶의 이유와 가치라고 생각한다.


작은 처남 내외가 한 사람은 김다현, 한 사람은 정동원의 열렬한 팬이다. 평범하고 착실한, 소박한 그들의 삶에 이 두 사람이 에너지를 주고 있다. 김다현과 정동원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그들은 다른 어떤 존재에게 삶의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조용필이 가수 되기를 포기했어도 누군가는 가왕이라고 불렸을 것이다.


모든 오리와 새들이 나 하나쯤 세상에 없어도 상관없지 않냐며 자살해 버린다면  자연이 얼마나 황폐해질까. 지구를 이루는 한 마리 오리와 새처럼 우리는 가치가 있다. 나는 우주라는 그림의 일부분이다.


샛강의 쓰레기가 자연의 일부일 수 없는 것처럼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삶은 우주의 기운과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내 삶을 나답게 살면서 자연스러운 우주 그림의 일부가 되는 것이 진정 재능을 발현하는 삶이 아닐까?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마틴 스코세이지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도 결국 가장 오리답고 가장 새다운, 아침 풍경 속에 녹아든 그런 모습일 것이다.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능을 찾아 발견하고 단련하고 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이 나다움을 항해 나아가는 길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나다움을 찾는 과정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다. 나를 속이는 거짓 것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성을 가지고 끈기 있게 찾아야 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아침 풍경에 녹아든 한 마리 오리나 새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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