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건강을 해킹하다: 장의 비밀>을 봤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미생물군의 다양성이 장 건강의 핵심이라고 한다. 현대 도시인의 식단은 이런 미생물군의 다양성을 해친다는데, 정제되고 가공된 식품은 자연 상태의 식품 구조와 영양소를 많이 파괴했으니 그럴 수밖에. 자본주의 기업의 식품은 소비자의 건강보다 기업의 이윤 추구가 먼저일 수밖에 없다. 건강을 생각하더라고 생각하는 척하는 수준이다.
현대인들은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니 다양하고 건강한 식사를 찾아서 하기가 쉽지 않다. 한 끼 때운다는 개념으로 빵이나 라면, 밀키트를 쉽게 접하고 먹는다. 또한 편리함 때문에 모든 식품이 유통이란 단계를 거치다 보니 냉장과 냉동을 통해서도 많은 이로운 균들이 파괴될 것이다. 이런 식사로는 장 내의 유익한 미생물들이 다양하고 활동하게 생존할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이 이러할진대 우리의 삶도 똑같지 않을까? 건강하고 다양한 식품을 찾아서 요리해 먹는 게 쉽지 않듯 다양성을 확보한 삶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현대 노동자의 삶은 생계를 위해 출퇴근하고 남은 시간은 자기 계발이나 여가를 즐기는 패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퇴사하고 세계 일주를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획일화된 인스턴트식품에 우리 장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죽어가듯 획일화된 삶은 우리의 자유로운 의식을 죽인다. 우리는 매우 다양한 잠재력, 씨앗을 품고 있는데 스스로 획일화된 생활 방식에 갇혀 있음으로써 잠재력을 죽이는 것이다.
직장 상사한테 업무 관련 타박을 당하거나 생계 문제로 스트레스가 심할 때 노래가 안 만들어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정서가 위축되어 있으니 자유로운 감성이 발현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나의 경우 책을 읽고 피아노 연습을 하고 가끔 곡을 만드는 것이 일상의 패턴이지만 이 패턴도 고착화되면 좋지 않다. 예술에도, 인생에도 엉뚱한 짓이 필요하다.
다양함, 그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우리가 숲을 사랑하는 것은 숲속 식물들의 그 자연스러운 다양함 때문 아니던가. 누군가 이윤을 목적으로 산 전체에 소나무만 일렬로 심어놓았다면 아름다울까... 글쎄 좀 숨막히지 않을까? 너무나 다양한 생김새의 육지 동물들과 수많은 종의 꽃들, 해저 생물들, 하늘의 새들... 그래서 자연이 경이롭고 아름답듯이 그런 자연의 이치를 본받아 다양함을 잃지 않는 것이 삶의 지혜 아닐까.
내 나이 또래가 되면 아파트를 벗어나서 시골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마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열린 공간인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고, 텃밭도 가꾸고, 화초도 키우고, 자작 레시피 요리도 해보고 말이다.
돈이 최고라는 마인드도 돈을 최고의 자리에 놓음으로써 다른 소중한 가치들을 무시해버리고 다양성을 없애버리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 돈도 중요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도 많으니까.
다양함은 곧 풍성함이다. 내 삶을 어떻게 다양하게 이끌어서 풍성하게 만들 것인가.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고민해 보고 실천해 보자.